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 Confession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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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본 추리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보지도 않아서... 호불호를 이야기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나는 일본 추리소설을 많이 보지도 않았다.
보면 볼 수록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임 소리 마마>나 <아웃>, <악인>등이 내가 본 일본 추리소설이다.
(그외의 소설도 좀 봤지만, 가장 불편했던 소설들이기때문이 이 소설을 중심으로 쓴다)

이 소설을 봤을 때 내 느낌은  가해자가 가엾다는 것이었다.
다덜 멀쩡한 사람들을 살인하고... 도망다니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물론 과연 멀쩡했던 사람들이었는지는 뒤로 하고
암튼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았던 사람이다. 그 과정이 어쨌든지 간에 그건 큰 죄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어보면 그 범인들은 사회적으로 외톨이다.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항상 빼앗긴 사람들,자신의 목소리를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누군가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있었다면 아마 그들은 그런 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쓰여진 것 같아서

참.. 씁쓸하다.
모든 범죄는 이유를 갖지만
그 이유때문에 용서 받을 수 있는 범죄는 없다.
더욱이 이런 식의 동정적인 용서를 구하는 소설들이 나는 파렴치하다고 느껴진다.
범죄는 범죄다.
그런 불쌍한(?) 범죄자들때문에 자신의 가족이 범죄의 위험이 놓여진다면 그들에게 동정심을 갖게 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보고 위와 같은 소설을 읽기 바란다.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말이다.
(가해자를 피해자로 뒤바꾸는 추리소설이라니.. 헐~~~~~)

또 하나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영화들이 있다.
"테이큰","모범시민"류다.
(줄거리만 봤고, 내용은 안봤으니... 비판하는게 옳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테이큰을 딸을 납치당한 아버지가 딸을 찾는 내용이고..
모범시민은 가족을 몰상당한 남편의 복수극이다.
대리만족으로는 속 시원한 내용이 아닐 수 없지만..
난 테이큰과 모범시민의 주인공처럼 슈퍼맨이 아니다.
만약 우리 가족이 저런 상황에 처한다면
난 아무런 복수도 할 수 없이 울화통으로 삶을 마감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저 놀라운 슈퍼맨들이 복수극은 시원하다기 보다 날 우울하게 만든다.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나는 복수마저도 제대로 할수 없다.


그런데 여기 새로운 일본 영화 '고백'이 있다.
일본 영화나 만화를 보면.. 일본은 14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래서 그 14세 미만이 벌인 범죄, 그리고 그로 인해서 고통 받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14살 미만의 청소년들이 벌이는 범죄가 우리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끔직한지..
아니면 법의 헛점을 노리고 어른들이 가상의 범죄를 만들어 내 영화로 소설로 만화로 소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난 청소년들의 범죄는 처벌하기보다 계도하고 교화시키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이라는데
저 일본 사람들의 원칙에 동의한다.

우리의 주인공 유코 선생님은
14살이 안된 소시오 패스와 싸이코 패스에게 아이를 잃는다.
그래서 철두철미하게 복수를 다짐한다.
그렇다고 이 선생님은 슈퍼맨이냐?
평범한 엄마다. 평범한 엄마지만 선생님이라서 아이들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 복수는 현란한 액션이 아니라.. 담담하고 차가운 썸뜩한 미소다.

그렇지만 이 영화도 보는 내내 불편했다.
아마 범인이 14살도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기 때문일꺼다.
4살짜리 꼬마를 살해하고 반성하지도 않은 채 남의 탓만 대며
또 다른 범죄를 꿈꾸는 어린 소년들이 가해자였기 때문일꺼다.

