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부 세트 - 전2권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꽤 오래 전에 읽은 책이었다.
며칠 전에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원작을 왜곡해서, 한마디로 내가 읽으면서 이렇게 진행될꺼야 .. 라고 생각했던 스토리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 몇 달이 흐르면 작가가 쓴 소설과 전혀 다른 내 맘속에서 홀로 창작된 소설로 기억할 것이라서… 서평을 남긴다.

이 책은 북구의 추리소설이다.
좀.. 뉘앙스나 느낌이 영미추리소설과는 다르다.
요즘 유행하는 추리소설과도 조금 거리를 두고 있다.
내가 요즘 읽었던 추리소설은…. 탐정역할을 하는 사람이 사건에 연관돼 있다는 거다.
내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고 싶은 전직 범죄자..
누명을 벗고 싶어하는 젊은 전과자.
내 딸을 살해한 범인을 죽여야 하는 젊은 아버지 등등등…
이런 주인공들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을 객관화시키지 못하게 방해하면서..
빠르게 감정이입 하게 만든다. 그래서 얼렁얼렁, 그 천인공노할 범인을 찾고 싶게 만든다.
거기에 비하며 이 소설은 조금 냉랭하다는 편이 맞다.

내 친구는(이 소설을 남성판 할리퀸 로맨스냐고 말했다.
맞다. 이 소설은 너무 마초적이다. -_-+ 주탐정 역할을 하는 남성 주인공은 쫌 맘에 안 든다.
아.. 이 멋진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이 좋아한다. -_-+
(작가가 많이 투영된 인물인데… 아.. 이런 자뻑작가는 본 적이 없다. .T.T)
능력도 얼마나 출중하신지 36년 전에 발생한 한 재벌 후계자 소녀 하리에트 반예르의 행방불명 사건을 해결해주신다. 그리고 40년 넘게 계속된 연쇄살인범도 멋지게 잡는다. 미카엘의 업적(?)을 비아냥거리듯이 주절거리고 있는 건, 이 주인공 미카엘에게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쪽 같은 신념을 지닌 사람. 그래서 일이나 가정사에는 별로 아쉬운 것을 느끼지는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악화될 수 밖에 없는 딸과의 관계도 쿨하다. 그의 오랜 연인 에리카 베르예르의 관계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아쉽지 않을, 비상용 연인관계 말이다. 가는 여자 잡지 않고 오는 여자 안막는다. (유부녀든, 소녀든 말이다.) 그에게 중요한 건, 목숨을 바쳐서 찾고 싶은 건, ‘진실’ 그 자체다. 자신의 월간지 ‘밀레니엄’에서 어리석은 대중은 미처 알지 못하는 진실을 알려주고 베네르스토룀과 관련된 명예훼손 혐의를 벗는 것, 그것이 그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렇게 쿨(?)한 사람은 현실적으로 멋질지 몰라도 문학 속에서는 재수 없기 그지 없다. -_-+)

그런 미카엘에게 헨리크 반예르가 36년 전 행방불명 된 자신의 손녀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36년이라는 시간과 쓸 수 있는 모든 재화를 퍼붓고도 아직도 행방불명 된 소녀. 이미 최악을 결심한 반예르를 자신의 손녀를 죽은 범인이라도, 아니 그 날 36년 전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라도 알려달라면 미카엘을 고용한다. 헨리크가 미카엘에게 제시한 건.. 베네르스토룀이 범죄에 관련된 증거. 미카엘은 헨리크의 제안을 받아드리고 스웨덴 최대 재벌 중 하나인 반예르 가문의 숨겨진 광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시니컬하다 못해 냉랭하고 감정보다는 신념이 더 중요한 주인공의 사건 조사인 만큼 그의 편이 돼서 그가 빨리 사건을 해결하고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거기다 해결하는 방법도.. 참… -0- 36년 전 형사들은 눈은 다 어디다 달고 있었는지? )

주인공은 맘에 들지도 않고, 스토리는 나의 생각과 동떨어져서 진행되는 소설이지만나는 이 소설 시리즈를 계속 읽을 예정이다. 왜냐면, 스토리도 남자 주인공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모든 사건의 핵심을 파고 드는 또 다른 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 때문이다.

그녀는 자페증 환자다. 야스퍼스 증후군이라서, 한번 본 것은 사진기처럼 명확하게 기억해 낸다. 해킹과 자료 조사에 엄청난 능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건에서 진실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남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데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을 몰라서 금치산자가 됐다. 초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소소하게 보안업체에서 프리랜서 조사원으로 생활에 만족한다. (라스베트가 금치산자면.. 나는 대체 뭐냐.. T.T)

이 히로인이 뭣보다 마음에 든다. 힘들다고 남들에게 찡찡거리는 거 하나 없이 여러 가지 생각 끝에 스스로 최선을 찾아가는 우리의 여성 주인공!! 한번 시작한 사건은 대가에 상관없이 끝을 보고 마는 추진력의 소유자. 미카엘의 목숨을 구해주고 대부분의 모든 사건을 풀어내며 거기다가 손가락만 자판에서 몇 번 두들기고 나면 세계 최상위 정보를 훔쳐 낼 수 있는 해킹 종결자.

다음 시리즈에도.. 나의 라스벨트는 운나쁘게도 미카엘과 엮여서 사건을 해결할 모양이다. 그러나 자신의 한계를 알고 한계 안에서 살아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뭐든지 절실하고 뭐든지 최선을 다하며 언제나 끝장을 보고 마는 여성 탐정 라스벨트가 있는 한.. 이 시리즈는 나에게 아주 아주 즐겁게 볼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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