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홀 2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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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울프홀 1에는 울프홀을 읽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말했으니..
이번에는 울프홀 자체에 대해서 말해보자.

이 책 진짜 재밌다. 이 책의 뒷편에 나오는 온갖 광고 문구가 헛으로 쓰여지게 아니다.

북포럼에서는  

만일 당신이 나와 비슷하다면,<울프 홀>을 다 읽었을 때 천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이
두 배는 더 긴 글이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뉴욕타임즈에서는
장난기 넘치면서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풍부하다.
통렬하리만치 탁월하게 재현된 등장인물들의 날 선 음모와 계략이 쉼 없이 굵은 호흡으로 그려진다. 예리한 관찰을 신중히 선별한 몇 마디로 말로 압축했다. 능란하고 악마적이며, 음험하고 심술 궃다. 한마디로 매혹적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모든 책의 서평 문구에 동감하는 바다.

이 책은 역사서이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다.
생생함을 살게 하는 것은 이 책의 정치적 권력싸움이 현재에도 고대로 재현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600년전 사람을 생생하세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사람 <캐릭터>

헨리 8세와 앤 볼린의 사랑이야기는
그 딸 엘리자베스의 치세와 더불어 무던히도 영화화 되서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사랑 너머로... 영국이 치열한 작전끝에 교황으로부터 교회를 독립시키고
봉건 제후의 세력을 약화시켜 결국 왕권을 강화시켰는지
이렇게 생생하게 남긴 작품도 없다.
(내가 안 읽었을수도.. -0-)

크롬웰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청교도 혁명을 다룬 책인줄 알았다.
(올리버 크롬웰이랑, 토마스 크롬웰이랑 헛갈렸다.
이번에 다시 찾아봤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다. -0-)

영화도 드라마 속에서 음흉한 권력욕의 화신, 울지 추기경을
먹보캐릭터의 귀엽고 유머러스한 인물로 그린 것도 신선했고..
(토마스 크롬웰은 헨리 8세의.. 그 강력한 왕권 독점력을 울지 추기경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참.. 아이러니 하다. 추기경의 교육 시킨 인물이 교회 독립을 선언하다니 말이다)

앤 볼린을 교태스러운 악녀가 아닌 영리하고 합리적인 인물로 그린 것도 재미있었다.

2권 P.227에 보면.. 앤볼린의 언니 메리가 이런 말을 한다.
"메리(아마도 앤의 오타일듯 이런 오타는 좀!!)는 톰 와잉엇을 시인으로 만들었고, 해리 퍼시를 광인으로 만들었어요. 앤은 당신 역시 무언가로 만들어 놓을 생각이 서 있을꺼에요"
 

앤은 결국 헨리 8세를 영국 국교회 수장으로 만들었다.
남자를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리한 머리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 대단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바로 토마스 크롬웰의 캐릭터에 있다.

1권에서는 울지 추기경의 몰락이 나오는데...
추기경의 몰락에서도.. 추기경을 끝까지 모시는 의리의 인물로 나온다.
(이 또한 아이러니다. 토마스 크롬웰은 신교인이다. 그런데도 추기경 울지가 후원하며...
정계에 진출한다. -0- 울지는 종교보다는 능력위주로 사람을 등용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울지는 그릇이 큰 사람인가?)

토마스 크롬웰은 대부업자고.. 그리고 대부업을 통해서 강력한 권력을 얻는다.
셈이 느린 귀족에게 빚을 내어주고.. 자기가 필요할 때 빚을 무기로 귀족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는다.  크롬웰 시대에서의 영국은 더이상 귀족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본이다.

p 169
세상을 움직이는 곳은 안트베르펜이고 피렌체이며, 퍼시가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는 그런 곳이다. 리스본이, 실크 돛을 단 배가 햇빛을 받아 불타듯 환한 빛을 뿜으며 서쪽으로 출발하는 그런 곳이 세상을 움직인다. 성벽이 아니라 회계 사무실에서 세상을 움직이며, 군용 나팔 소리가 아니라 딸깍거리는 주판알이 세상을 움직인다. 총의 격자와 빗장이 세상을 움직이는게 아니라 총과 탄약 비용을 지불하고 총포업자에게 비용을 대기 위해 약속 어음을 서명하는, 펜대 굴리는 소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아마 크롬웰 시대 이후에는.. 늘 이런 식으로 세상이 움직였을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강력한 군대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강력한 군대를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혹은 국가가 움직인다.