난 가해자들에게 어떤 동정 어린 감정을 갖는게 싫다.
공권력에 의한 처벌보다는 사폭력에 의한 복수가 피해자 가족들의 울화통이나 화병 예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교화불가능한 소시오 패스나 사이코 패스라는데도 동의한다.
그렇지만 말이다, 어린 만큼 최소한 두번째 기회를 줘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형사법적인 책임이 아니다. 최소한 자신의 죄를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시간, 혹은 계기는 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기가 뭔 잘못을 했는지 죄책감조차 없는 아이들에게 죄값을 묻는 것은, 용서를 구하라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가르쳐주는 것이 먼저다.
(물론 유코선생님도 가르쳐주시긴 한다. 그것이 그 선생님의 복수 방법이었지만..
그런 극단적인 선택 말고도 아이에게 죄책감을 가르치는 방법은 많았을 것 같다)


구성원 전체가 내가 살인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헐.. 이건 지옥이다.
주홍글씨를 이마팍에 써붙이고 다니는 것과 별 차이 없다. -0-
그런데 어떠한 치료도 상담도 없다.
사회적인 아무 감찰이나 보호도 받을 수 없다면 두번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째는 더 쉽다. -_-+ 이건 범죄를 저지르라고.. 등떠미는 것과 같다)


짜여진 구성이라고?
치밀한 반전?

나 이런것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유코 선생의 복수를 보며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을까?
한 아이를 잃은 엄마의 섬뜩한 미소의 복수.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다며..
이 영화와 책에 갈채를 보낸 일본 사회를 보면..
얼마나 무섭고 섬뜩한 사회인지 몸서리가 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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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부 세트 - 전2권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꽤 오래 전에 읽은 책이었다.
며칠 전에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원작을 왜곡해서, 한마디로 내가 읽으면서 이렇게 진행될꺼야 .. 라고 생각했던 스토리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 몇 달이 흐르면 작가가 쓴 소설과 전혀 다른 내 맘속에서 홀로 창작된 소설로 기억할 것이라서… 서평을 남긴다.

이 책은 북구의 추리소설이다.
좀.. 뉘앙스나 느낌이 영미추리소설과는 다르다.
요즘 유행하는 추리소설과도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
내가 요즘 읽었던 추리소설은…. 탐정역할을 하는 사람이 사건에 연관돼 있다는 거다.
내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고 싶은 전직 범죄자..
누명을 벗고 싶어하는 젊은 전과자.
내 딸을 살해한 범인을 죽여야 하는 젊은 아버지 등등등…
이런 주인공들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을 객관화시키지 못하게 방해하면서..
빠르게 감정이입 하게 만든다. 그래서 얼렁얼렁, 그 천인공노할 범인을 찾고 싶게 만든다.
거기에 비하며 이 소설은 조금 냉랭하다는 편이 맞다.

내 친구는(이 소설을 남성판 할리퀸 로맨스냐고 말했다.
맞다. 이 소설은 너무 마초적이다. -_-+ 주탐정 역할을 하는 남성 주인공은 쫌 맘에 안 든다.
아.. 이 멋진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이 좋아한다. -_-+
(작가가 많이 투영된 인물인데… 아.. 이런 자뻑작가는 본 적이 없다. .T.T)
능력도 얼마나 출중하신지 36년 전에 발생한 한 재벌 후계자 소녀 하리에트 반예르의 행방불명 사건을 해결해주신다. 그리고 40년 넘게 계속된 연쇄살인범도 멋지게 잡는다. 미카엘의 업적(?)을 비아냥거리듯이 주절거리고 있는 건, 이 주인공 미카엘에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쪽 같은 신념을 지닌 사람. 그래서 일이나 가정사에는 별로 아쉬운 것을 느끼지는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악화될 수 밖에 없는 딸과의 관계도 쿨하다. 그의 오랜 연인 에리카 베르예르의 관계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아쉽지 않을, 비상용 연인관계 말이다.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안막는다. (유부녀든, 소녀든 말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목숨을 바쳐서 찾고 싶은 건, ‘진실’ 그 자체다. 자신의 월간지 ‘밀레니엄’에서 어리석은 대중은 미처 알지 못하는 진실을 알려주고 베네르스토룀과 관련된 명예훼손 혐의를 벗는 것, 그것이 그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쿨(?)한 사람은 현실적으로 멋질지 몰라도 문학 속에서는 재수 없기 그지 없다. -_-+)

