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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섹스 1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이화연.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유명세를 떨쳤을 때는 지금으로부터 2-3년전
퓰리쳐상을 수상해 작푹성으로 이미 인정을 받았고 오프라 윈프리의 책으로 선정되서 미국내에서만 어마어마하게 팔려나간 책이었다. 그 때는 왠지 북클럽의 책으로 선정됐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시큰둥 해졌다. 이미 팔릴 대로 팔린 책인데 내가 뭐하러 또 사주나.... (난 베스트 셀러를 썩 좋아라 하지 않는다) 하는 생각에 선뜻 구입이 망성여졌지만, 최데렐라가 선물한 제프리 유제네시스의 장편 처녀작 '처녀들 자살하다' 의 감동 덕분에 이 미들섹스도 너무나 읽고 싶어졌고 때마침 오빠가 회사에서 지원하는 월 2만원 상당의 책 구입비를 나에게 쏜다고 약속했기에..... 운 좋게 손에 넣게 되었다.
참 오래걸렸다. 다 읽기... -_-+
고작 2권에 700페이지 남짓의 분량인데도 말이다. ㅠㅠ
보통 일주일이면 다 읽을 책인데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안 읽혔다. (하도 안 읽혀 1권과 2권 사이 라마와의 랑데뷰, 소름 등등의 또 다른 책들을 읽었음을 고백한다. 이런 경우는 나에게 흔하지 않다)
그리스계 미국 이민자의 3대의 역사를 칼리오페, 혹은 칼의 삶에 맞춰 재구성했다.
세게 1차대전의 회오리 속에 가족을 모두 잃은 남매는.... 불구덩이를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며 결혼을 한다. 이 끔직한 전쟁에서 살아남을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채념한 남매는 유일한 버팀목이자 의지처인 서로에게 남매라는 이름대신 부부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그러나 그들은 우여곡절끝에 미국이라는 신대륙에 도달하고 타인 뿐인 미국에서 자신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새로 선불받은 부부라는 이름을 더욱 견고히 한다. 그들을 살아 오면서 자신들이 남매라는 사실을 일부러 혹은 자신도 모르는 채 잊어 버리지만, 누나인 '야야'가 임신을 하자 온갖 불길한 징조가 시작된다. 그러나 신의 형벌이 유보된지도 모른 채 아들 밀턴과 조를 낳아 키우며 그들은 그리스계의 이민 1세대 공동체를 이루며 미국이란 나라에 성공적인 데뷰를 마친다.
이제 세계 2차대전. 그리고 한국전이 벌어지던 시절은 '밀턴'의 시대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밀턴은 그리스어보다는 영어가 더 친숙하고 그리스는 유럽에 붙어 있는 작은 나라 이상이 되지 못한다. 자본주의의 성지에서 태어난 미.국.인.답게 그의 꿈은 자.수.성.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겐 아직 떼어내지 못한 그리스인이라는 꼬리가 붙어 있어.... 어쩔 수 없이 결혼은 그리스인과 하게 된다. 100% 미국인이 되지 못한 그의 속내를 끝까지 이해할 수 있는 그와 함께 나고 자란 육촌 테시가 그 짝이다.
자... 조부모는 남매고... 부모는 육촌이니....
주인공 칼리오페 혹은 칼은 우리가 생물책에서 배웠든 열성유전의 모든 조건을 갖춘 셈이다. ㅠㅠ 그래서 그는 두번 태어난다. 처음 1960년 필 박사의 진료실에서 여자로... 그리고 1974년 응급실에서 남자로.... 호르몬 이상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칼리오페 혹은 칼은 xy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외형상으로는 페니스가 발달하지 않은 여성의 생식시 모양을 가지고 있다. 14살까지 아름다운 여자이길 소망한 칼리오페는 이제 완전한 남자가 되기 위해 험한 여행을 하게 된다.
자... 여기까지다.
줄거리를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는 것을 죽도록 싫어하는 내가 찬찬히 하나하나 줄거리르 꿰맞춰 쓰는 이유는...
저것 때문이다.
이 작가가 왜 퓰리처 상을 받았는지... 왜 많은 미국인이 그의 책에 공감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1920년부터 1970년대까지... 민족과 인종, 섹스가 미국이라는 용광로에 섞여 요동치며 산업화의 단계를 넘어 포스트 산업화시대까지의 모습이 그리스 이민 가족사에 잘 녹아 들었다. 대단하다.
그러나 거기까지 일뿐.
미국이라는, 그리스라는... 20세기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제외하고는 별 다른 흥미를 가질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처녀들 자살하다'의 냉소적인 문체와 사건과 거리를 둔 객관적인 시각이 읽기 힘들게 만들었다. 작가가 냉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되면... 독자는 작가보다 사건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마련인데.... 경쾌한 문체? 라고 평가 받았던 이 제프리 유제니시스의 문체는 사건에 몰입하게 하기는 커녕 날 짜증나게 만들었다. 시종일관... 보는 내내....
미국인이 아니라서... 이민자가 아니라서... 절대로 동감할 수 없었던 데다가... 문체마저 골치아파서 보는 내내 지루하고, 그래서, 그 다음엔???이 기대되지 않았던 책!!!! 미들섹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