이렇게 강력한 부를 가지고 왕에게 접근해서 대장장이의 아들로 왕의 비서관, 최측근이 된 크롬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를 내려놓은 합리적인 인물이다.

p. 503
크룸웰이 돌와주면 그가 당신을 도와줄 거요. 크롬웰에서 충성을 보이고, 부지런히 일하고 그를 대신해서 정보(돈이 아니다. 정보다!)를 가져다줘요. 그러면 꼭 보상이 있을꺼에요. 크롬웰은 좋은 친구며 주인이에요.


참.. 충성을 보이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꼭 보상을 받는 건 아니다.
이런 상사가 있다면 나도 꼭 모시고 싶다.
사람은 자리가 높아질 수록 권위적이 되기 마련이다.
울지 추기경이 그랬듯 말이다.
그렇지만, 크롬웰을...권력의 정점에 서서 다른 이를 돌보고 은혜를 베푸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라고 권한다.
토마스 모어에서 명예로운 죽음보다 합리적인 삶을 선택하라고 한다.
(이 이 책의 최고 캐릭터 중 하나는 이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를 쓴 이 인물이.. 그렇게 합리적이고 사회개혁적인 척 책을 써 놓은 인물이
이렇게.. 권위적일 수가.. -0- 어떻게 글이 거짓말을 하지?)


거기에다가 자신에게 엄격하다. 자신을 합리화하기 보다 자신의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노력한다.

P. 548
내 죄는 곧 내 힘이이야.  내가 저지른 죄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죄를 저지를 기회조차 찾지 못했지. 난 그 죄들을 내 품에 부등켜안았어. 그건 내 것이야. 게다가 난 심판의 날에 비망록을 하나 들고 갈 거야. 나를 만드신 분에게, 여기 오십 가지 항목이 있어요. 어저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라고 말할 거야.

아.. 이런 사람이 필요해
자기가 저지른 악덕을 똑바로 보며, 그 악덕을 저지르며 자신의 가야할 곳을 올곧게 간 사람 말이야. 스스로 잘못이 아니라며.. 결과를 위해서 과정을 포장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자기는 결백한 사람처럼 말이 안통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말이다.

왕의 비서관이라는 2인자의 자리에 서서...
자신의 정적을 제거해가며, 자신이 원한 바를 이룬 사람이라면.. 어찌 죄를 50가지만 지었겠는가 말이다.  자기가 죄인이라는 걸 알고... 이른바 죄를 저지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뿌듯해 하는 악인말이다.  매력적이다.

물론 이 책은 토마스 크롬웰이 정점까지만 기술되어 있어..
그가 나락으로 빠지며 어떻게 캐릭터가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술되지 않은게 좀 슬프지만...
나를 일주일 동안.. 틈틈히 영국 역사 공부를 해가면서 빠져들게 만들었던.. (하루 2-3시간씩 꼬박 읽었다) 그리고 너무나 생뚱맞은 곳에서 끝나버려서 날 아쉽게 만들었던...

올해 읽은 최고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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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1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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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단 이 책을 알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것들….

1) 정복자의 시작.
노르만 왕조 –한 손에 영국을, 또 한 손에 프랑스를…
영국의 왕은 정복왕 월림엄 이전에는 대부분 북유럽 사람들 차지였다.
크누크 왕조… 이름만 들어도 바이킹스럽지 않은가?
(하긴 영국 신사 어쩌고 저쩌고 그러지만 영국은 바이킹의 후손이니까.. -0-)

<이사람이야.. 정복왕 윌리엄>
1066년 노르망의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하고 왕위를 차지, 이후에 유럽대륙의 봉건제를 가지고 오며 영국의 대륙형 역사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노르만 왕조를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윌리엄의 손자들이 다 죽어버렸고.. 프랑스 왕가로 시집간 손녀 마틸다를 통해서 왕위는 이어지는데 이 책에서도 많이 나오는 플랜태저넷 왕조라고 부른다. 또 다른 이름은… 앙주 왕조당…

아.. 노르만.. 앙주 어디서간 들어본 이름이다. 다덜 프랑스의 지명이당!!!
그렇다. 이들은 노르망디 왕조나, 플랜태저넷 왕조나.. 영국의 왕가기도 했지만, 프랑스의 강력한 귀족이기도 하다는 거다. 윌리엄공은 노르망 공작이었고.. 플래테너넷 왕조의 헨리 2세는 프랑스 왕자인 동시에 앙주 공작이었다. 명목상으로 영국왕은 프랑스 왕의 신하였지만 그 위세는 비슷비슷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작된게.. 100년 전쟁이다.