그런 미카엘에게 헨리크 반예르가 36년 전 행방불명 된 자신의 손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36년이라는 시간과 쓸 수 있는 모든 재화를 퍼붓고도 아직도 행방불명 된 소녀. 이미 최악을 결심한 반예르를 자신의 손녀를 죽은 범인이라도, 아니 그 날 36년 전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라도 알려달라면 미카엘을 고용한다. 헨리크가 미카엘에게 제시한 건.. 베네르스토룀이 범죄에 관련된 증거. 미카엘은 헨리크의 제안을 받아드리고 스웨덴 최대 재벌 중 하나인 반예르 가문의 숨겨진 광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시니컬하다 못해 냉랭하고 감정보다는 신념이 더 중요한 주인공의 사건 조사인 만큼 그의 편이 돼서 그가 빨리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거기다 해결하는 방법도.. 참… -0- 36년 전 형사들은 눈은 다 어디다 달고 있었는지? )

주인공은 맘에 들지도 않고, 스토리는 나의 생각과 동떨어져서 진행되는 소설이지만나는 이 소설 시리즈를 계속 읽을 예정이다. 왜냐면, 스토리도 남자 주인공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모든 사건의 핵심을 파고 드는 또 다른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 때문이다.

그녀는 자페증 환자다. 야스퍼스 증후군이라서, 한번 본 것은 사진기처럼 명확하게 기억해 낸다. 해킹과 자료 조사에 엄청난 능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건에서 진실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데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몰라서 금치산자가 됐다. 초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소소하게 보안업체에서 프리랜서 조사원으로 생활에 만족한다. (라스베트가 금치산자면.. 나는 대체 뭐냐.. T.T)

이 히로인이 뭣보다 마음에 든다. 힘들다고 남들에게 찡찡거리는 거 하나 없이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스스로 최선을 찾아가는 우리의 여성 주인공!! 한번 시작한 사건은 대가에 상관없이 끝을 보고 마는 추진력의 소유자. 미카엘의 목숨을 구해주고 대부분의 모든 사건을 풀어내며 거기다가 손가락만 자판에서 몇 번 두들기고 나면 세계 최상위 정보를 훔쳐 낼 수 있는 해킹 종결자.

다음 시리즈에도.. 나의 라스벨트는 운나쁘게도 미카엘과 엮여서 사건을 해결할 모양이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알고 한계 안에서 살아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뭐든지 절실하고 뭐든지 최선을 다하며 언제나 끝장을 보고 마는 여성 탐정 라스벨트가 있는 한.. 이 시리즈는 나에게 아주 아주 즐겁게 볼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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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달이 만나는 곳 - 201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봄나무 문학선
그레이스 린 지음, 최순희 옮김 / 봄나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은.. 뉴베리아너상이다.
이건 전미 도서관 사서선생님들이 선정하는 책이다. 비평가적인 입장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대하는 사람들이 뽑는 상이니 그 만큼 좋다. 뉴 베리 아너상에 선정되면 미국 모든 도서관에 그 책이 꽂힌다. 모든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그런 책인 만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나이 들어도 알 수 없는 삶의 진실과 작은 행복에 관해서 깨닫게 해 주는 책들이다.
그런데… 이럴 수가..
2010년 뉴베리 아너상은 나를 배신했다. T.T
<산과 달이 만나는 곳>은… 글쎄.. 이게 중국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 외에.. 중국 설화를 모티브로 하나의 풀 그림을 그렸다는 것 외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나에게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많은 어린이 주인공들은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가끔은 위험에 처하고 시험에 든다.
위험과 시험 속에서 자신이 진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이른바 어른들도 고를 수 없는 삶의 진실을 고른다. 그 진실이 아프고 쓰리고 서글퍼도.. 주인공은 진실을 고른다.
그게 주인공들이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다.
적어도 주인공은 떠날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책이 동양판 오즈의 마법사라고??
깡통과 겁쟁이 사자가 화내는 소리가 들린다.
깡통은 심장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 사람과 같은 온기를 지녔으면 좋겠다.
사자는 자신이 겁쟁이라는 것이 못 견디게 싫다. 자신도 용기 있는 사자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읽는 독자들은 안다. 깡통이 누구보다 따뜻한 로봇임을… 사자가 더 이상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심장과 용기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심장은 보이나?) 그 사람의 행동으로 보여진다. 도로시와 함께 오즈를 찾아 모험을 떠나면서 깡통은 행동을 통해서 누구보다 건강한 심장을 지녔음을, 사자는 더 이상 겁쟁이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그들이 원했던, 그 모든 것의 가치를 말이다. 이게 주인공들이 허구한날 모험을 떠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 민리를 볼까?
가난해도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 자란 민리. 아버지가 전해주는 아름답고 판타스틱한 이야기를 믿는다. 세상에 나가면 좀 더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욕심 없이 성실히 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구하기 위해서 달의 노인을 찾아 떠난다. 그렇지만 민리의 모험은 중국 설화를 짜집기 하는데 급급한 안락하고 안전한 모험일 뿐이다. 위험한 어른들을 만나지도 않고, 늘 궁지에 몰렸을 때는 짜잔..하고 나타나 도와주는 사람들이 꼭 있다.
날고 싶은 용은 쉽게 나는 법을 알게 된다. 무언가를 포기하지도 않고 선택하지도 않고, 그냥 알게 된다. T.T 그 물소 소년은 어떻게 됐는지.. 민리가 왕을 만나게 하는 매개체만 된 채, 그의 이야기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물소 소년의 사랑이야기는 어떻게 됐냐고?? 오작교라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결국 여행을 떠나기 전의 민리와 여행에 돌아온 민리는 별로 성장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영리하고 다른 사람의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모험을 떠난 줄 아는 용기를 지녔던 민리는 말이다. 민리는 한마디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창의성 있고 믿음이 돈독하며 부모님을 너무나 사랑하는 완벽한 어린아이였기 때문이다.

