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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남자 ㅣ 밀리언셀러 클럽 76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판타지 시장은 그리 넓지 않다. 그래서 어쩌다 한번씩 번역되어 나오는데... 물론 '영화화 결정 000주연 000 감독' 이라는 카피를 들고 나온다. ㅠㅠ 겨우 어쩌다 한번... 이제는 판타지의 고전이 돼 버린 소설마저도.. 헐리우드의 지원없이는 대한민국에서 번역되기 어렵다. ㅠㅠ 하지만 나도 나름 영화화되길 바라는 소설들도 꽤 있다.
특히나 대땅 기둘리는 영화중에 하나가.. 바로 시간 여행자의 아내.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이야기는... 어쩌면 책보다는 영화가 더 어울릴지도... '러브 액츄얼리'의 사랑에 대한 단상이 있었다면 아마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사랑에 대한 깊이가 숨겨 있을지도... 배우도 맘에 든다. (헨리는 모르지만 우리의 주인공 클레어는 레이첼 와이즈, 미이라, 콘스탄틴, 콘스탄틴 가드너 등의 영화에서 멋진 연기를 보여준 여배우가 아니던가... 기대기대)
또 하나의 기대중인 영화는 테메레르... 거기다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들지만, '반지의 제왕'의 피터잭슨 감독이 맡았다고 하니, 꽤 수작이 나올 듯 하다. 로렌스 대령과 테메레르가 18세기 나폴레옹 시대의 전쟁을 배경으로 겪는 모험과 성장!!!! 기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군데 우리 테메레르 목소리는 누가 하지?? 영어 불어, 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고, 야생용들의 언어도 알아들으며, 무엇보다 까칠한 유머 감각을 지닌 진실된 용 캐릭터의 목소리를... 누가???)
그러나 늘 영화화 되는 것을 좋아라하는 것은 아니다. -_-+ 책으로는 엄청난 감동을 준 작품이 영화에서는 한줌의 한숨 밖에 나오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특히나 날 며칠동안 눈물짓게 했던 '가라, 아이야 가라'는 벤 애플렉이 감독했지만, 원작의 깊이를 살려내지 못한 어중간한 스릴러 밖에 돼지 못했고.. '나는 전설이다'는 그 비장미를 살려내지 못한채, Legend 가 된 소설에 누를 끼쳤다.
그래 이 책 '줄어드는 남자'도 그래서 걱정이다. 어느날 방사능에 노출되어 원인을 알수 없이 일주일에 1/6인치 줄어드는 남자. 어린 딸과 아름다운 아내에게 사랑받고 그들의 생계를 책임지던 퇴역 군인 스콧은 어느 순간에 그들의 보호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가 되고 만다. 처음에는 자신이 줄어드는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어느 순간에 눈을 맞추며 가슴을 맞대고 어깨를 함께 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외로움에 치를 떤다. 그러나 이런 것도 다 순간에 지나가버렸다. 이제 그에게는... 삶은 투쟁이 된다. 1.8cm에 불과한 스콧은 거미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뛰고 고양이의 장난감이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숨긴다. 그렇지만 그는 꽁짜로 죽어줄 생각은 없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몸이 더이상 줄어들지 않는 그 순간. 존재하지 않는 그 순간을 위해 비장하게 생명을 유지하며 '생존'이라는 모든 생물의 존엄성을 지켜간다.
이걸 어떻게 영화로 만들 생각인지 모르겠다. 180cm의 건장한 청년이 하루 아침에 나약한 존재가 돼 느끼는 불안감과 외로움. 그리고 그 비장한 투쟁을 말이다. 결국.... 주라기 공원 도시판이 쯤 되지 않을까.. 혹은 <아이가 줄었어요>의 성인판이 아니라면 말이다. -_- 그래서 2-3년 후에 영화화가 된 <줄어드는 남자>가 개봉되더라도... 난 영화관을 찾을 생각이 없다. 가끔.... 책에서 주는 감동이 시각적인 즐거움보다 더 클 때가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