2) 난.. 이런 사람이야.

샤를 4세가 아들 없지 죽자, 프랑스에서는 샤를 4세의 사촌 필리프 6세가 왕위에 올랐는데….
여기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나선다.

“야.. 필립 더 비켜… 너랑 나랑 팔촌 정도 되나? 하지만 울 엄마 이자벨라 왕비는 샤를 4세 누나얌.. 그니까. 너보다 내가 더 프랑스 왕위에 정통성이 있다고!!! 족보 잘 챙겨보라구~~”

이러면서 에드워드는 노르망 해안으로 배를 끌고 침공하지.
이 전쟁은 무려 116년이나 지속돼.

물론 그때마다 계속 전쟁질만 한 건 아니얌. 그 동안 전쟁을 틈타서 내란도 잃어나고 왕위 계승 권가지고 다툼도 일어나기도 해. 하지만 국내 사정이 안 좋을 때는 불평등한 휴전협정을 맺어야 했으니.. 국내 사정이 안정되면 바로 전쟁질에 들어가지. 초반에는 영국이 유리해. 영국은 노르만과 앙주등 강력한 병참가지를 가지고 있었고 프랑스의 상공업 특화 도시인 플랑드르(모직 공장 도시라고 해야 할까?)도 영국 편에 붙었어. 거기다가 프랑스제보다 좋은 장궁(큰 활)로 프랑스 기마병들을 휩쓸고 다녔거든.. 그래서 마침내 샤를 7세는 오를레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토를 잃어버려.

근데 그때 나타났어. 바로 오르레앙의 처녀 ‘잔다르크’가~~~  




영국 루앙 종교 재판에서는 마녀로..
1920년 로마 교황청에서는 성녀로 추앙된..
마녀이자 성녀인 잔다르크는 빛나는 갑옷을 입고 잃어버린 프랑스의 국토를 회복하지 ^^;;;
영국의 계속 패퇴하면서 어쩔 수 없는 프랑스 영토 밖으로 밀려나.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많은 프랑스령을 확보할 수 있었어.
아직 노르망도 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 칼레도, 포도주 제1생산지 ‘보르도’도 영국령이었어.
헐.. 이때 영국왕조가 제대로 정치만 했어도.. 우리는 영국산 보르도 와인을 마시는 거였나? ㅋㅋ
하지만 칼레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국령 프랑스는.. 장미전쟁에서 잊어버려.
영국이 30년동안 내란을 겪는데 샤를 7세가 가만히 있겠냐고. .자신이 얼마나 비루하게..오르레앙의 처녀 때문에 겨우겨우 대관식을 치뤘는데.. 복수의 칼날을 갈던 샤를 7세는 노르망디를 시작으로 영토 수복작전을 치루게 돼.

이 책에 나오는 칼레는 나중에 피의 메리 때.. 프랑스에서 패해 넘겨. 유럽대륙에 더 이상 영국 영토가 남아있지 않게 된거지.. 가만히 생각하면 이때서야.. 거의 16세기나 되야 근대적인 개념의 국경이 생겼다는 의미야. 100년 동안의 전쟁을 통해서 민족의식도 생기고..


3) 자 마지막으로 장미전쟁이야

이 전쟁의 핵심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들어있지만, 아마도 저 100년 전쟁의 여파가 아닌가 싶어. 프랑스 전쟁에서 패하고 돌아왔는데 랭카스터 왕조의 헨리 6세는 왕비의 말만 듣는 거야. 그 여자는 앙주 공작 딸 출신인데 말야. 그러니 영국 봉건제후들이 가만 있겠냐고!!! 돈은 돈대로 쓰고 영토도 못 얻은 100년 전쟁 끝냈는데 프랑스 아줌마 말만 듣게 생겼는데… 그래서 요크 가문(플랜태저넷 왕조) 출신이 반란을 일으켜.

“야… 비켜. 너 프랑스 아줌마 말 들을 꺼면.. 그 자리에서 나와!! 내가 왕 할래. 족보를 잘 찾아 보면… 나한테도 왕위 계승권이 있다고!!!”