내가 긴 시간 들여서 이 이야기를 이렇게나 잔잔하게 씹어 대는 건 이 책이 중국 작가의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만약 중국이 아니라, 어디 모잠비크의 설화를 중심으로 이뤄진 책이라면 과연, 뉴베리 아너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요즘 중국 작가나, 중국 화가, 중국 디자이너들은… 그 중국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서양(문화의 중심이지 뭐)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50년 넘게 죽의 장막에 가리워져 있다, 20년 남짓 개방의 물결을 타고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말이다.

물론 중국은 17세기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명을 지녔던 국가고 그 문화적인 잠재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현재 중국이라는 타이틀을 지니면 그 내용과 질에 상관없이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내 비록 중국 문화권에서 속해 있어, 민리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하나도 새롭지 않아서 이 책의 아름다움을 미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롭다는 것만으로는.. 이국적이라는 것만으로는 좋은 책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책은 어린아이들에게는 권할 만 하지만..
어렸을 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은 삶의 진실을 알고 싶은 어른들에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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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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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을 쓸려고 보니 요즘 읽은 책들이 다... 하나같이 추리소설이당..
얼마전에는 죽어라 SF만 보더만요즘은 추리소설만 읽네.
다른 책들 좀 읽어야겠다는 반성이 든다.

그래도 이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재밌다.
읽고 있던 (이것도 추리소설이당) '살인자의 숲'이 요상하게 진도도 안나가고..
집중도 안되서... 다른 책 읽어야지 하고 꺼낸 책이 이 책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10년전, 2시간의 기억의 공백을 지닌 소년 토비아스는
여자친구 둘을 살해하고 그 시체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비록 그 소녀들이 살해됐던 시간을 기억할 수 없지만
토비아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 친구들을 죽였을 리 없다고 믿는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고 항변하지만..
소년범죄에서 때릴 수 있는 최고형량 10년을 언도받고 그 시간을 채웠다.
잘 생기고, 운동 잘하고 공부 잘해서 남부러울 것 없는 19살..
세상이 만만하기만 하고 절대로 나쁜 일 따위는 벌어질 것이라고 믿지 않은
그 장미빛 인생의 소년은 이제 미래를 빼앗긴 전과자가 되어 고향으로..
믿을 수 없지만 고향으로 돌아온다.

