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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달이 만나는 곳 - 201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ㅣ 봄나무 문학선
그레이스 린 지음, 최순희 옮김 / 봄나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은.. 뉴베리아너상이다.
이건 전미 도서관 사서선생님들이 선정하는 책이다. 비평가적인 입장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 책을 대하는 사람들이 뽑는 상이니 그 만큼 좋다. 뉴 베리 아너상에 선정되면 미국 모든 도서관에 그 책이 꽂힌다. 모든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말이다. 그런 책인 만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나이 들어도 알 수 없는 삶의 진실과 작은 행복에 관해서 깨닫게 해 주는 책들이다.
그런데… 이럴 수가..
2010년 뉴베리 아너상은 나를 배신했다. T.T
<산과 달이 만나는 곳>은… 글쎄.. 이게 중국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 외에.. 중국 설화를 모티브로 하나의 풀 그림을 그렸다는 것 외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나에게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
많은 어린이 주인공들은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가끔은 위험에 처하고 시험에 든다.
위험과 시험 속에서 자신이 진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이른바 어른들도 고를 수 없는 삶의 진실을 고른다. 그 진실이 아프고 쓰리고 서글퍼도.. 주인공은 진실을 고른다.
그게 주인공들이 여행을 떠나는 방식이다.
적어도 주인공은 떠날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책이 동양판 오즈의 마법사라고??
깡통과 겁쟁이 사자가 화내는 소리가 들린다.
깡통은 심장을 가지고 싶다. 그래서 사람과 같은 온기를 지녔으면 좋겠다.
사자는 자신이 겁쟁이라는 것이 못 견디게 싫다. 자신도 용기 있는 사자가 되고 싶다.
그렇지만 읽는 독자들은 안다. 깡통이 누구보다 따뜻한 로봇임을… 사자가 더 이상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심장과 용기는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심장은 보이나?) 그 사람의 행동으로 보여진다. 도로시와 함께 오즈를 찾아 모험을 떠나면서 깡통은 행동을 통해서 누구보다 건강한 심장을 지녔음을, 사자는 더 이상 겁쟁이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그들이 원했던, 그 모든 것의 가치를 말이다. 이게 주인공들이 허구한날 모험을 떠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 민리를 볼까?
가난해도 따뜻한 사랑을 받으면 자란 민리. 아버지가 전해주는 아름답고 판타스틱한 이야기를 믿는다. 세상에 나가면 좀 더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욕심 없이 성실히 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구하기 위해서 달의 노인을 찾아 떠난다. 그렇지만 민리의 모험은 중국 설화를 짜집기 하는데 급급한 안락하고 안전한 모험일 뿐이다. 위험한 어른들을 만나지도 않고, 늘 궁지에 몰렸을 때는 짜잔..하고 나타나 도와주는 사람들이 꼭 있다.
날고 싶은 용은 쉽게 나는 법을 알게 된다. 무언가를 포기하지도 않고 선택하지도 않고, 그냥 알게 된다. T.T 그 물소 소년은 어떻게 됐는지.. 민리가 왕을 만나게 하는 매개체만 된 채, 그의 이야기는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다. (물소 소년의 사랑이야기는 어떻게 됐냐고?? 오작교라도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결국 여행을 떠나기 전의 민리와 여행에 돌아온 민리는 별로 성장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영리하고 다른 사람의 배려에 감사할 줄 아는, 모험을 떠난 줄 아는 용기를 지녔던 민리는 말이다. 민리는 한마디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창의성 있고 믿음이 돈독하며 부모님을 너무나 사랑하는 완벽한 어린아이였기 때문이다.
내가 긴 시간 들여서 이 이야기를 이렇게나 잔잔하게 씹어 대는 건 이 책이 중국 작가의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만약 중국이 아니라, 어디 모잠비크의 설화를 중심으로 이뤄진 책이라면 과연, 뉴베리 아너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
요즘 중국 작가나, 중국 화가, 중국 디자이너들은… 그 중국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서양(문화의 중심이지 뭐)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50년 넘게 죽의 장막에 가리워져 있다, 20년 남짓 개방의 물결을 타고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말이다.
물론 중국은 17세기까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명을 지녔던 국가고 그 문화적인 잠재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현재 중국이라는 타이틀을 지니면 그 내용과 질에 상관없이 많은 관심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내 비록 중국 문화권에서 속해 있어, 민리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하나도 새롭지 않아서 이 책의 아름다움을 미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롭다는 것만으로는.. 이국적이라는 것만으로는 좋은 책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 책은 어린아이들에게는 권할 만 하지만..
어렸을 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은 삶의 진실을 알고 싶은 어른들에게는.. 비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