다들 알다시피.. 요크 가문의 문장은 붉은색, 랭카스트 가문의 문장은 하얀색이야. 그래서 장미전쟁이라고 부르는 거지. 

<이게 문장들이얌.. 색만 다르지 다 똑같은데 말야> 

 

 

 

초반의 승리는 요크 가문에게 들어가는 듯 했어. 요크의 리처드가 헨리 6세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헨리 6세 사후의 왕위계승권을 확보 했거든… 근데 안 그래도 야심만만한 앙주의 마거렛 왕비님이 가만히 있겠냐고!!! 자기 아들 왕위계승권을 빼앗겼는데..
나라도 가만 안 있겠다. 급습에 패했으니..
마거렛 왕비님도 급습을 한거얌..
요크의 리처드 공을 급습해서 암살하는데 성공했거든..
원래 피는 피의 복수를 부르지. 리처드의 아들 에드워드 4세가 결국 헨리 6세 군대? 아니지.. 앙주의 마거렛 공주님의 군대를 이기고 요크 왕조를 창시해..

하지만 요크 왕조는 오래 못가.
우리나라의 세조처럼..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람이 나오거든.
헨리 6세를 이기고.. 요크 왕조를 창시한 에드워드 4세가 죽자, 어린 에드워드 5세가 즉위하거든.
근데 이걸 나이 많고 욕심 많은 삼촌이 못 보겠는거야.. 그래서 에드워드 5세와 그의 동생들을 모두 런던 탑에 가둬버리고 리처드 3세로 즉위해. 이게 이 책에서 말하는… <사라진 왕자들이야.>

자 리처드 3세가 왕위를 찬탈하자, 다른 사람들한테도 명분이 생긴거야(우리나라로 말하면 사육신이라고 할까?) 랭카스터 왕조의 방계인 헨리 튜더가 요크가의 지지를 받아서 리처드 3세와 전투를 벌여.

“야.. 조카를 죽이고 왕 되면 좋아? 너같이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 어떻게 왕이 된다고 그래?
그 자리에서 나와.. 얼른!!!”

결국 헨리 튜더가 리처드 요크 3세를 물리치고… 30년 전쟁의 막을 내리지.
헨리튜더는 요크 에드워드 4세의 딸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으로 정통성을 얻으면서 헨리 7세로 즉위해. (근데 영국역사를 공부하면서 느끼건데.. -0- 왜 이리 왕들 이름이 비슷비슷하냐고… 헨리 아니면 리처드.. 아니면 에드워드얌.. -0- )

그리고 헨리 튜더와 엘리자베쓰의 아들내미가 바로 헨리 8세… 바람둥이 왕이지.

<헨리 8세하면 누가 뭐래도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가 최고지. 이 영국청년은..  멋져서 좋아. 책에나온 헨리보다.. 이 청년이 더 좋아 ㅋㅋ>

 

여기 나오는 거대 귀족들 대부분이 다 요크의 리처드 공작의 자손들이얌..
엑시터 후작네는… 헨리 튜더와 이종사촌이고.. 몬태규는 6촌이지.

헨리8세가 아들이 없는 상황에서.. 메리가 몬태규의 아들과 결혼하면.. 정말 강력한 왕위 계승권이 생겨..  그니까 헨리 8세와 토마스 크롬웰이 그렇게 몬태규 가와 엑시터 후작네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거얌. 아주 강력한 정적이었거든..

자 이제 헨리 8세의 가족관계를 다 알아봤어? 이걸 읽고 나며 울프홀을 읽으면 좀 더 쉬워질꺼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초큼초큼씩 찾아봤던 영국의 역사니까 말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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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벤트리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미래사 시리즈 2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배지훈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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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현기증을 유발하는 작가가 둘있다.
그 중 하나는 아서 클라크. 또 다른 작가가 바로 하인ㄹ인다.
(헉.. 둘다 SF거장이얌.. ㅠㅠ)
아서 클라크는 공간에 대한 묘사가 끝내주는 작가다.
'낙원의 샘'에서나 '라마와의 랑데뷰'를 봐라.
섬세하게 묘사된 공간에 현기증이 난다.
(난 덱스트를 공간화해서 상상하는 것이 어려운, 공간지각력이 부족하다)

하인라인은 아서 클라크처럼 공간묘사가 탁월한 작가는 아니다.
물론 그가 그려 놓은 미래 세상의 밀도는 끝내준다는 말이 어울리다.
누구나 인정하는 SF소설의 대가, 하인라인이 나에게 현기증을 유발시키는 이유는 인물 때문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신체건강한 젊은 백인이다. -0-
물론 백인작가가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만큼 꼴불견은 없을 테지만..
그의 주인공은 어쩜 그리 주인공스러운지 모르겠당.

naive란 단어는 순진한, 혹은 고지식한으로 번역되지만  (특히 젊기 때문에 )세상을 모르는,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 하인라인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naive하다.