대부분 이런 과거를 지닌 사람들은 절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결백하다고 믿는데... 사람들은 나를 죄인으로 본다.
거기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 할아버지도 이 곳에서 나고 자랐다.
한마디로 다른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빤히 아는 곳
누구보다 나의 결백을 믿고 지지해줄 이웃과 친구들이 있는 곳
그러나 피해자들의 가족이 있고 피해자들의 친구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는 공공의 적이 되고 만다.

그런데 소년으로 소년원에 들어가 이제 청년이 된 토비아스가 출소하는 날..
그 근처에서 소녀의 사체가 유골이 돼서 발견된다.
그리고 시골 삶의 심심하기만 한, 영특하고 영리한데다 호기심이 만빵이 소녀 아멜리가 등장한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말하는 '진단이 나온다.'
아멜리의 호기심과 그 유골의 신원파악을 통해서 토비아스의 결백이 밝혀질꺼다.

모든 추리 소설, 특히나 이런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진행한다.
별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이 과정을... 10년전 숨겨진 과거로 가는 과정이, 어떤 풍경을 담고 있는가가 이 책의 재미를 좌우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섬세하고 단단한 풍경을 보여준다. 아주 흥미로운 풍경이다.

1박2일이라는 국민예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나만 아니면 돼.'다.
눈 쌓인 텐트에서 나만 자지 않으면 되고... 지역 특산물으로 만든 진수성찬을 눈으로만 즐기는 사람도 나만 아니면 된다. 모든 불행과 불운은 나만 아니면 된다.
비록 내가 죄를 짓고 공포에 떨며 죄책감에 떨고 있지만 그 죄 값을 치를 사람이 나만 아니면 된다.
나 대신 그 죗 값을 다른 사람이 있다면 나는 외면하고 침묵하고 말것이다.
그럼... 가슴이 울렁거리는 이 죄책감도 그 사람이 대신 지고 갈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침묵한다.
나의 딸의 행실이 밝혀질까봐.. 나는 침묵한다.
나의 사랑이 떠나갈 까봐.. 나는 외면한다.
나의 아들의 구하기 위해서 나는 가만히 있는다.

그렇게 집단이 침묵하고 외면하고 아무도 진실을 말하려 들지 않으니..
2시간의 기억의 공백은 소년을 옥죄어 살인자로 만들었다.

아..정말 잔인한 이야기다.
아무죄도 없이.. 열 아홉의 어린 소년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아무 일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기심..
나만 아니면 된다는 도덕적 불감증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모든 진실이 밝혀진들..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던 그 아름다운 시절을 잃은
그 소년에게 무슨 보상이 되겠는가?
그리고 그 진실이 그 죗값을 묵묵히 치른 소년에게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한번 느끼지만..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보고 싶었던 책들이 있다.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생각으로 범죄를 은폐하고 은닉하면 누군가에게 대신 죄값을 치루게 하는 책들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혹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신의 죄를 텀터기 씌우는 책들..  


 <원터앤 나이트> 이 책도 여러가지 상을 받은 작품인 만큼 추리소설이 가질 수 있는 온갖 재미를 다 가지고 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같은 주제의 책을 원한다면 강추. 그렇지 않지만 추리 소설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강추.  

 

<익명의 섬>-이문열..   

