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마을
로맹 사르두 지음, 이승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남들이 좋았다는데...  난 왜 이 책에 짜증이 났을까?
역사추리소설 광고엔 늘 똑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장미의 이름> 의 뒤를 잇는(혹은 견줄만한) 최고의 작품!!!!
이 책에도 물론 이런 광고 문구가 적혀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미의 이름>과 견줄만한 유일한 역사 추리소설은 (현재까진) <옥스퍼드 4증언> 뿐이다. -_-+)

이 책은 일단 고증이 잘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13세기 중반, 우리네 고려 역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유럽의 중세사가 고증이 잘됐는지 안됐는지 알수도 없을 뿐더러
책을 선택하는 이유도 되지 못한다.
역사와 언어를 초월해 감동을 줄수 있느냐는 건,
인물과 스토리가 얼마나 흥미진진하냐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은 반쯤 성공하고, 반쯤은 실패하고 만다.

일단 사건은 화끈하다.
드아 주교의 푸아 종교재판이 서문으로 장식되어 있다. 
육시된 시체가 강에서 떠내려왔다는 두 여자의 증언과 함께
사건이 일어난 5년전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느날 드라강이라는 후미진 교구에 육시(戮屍)된 시체 세구가 떠내려온다.
그 때부터 이 교구의 주교인 아갱 주교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주위를 수색하고 여러곳의 사건을 알리고
13번째 마을(아마 서양에서 불길한 숫자라지 13이라는 숫자는...?)을 맡아 줄 새로운 신부를 구한다.
그러나 새로운 신부를 맞이하기 전, 알수 없는 누군가에서 괴상한 무기(손으로 쏘는 대포, 아마 총?)에 의해 처참한 살인을 당한다.

아갱 주교가 살해된 다음 날
13번째 마을를 맡을 에노기 신부가 도착하고 그는 마을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흑사병으로 유령의 도시가 된 외르투르로 떠난다.
그리고 주교의 제자이자 보좌신부였던 쉬케가
아갱 주교의 시신을 건낼 가족을 찾아 파리로 떠난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재밌다.
여러조각의 예쁜 천들로 만들어졌지만 엉성하고 조악한 퀼트처럼
<13번째 마을>은 음흉한 교회세력의 중세 권력 장악사를 엉성하게 만들어 놨다.
사건은 독자의 마음을 빼앗을 만큼 괴기스럽고 음흉했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인물도 방법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에드기 신부가 사건의 실체(그것도 절반 뿐인 실체)를 알게 된 것도 우연..
(그 노인을 만나지 못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나?)
소심한 보좌신부 쉬게가 사건의 원인을 알게 된 것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인물을 만났기 때문이다.(이런 제길.. -_-+ 사건의 목격자가 범인을 지목하는 추리소설이라는거 아냐???_


원인과 실체를 모두를 알게 된 것은
드라강에서 부터 파리로 로마로 전 유럽을 뛰어다진 쉬게도
외르투르에서 포교활동을 열심히 하던 에드기 신부도 아니다.


5년 후에 이 종교 재판을 맡게 된 드아주교일 뿐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잠시 잠깐 등장하는 그 인물.... 이 드아주교는 친절하게 주제까지 설파해주신다.)

이렇다 보니 처음 그 매력적인 사건들은 해프닝으로 끝나버리고
다 읽고 난 후에 감정은 왠지 모를 허탈감 뿐이었다.

중세 소설은 사건 몰입도에 상관없이 좀 읽기 어렵다.
현재에는 잘 쓰지 않는 낱말들이 툭툭 튀어나와 전자사건을 두들겨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수고를 아끼지 않고 읽었건만 이렇게 허무하다니... -_-+
내 다시는 <장미의 이름> 운운하며 광고해대는 책을 절대로 믿지 않으련다. 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