처음에는 세상을 모르고 이용당하더마 어느 순간 세상을 맞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들의 목표에는 갈등도 없고 주저함도, 두려움도 없다. 어려움은 젊음으로 극복해 나가고
끝내 목표를 이룬다.
(하다못해 '프라이데이'에서의 주인공은 인조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완벽한 신체를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젠장. 아름다운 외모와 완벽한 신체가 아니면 주인공 못하냐?  하인라인의 소설은 헐리우드냔 말이다)

그래 많이 양보했다. 모든 소설이 이러하지, 별다를 것 있겠냐만은..
하인라인소설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인물이 있다.
바로 노인, 혹은 어른이다.

서사문학에서의 어른들은 여러가지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내가 좋아라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켄지' 시리즈의 어른은 켄지의 아버지다.
그 소방대원 켄지의 아버지는 켄지의 반모델로 켄지를 폭력속에서도 절대 정의를 잃지 않는 경계가 되어준다.  호그와트의 교장선생님 덤블도어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 해리포터를 보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넘의 하인라인 소설에서는 이런 롤 모델이든지, 반모델이든지 간에 어른들은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제정일치의 사회. 예언자를 지키는 존라일은 성처녀 주디스에게 한눈에 반하고
성처녀의 역할을 알아내곤 사랑하는 주디스를 지키기 위해서 예언자를 반하는 반군에 입대한다.
지금까지 믿었던 진실이 사실은 왜곡된 진실임을 알게 된 존 라일은 전쟁에서 지대한 공을 세우며
세상을 구원한다. -0-
물론 하인라인이 말하는 세상에서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왜곡된 진실과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 자유의지가 강탈된 사회에 대해서...
하인라인이 쓴 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그러나 한두 편이라면 모를까, 이런 식의 소설을 여러 편 읽고 있자니, 현기증이 나올 뿐이다.

맨날 속으면서... SF거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또 다시 보게 되는 하인라인의 소설은 이제 정말 끊어야 할 때가 온 듯 싶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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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
빅토르 로다토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진짜 어렵다 마틸다...
이걸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부른다면 아마 큰 코 닥칠듯 하다.
늘 소설을 보면서 이것이 영화화 된다면 주인공은 누가하는게 좋을까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데...
마틸다는 읽는 끝내.. 열세살 짜리 소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짜로.. 진짜로.. 어렵당..
열세살짜리 소녀의 시건방진 말투로 쓰여졌지만
이 책은 중년을 넘어선 작가의 독백처럼 느껴질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소설은 '처녀들 자살하다' 다.
딸 넷의 청교도적인 집안의 딸 중 하나가 자살하고 일년...
나머지 딸들 모두 그 날을 기해서 또 다시 자살한다.

처음 자살한 딸의 자살 원인 따위는 상관없다.
그저... 자매를 잃은 소녀들은 그 날부터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고
그 특별함(?) 때문에 생기를 잃어버리고 삶의 목표까지 강탈당해 자살한다는... 내용이다.

자.. 그럼 평범함을 잃은 소녀 마틸다는 어떻게 될까?
마틸다를 특별해지기로 결심한다.
그래서 언니의 삶을 스토킹하며 언니의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소리 없이 캐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소리친다.
자신의 특별함(?)을.. 슬픔으로 무장된 자신을, 생기를 잃고 말라 비틀어진 자신을 봐달라고 외친다. 그러나 모두 특별해진 가족들 누구도.. 마틸다에게 손 내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다행히 우리의 되바라지고 시건방진 소녀 마틸다는.. '처녀들 자살하다'의 처녀들처럼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을 듯 싶다.
그녀에게는 삶의 목표가 있었다.
언니의 삶을 스토킹하고, 언니의 진실을 알아내고
그리고 그 진실을 아무도 알지 못하게 꽁꽁 숨겨버려야 하는 목표.
그 상처를 아무도 알지 못하게 숨겨야 하는 일..
그건 특별해진 마틸다의 다른 가족, 엄마와 아빠의 특별함을 배려하는 열세살 소녀의 사랑법이다.

