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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ㅣ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서평을 쓸려고 보니 요즘 읽은 책들이 다... 하나같이 추리소설이당..
얼마전에는 죽어라 SF만 보더만요즘은 추리소설만 읽네.
다른 책들 좀 읽어야겠다는 반성이 든다.
그래도 이 책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재밌다.
읽고 있던 (이것도 추리소설이당) '살인자의 숲'이 요상하게 진도도 안나가고..
집중도 안되서... 다른 책 읽어야지 하고 꺼낸 책이 이 책이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10년전, 2시간의 기억의 공백을 지닌 소년 토비아스는
여자친구 둘을 살해하고 그 시체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비록 그 소녀들이 살해됐던 시간을 기억할 수 없지만
토비아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 친구들을 죽였을 리 없다고 믿는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고 항변하지만..
소년범죄에서 때릴 수 있는 최고형량 10년을 언도받고 그 시간을 채웠다.
잘 생기고, 운동 잘하고 공부 잘해서 남부러울 것 없는 19살..
세상이 만만하기만 하고 절대로 나쁜 일 따위는 벌어질 것이라고 믿지 않은
그 장미빛 인생의 소년은 이제 미래를 빼앗긴 전과자가 되어 고향으로..
믿을 수 없지만 고향으로 돌아온다.
대부분 이런 과거를 지닌 사람들은 절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결백하다고 믿는데... 사람들은 나를 죄인으로 본다.
거기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그 할아버지도 이 곳에서 나고 자랐다.
한마디로 다른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빤히 아는 곳
누구보다 나의 결백을 믿고 지지해줄 이웃과 친구들이 있는 곳
그러나 피해자들의 가족이 있고 피해자들의 친구가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는 공공의 적이 되고 만다.
그런데 소년으로 소년원에 들어가 이제 청년이 된 토비아스가 출소하는 날..
그 근처에서 소녀의 사체가 유골이 돼서 발견된다.
그리고 시골 삶의 심심하기만 한, 영특하고 영리한데다 호기심이 만빵이 소녀 아멜리가 등장한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말하는 '진단이 나온다.'
아멜리의 호기심과 그 유골의 신원파악을 통해서 토비아스의 결백이 밝혀질꺼다.
모든 추리 소설, 특히나 이런 과거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진행한다.
별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이 과정을... 10년전 숨겨진 과거로 가는 과정이, 어떤 풍경을 담고 있는가가 이 책의 재미를 좌우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섬세하고 단단한 풍경을 보여준다. 아주 흥미로운 풍경이다.
1박2일이라는 국민예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나만 아니면 돼.'다.
눈 쌓인 텐트에서 나만 자지 않으면 되고... 지역 특산물으로 만든 진수성찬을 눈으로만 즐기는 사람도 나만 아니면 된다. 모든 불행과 불운은 나만 아니면 된다.
비록 내가 죄를 짓고 공포에 떨며 죄책감에 떨고 있지만 그 죄 값을 치를 사람이 나만 아니면 된다.
나 대신 그 죗 값을 다른 사람이 있다면 나는 외면하고 침묵하고 말것이다.
그럼... 가슴이 울렁거리는 이 죄책감도 그 사람이 대신 지고 갈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침묵한다.
나의 딸의 행실이 밝혀질까봐.. 나는 침묵한다.
나의 사랑이 떠나갈 까봐.. 나는 외면한다.
나의 아들의 구하기 위해서 나는 가만히 있는다.
그렇게 집단이 침묵하고 외면하고 아무도 진실을 말하려 들지 않으니..
2시간의 기억의 공백은 소년을 옥죄어 살인자로 만들었다.
아..정말 잔인한 이야기다.
아무죄도 없이.. 열 아홉의 어린 소년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아무 일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기심..
나만 아니면 된다는 도덕적 불감증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모든 진실이 밝혀진들.. 인생이 꽃처럼 피어나던 그 아름다운 시절을 잃은
그 소년에게 무슨 보상이 되겠는가?
그리고 그 진실이 그 죗값을 묵묵히 치른 소년에게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한번 느끼지만.. 역시 사람이 제일 무섭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보고 싶었던 책들이 있다.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생각으로 범죄를 은폐하고 은닉하면 누군가에게 대신 죄값을 치루게 하는 책들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혹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자신의 죄를 텀터기 씌우는 책들..

<원터앤 나이트> 이 책도 여러가지 상을 받은 작품인 만큼 추리소설이 가질 수 있는 온갖 재미를 다 가지고 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과 같은 주제의 책을 원한다면 강추. 그렇지 않지만 추리 소설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강추.
<익명의 섬>-이문열..
김복남 살인사건의 너무 직접적이고 잔인한 해결이 아쉬웠던 분들이라면, 이 책 익명의 섬도 재밌을 듯.. 집단이 한 개인에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하는 폭력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한 책. (너무 옛날 책이긴 하지만 이문열 샘이 역사소설로 빠지기 전.. 한마디로 소설가로서 잘나가던 시절의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