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홀 2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울프홀 1에는 울프홀을 읽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에 대해서 말했으니..
이번에는 울프홀 자체에 대해서 말해보자.

이 책 진짜 재밌다. 이 책의 뒷편에 나오는 온갖 광고 문구가 헛으로 쓰여지게 아니다.

북포럼에서는  

만일 당신이 나와 비슷하다면,<울프 홀>을 다 읽었을 때 천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이
두 배는 더 긴 글이기를 바라게 될 것이다.

뉴욕타임즈에서는
장난기 넘치면서 우아하고, 섬세하면서도 풍부하다.
통렬하리만치 탁월하게 재현된 등장인물들의 날 선 음모와 계략이 쉼 없이 굵은 호흡으로 그려진다. 예리한 관찰을 신중히 선별한 몇 마디로 말로 압축했다. 능란하고 악마적이며, 음험하고 심술 궃다. 한마디로 매혹적이다.

이것뿐만 아니라, 모든 책의 서평 문구에 동감하는 바다.

이 책은 역사서이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다.
생생함을 살게 하는 것은 이 책의 정치적 권력싸움이 현재에도 고대로 재현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600년전 사람을 생생하세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사람 <캐릭터>

헨리 8세와 앤 볼린의 사랑이야기는
그 딸 엘리자베스의 치세와 더불어 무던히도 영화화 되서
그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어떤 결말을 맺었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 사랑 너머로... 영국이 치열한 작전끝에 교황으로부터 교회를 독립시키고
봉건 제후의 세력을 약화시켜 결국 왕권을 강화시켰는지
이렇게 생생하게 남긴 작품도 없다.
(내가 안 읽었을수도.. -0-)

크롬웰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청교도 혁명을 다룬 책인줄 알았다.
(올리버 크롬웰이랑, 토마스 크롬웰이랑 헛갈렸다.
이번에 다시 찾아봤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다. -0-)

영화도 드라마 속에서 음흉한 권력욕의 화신, 울지 추기경을
먹보캐릭터의 귀엽고 유머러스한 인물로 그린 것도 신선했고..
(토마스 크롬웰은 헨리 8세의.. 그 강력한 왕권 독점력을 울지 추기경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참.. 아이러니 하다. 추기경의 교육 시킨 인물이 교회 독립을 선언하다니 말이다)

앤 볼린을 교태스러운 악녀가 아닌 영리하고 합리적인 인물로 그린 것도 재미있었다.

2권 P.227에 보면.. 앤볼린의 언니 메리가 이런 말을 한다.
"메리(아마도 앤의 오타일듯 이런 오타는 좀!!)는 톰 와잉엇을 시인으로 만들었고, 해리 퍼시를 광인으로 만들었어요. 앤은 당신 역시 무언가로 만들어 놓을 생각이 서 있을꺼에요"
 

앤은 결국 헨리 8세를 영국 국교회 수장으로 만들었다.
남자를 무언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리한 머리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 대단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백미는 바로 토마스 크롬웰의 캐릭터에 있다.

1권에서는 울지 추기경의 몰락이 나오는데...
추기경의 몰락에서도.. 추기경을 끝까지 모시는 의리의 인물로 나온다.
(이 또한 아이러니다. 토마스 크롬웰은 신교인이다. 그런데도 추기경 울지가 후원하며...
정계에 진출한다. -0- 울지는 종교보다는 능력위주로 사람을 등용한 것 같은데
그러고 보면 울지는 그릇이 큰 사람인가?)