상처는 누구든지 특별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상처를 동여매고 전진하게 만드는거..
그 특별함을 버리고 평범해 질 수 있다는 건...
삶의 목표가 있기 때문인 듯 싶다.

열세살 소녀 마틸다도 찾은 삶의 목표가 나에게도 있는지...
스스로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본다.

 * 오프라 윈프리가 추천하는, 마틸다를 읽기 위한 여덟 가지 질문
1. 거짓말에 진실보다 더 아픈 진실이 담길 수 있을까?
2. '결백'은 '정의로움'의 동의어가 될 수 있을까?
3. 우정은 과연, 사랑보다 안정적이며 영원히 지속되는 감정일까?
4. 좋은 결말보다는 불길한 끝을 기다릴 때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5.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별이 두려워질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6. 가족의 사생활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깊이 알고 있을까?
7. '애도'란 죽음을 잊는 것일까, 아니면 기억하는 것일까?
8. 내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이 책을 보고 이런 생각거리를 해 낸 오프라 윈프리를 존경(?)하게 됐다.
난 아무리 이 책을 읽어도 이런 질문도 생각해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 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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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 상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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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의 다른 루헤인의 책처럼 이 책은 구성은 끝내준다.
전세계인이 모두 알고 있는 베이브 루스가 프롤로그를 이끌며 주인공 루터와의 인연으로 몰입도를 높혀준다. 물론 베이브 루스가 에필로그를 마치며 또 다른 주인공 노라와 대니의 미래를 밝히며.
굉장히 감상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서 이야기를 포장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 대니스 루헤인이 미국 역사 소설을 쓴다면
그 유명한 마피아 갱들의 태동기, 불법이 판치고 인권이 자리잡기 전인...
미국 1920년대보다 더 훌륭한 시대는 없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지만 솔직히 이야기 하자.
지금까지 나온 어떤 루헤인의 책보다 난 이 책이 몰입하기 어려웠다.


보스턴 경찰, 아니 보스턴의 토호 세력으로 자리잡은 아일랜드계 가족과...
자기가 저지른 범죄로부터 탈출한 흑인이 1919년 세계 제 1차 대전을 끝마치고 겪는 사건들을
가난, 마약, 범죄, 차별, 그리고 공산주의 기타등등 격변기에 마주하는 온갖 사건들을
루헤인 특유의 사건 중심으로 빠르고 힘차게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그런데... 왜 난 재미가 없었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국 1919년 역사에 공감해줄 만큼 너그럽지 못했고..
(미국 역사소설은 맨날 이렇지 뭐. 남북전쟁 아니면.. 금주시대 이야기)
극을 이끌어 가는 대니나 루터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궁금했던 건 1919년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가 아니었다.
스페인 독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사건도,
(전세계적으로 천만명 넘게 사망한 최악의 전염병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은까?)
금주법을 앞두고 무리하게 맥주를 생산해서 당밀 탱크가 폭발해버린 사건도 아니었다.
맥카시 선풍 전에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뼈 깊은 증오를 보고 싶은 것도 아니었으면
보스턴 경찰이 처우 개선을 위해서 파업을 한 과정도 아니었다.

그저.. 이 사건을 통해서 한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는가였다.

그렇지만 주인공 대니는 뭐랄까... 너무나 대니같은 인물이 끝까지 대니로 살아간다.
사회의 잣대와는 다른 자신의 잣대를 가지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법이라 불리는 사회적 정의를 깨뜨리는 외롭고 지쳐버리는 캐릭터.

음.. 루헤인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감인 인물이다.

또 다른 주인공 루터?
흑인이라는 정체성을 타고 났고 흑인으로서 백인사회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대니의 흑인 쌍둥이다.
둘다 준법정신 따위는 개에게 줘버리고
스스로의 가치를 위해서 목숨까지 내다받칠 인물들이다.

거기다가 이 인물들의 마지막은 어찌나 해피엔딩인지...
반전도 클라이막스도 없이
그 시대를 살아간 소설적 영웅(현실적 영웅과는 다른)들의 동화같은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젠장..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거기다가.. 왜 이렇게 책이 무겁냐고............)
소설이다.

켄지로 시리즈나 번역되길 기둘려야징..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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