셀프
얀 마텔 지음, 황보석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 6시간의 독서로 한권의 책을 읽는 편인데
이 셀프는 무려 그 두배인 12시간 이상이 들었다.
요즘 내러티브가 강한 추리소설과 일본소설만 읽어서일까? 이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은 어려운 책이었다.
중심 줄거리가 없는 이 책은 섬세하고 장황하며 산만한데다가 한문장이 한문단을 장악할 만큼길다.

그런데 지루했냐고?
글쎄....
어렵다고 해서 지루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권하겠냐고
글쎄...
내가 좋았다고 남들에게도 좋은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12시간의 시간은 마치 내 지난 일기를 들여다 보는 것처럼
재밌고 그리웠던 점도 있었고
그녀가 (혹은 그)가 그랬던 것처럼
잘라 도려내고 싶은 점도 있었다.
그래서 스티븐 잡스의 평전 이후 가장 많은 포스트잇을 들여서
북마킹을 해야 할 정도였다.

self가 자라는 건은 나무들이 자라는 것과 영 딴판이다.
싹을 티울 환경이 아니면 씨앗으로 영양분을 축적해 놓는 나무와 달리..
self는 사랑받고 우정을 쌓는 행복한 시간에 영양분을 추적해 놓는다.
환경이 좋아지면 싹을 틔워 자라나는 나무와 달리
self는 고난과 역정 속에서 자라난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행복한 기억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처참한 기억도...
나를 스쳐지나갔던 수 많은 경험이고 그것은 'self'로 흡수 통합된다.

책을 읽으며 생각이 머무는 자리도 천차만별일고 미셀 트루니에가 말했듯, 소설이 주제는 작가가 아닌
독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섬세하고 지루하고 장황하지만 삶과 성장을 주된 줄거리로 잡은
self는 독자의 나이와 독자의 상황에 따라서 무지개처럼 수 많은 주제를 만들수 있을 것만 같다.

다 봤다고, 책장 깊숙히 보관할 책이 아니라, 지치고 힘들 때
어려운 일이 닥칠 때
한번 쯤 꺼내 다시 보고 싶은 책.... 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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