토마스 크롬웰은 대부업자고.. 그리고 대부업을 통해서 강력한 권력을 얻는다.
셈이 느린 귀족에게 빚을 내어주고.. 자기가 필요할 때 빚을 무기로 귀족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는다.  크롬웰 시대에서의 영국은 더이상 귀족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본이다.

p 169
세상을 움직이는 곳은 안트베르펜이고 피렌체이며, 퍼시가 상상조차 해 본적이 없는 그런 곳이다. 리스본이, 실크 돛을 단 배가 햇빛을 받아 불타듯 환한 빛을 뿜으며 서쪽으로 출발하는 그런 곳이 세상을 움직인다. 성벽이 아니라 회계 사무실에서 세상을 움직이며, 군용 나팔 소리가 아니라 딸깍거리는 주판알이 세상을 움직인다. 총의 격자와 빗장이 세상을 움직이는게 아니라 총과 탄약 비용을 지불하고 총포업자에게 비용을 대기 위해 약속 어음을 서명하는, 펜대 굴리는 소리가 세상을 움직인다.


-아마 크롬웰 시대 이후에는.. 늘 이런 식으로 세상이 움직였을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은 강력한 군대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강력한 군대를 소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혹은 국가가 움직인다.


이렇게 강력한 부를 가지고 왕에게 접근해서 대장장이의 아들로 왕의 비서관, 최측근이 된 크롬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를 내려놓은 합리적인 인물이다.

p. 503
크룸웰이 돌와주면 그가 당신을 도와줄 거요. 크롬웰에서 충성을 보이고, 부지런히 일하고 그를 대신해서 정보(돈이 아니다. 정보다!)를 가져다줘요. 그러면 꼭 보상이 있을꺼에요. 크롬웰은 좋은 친구며 주인이에요.


참.. 충성을 보이고 부지런히 일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꼭 보상을 받는 건 아니다.
이런 상사가 있다면 나도 꼭 모시고 싶다.
사람은 자리가 높아질 수록 권위적이 되기 마련이다.
울지 추기경이 그랬듯 말이다.
그렇지만, 크롬웰을...권력의 정점에 서서 다른 이를 돌보고 은혜를 베푸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라고 권한다.
토마스 모어에서 명예로운 죽음보다 합리적인 삶을 선택하라고 한다.
(이 이 책의 최고 캐릭터 중 하나는 이 토마스 모어.
유토피아를 쓴 이 인물이.. 그렇게 합리적이고 사회개혁적인 척 책을 써 놓은 인물이
이렇게.. 권위적일 수가.. -0- 어떻게 글이 거짓말을 하지?)


거기에다가 자신에게 엄격하다. 자신을 합리화하기 보다 자신의 진실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노력한다.

P. 548
내 죄는 곧 내 힘이이야.  내가 저지른 죄들, 다른 사람들은 그런 죄를 저지를 기회조차 찾지 못했지. 난 그 죄들을 내 품에 부등켜안았어. 그건 내 것이야. 게다가 난 심판의 날에 비망록을 하나 들고 갈 거야. 나를 만드신 분에게, 여기 오십 가지 항목이 있어요. 어저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라고 말할 거야.

아.. 이런 사람이 필요해
자기가 저지른 악덕을 똑바로 보며, 그 악덕을 저지르며 자신의 가야할 곳을 올곧게 간 사람 말이야. 스스로 잘못이 아니라며.. 결과를 위해서 과정을 포장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며 자기는 결백한 사람처럼 말이 안통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말이다.

왕의 비서관이라는 2인자의 자리에 서서...
자신의 정적을 제거해가며, 자신이 원한 바를 이룬 사람이라면.. 어찌 죄를 50가지만 지었겠는가 말이다.  자기가 죄인이라는 걸 알고... 이른바 죄를 저지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뿌듯해 하는 악인말이다.  매력적이다.

물론 이 책은 토마스 크롬웰이 정점까지만 기술되어 있어..
그가 나락으로 빠지며 어떻게 캐릭터가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술되지 않은게 좀 슬프지만...
나를 일주일 동안.. 틈틈히 영국 역사 공부를 해가면서 빠져들게 만들었던.. (하루 2-3시간씩 꼬박 읽었다) 그리고 너무나 생뚱맞은 곳에서 끝나버려서 날 아쉽게 만들었던...

올해 읽은 최고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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