김복남 살인사건의 너무 직접적이고 잔인한 해결이 아쉬웠던 분들이라면, 이 책 익명의 섬도 재밌을 듯.. 집단이 한 개인에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하는 폭력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한 책. (너무 옛날 책이긴 하지만 이문열 샘이 역사소설로 빠지기 전.. 한마디로 소설가로서 잘나가던 시절의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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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알고 있다 블랙 캣(Black Cat) 20
로라 립먼 지음, 윤재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콜드케이스란 미국 드라마가 있다.
콜드케이스는 해결이 안 난 미해결 사건을 이르는 말이란다.
콜드케이스는 남겨진 증거를 통해 과거의 사건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그렇다고 물리적인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른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혹은 다른 이의 협박 때문에
그당시 차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시간이라는 만병통치약 덕분에 이제 용기를 내 말하거나 보호할 필요가 없어 비로소 운을 뗀 사람들에 의해 사건은 해결된다.
누군가를 보호하거나 다른이의 협박 때문이라면 중심에 '가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가족은... 늘 누군가에게 가장 큰 약점이 되기도 하고 가장 큰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늘 그 드라마를 보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자.. 여기 죽은 자는 알고 있다는...
콜드케이스가 왜  30년전에는 풀 수 없었던 문제가
3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 끝에 왜 해결될 수 있는지를 가장 잘(?) 써낸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느 날 소녀가 사라졌다.
소녀가 사라진 이야기는 온갖 작가들이 수십만가지의 방법으로 이야기 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와 여인 사이의 신체를 가지고... 
순결하고 순진한 때묻지 않은 감성을 지닌 그 소녀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 사건을 흥미진진해진다.

<죽은 자는 알고 있다>는 소녀 하나가 아니라 자매가 통째로 사라진다.
그러니 소녀 하나만 사라질 때보다는 100만배쯤 흥미진진해진다.

왜??
누가??
11살, 15살의 어린 소녀들을??

그러나 아무런 증거도, 최악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 소녀의 시체들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30년
그 시간동안 자매를 잃은 가족은 해체되고
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형사에겐 상처가 된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신문의 한 줄 기사에 불과한 사실이 어떤 사람에겐 낙인이 되버렸다.

베서니가의 자매들...

30년.. 이제 모두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때...
그 사건의 형사도 가족들도 모두... 잊고 싶은 사실이 될 때..
누군가 손을 들어 말한다.

내가 그 얘예요...
그 베서니가의 둘째.. 헤더...

책은 현재와 1975년, 1976년, 1983년, 1989년 등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진행하면서
사건을 매듭 지어가며 독자에게 긴장감을 제시한다.
과연 이 여자가, 헤더일까? 이 여자가 말하는 진술이 사실일까?
 
자매를 잃기 전 너무나 평범하고 지루한, 그렇지만 그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행복했던 일상,
자매를 잃고 가족의 해체되어 가는 과정..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잃고 다른 누군가가 되어 살아 가는 어린 소녀...
자신이 헤더라고 주장하는 여인을 둘러싼 형사들의 다양한 시선으로 사건을 엮어가면서
작가가 독자를 위해 마련한 클라이 맥스를 향해서 돌진한다.

(돌진했는데 나만 몰랐다. -_-+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의 해체된 과정, 자신의 신분을 잃고 살아간 피해자,
 미치도록 범인이 잡고 싶었던 형사 등등은 이 작품 아니더라도 숱하게 봤다고
 나에게 다른 새로운 것을 내놔~~~ 하면서 이 작품에 상을 준 앤서니와 메커비티를 원망했다.)

늘 말하지만 마지막 한 장을 읽을 때
그 한 장이 내가 이 책을 읽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 그것이 다섯시간이 됐든, 열시간이 됐든..
그 시간의 노력을 보상하는 책이 좋다.
그게 반전이든, 클라이 맥스든 작가의 위트든 말이다.
이 책은 충분히.. 중간의 조금은 지루하고 따분한 과정을 참고 견딜만한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따위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보고 나서 조금 멀멀해지는 책...
헤더라고 주장했던 여인의 슬픔과
딸들을 잃고서야 모든 것을 깨닫게 된 데이브의 안타까움과..
딸들을 잃고서야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은 미리엄의 선택과..
그리고 차마,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시작한 스탠의 어리석음이
잘 어울어진.. 멋진 책이다.

추리소설 마니아인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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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2011-09-17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중간에 지루해서 상 준 사람들을 욕했다는... 근데 마지막 장을ㅇ 읽고나니 처음부터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KNOCKOUT 2011-09-19 17:03   좋아요 0 | URL
저도 중간에 지루했다가.. 마지막장을 읽고 먹먹해졌답니다. 참.. 슬픈 이야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