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서평을 조선 일보에서 찾아보면
"사랑은 언제나 문맹이었다"
로 시작한다.

이 책에 대해서 할 말이 너무 많다.
읽으면서 내내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가,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가
헛갈릴 정도 였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은 전후 세대의 전범세대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고.. 나름 결론을 내렸다.

"전쟁은 언제나 문맹이었다" 나의 서평은 이렇게 시작하고 싶다.
스포일렁 성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미하일은 열 다섯 나이에 황달에 걸려 열다섯살 소년이 겪어야 하는 현실에서 괴리되었다. 물론 황달은 아마 무성무주체의 어린이에서 남성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미하일의 성장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 느림의 미학을 아는 여자, 한나를 만나고, 미하일은 한나를 통해서 성과 사랑,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2부에서는 전범으로 재판을 하는 한나를 관찰하는 대학생 미하일의 시선이 나오고..

3부에서는 종신형을 얻도받고 복역을 하는 한나와 법제사요, 법학 교수인 나의 사랑이 나온다.

전쟁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바로 2부다.
평범했던 한나가 강제 수용소 감시원이라는데서 이야기의 주제가 강하게 살아난다. 미하일은 한나를 이해하고 싶어했고 그녀에게 유죄를 선고하고도 싶었다. 인간애라는 아주 이성적인(휴머너티는 이성으로 단련받아야 하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휴머너티야 말로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기 방어, 이기심, 가족 중심주의를 뛰어넘어야 하는 어.떤. 것이고 이것은 이성적 훈련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마인드로 무장하고 전쟁세대를 비판했던 60년대 젊은이들에게 미하일은 우리 모두 유죄라고 이야기 한다.
범죄자, 가해자를 사랑한 죄..

우리의 가족이고 친척이고 이웃이었던 전쟁세대, 나치의 만행(?)을 막을 수 없었던 그 선량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모든 이가 유죄라고...


그래서 문맹이었던 한나에게.. 문맹이라는 자신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 자신이 쌓아 놓은 지키기 위해서 종신형을 묵묵히 참아낸 한나에게 미하일은 열다섯에 미하일이 그랬던 것처럼 책을 읽은 녹음 테잎을 보내기 시작한다.

문맹이라는 한나는 모든 전쟁세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문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수단이고 사람의 판단을 가능케하는 밑거름이다. 그러나 문맹이었던 한나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수단을 가지지 못했고 어떤 판단의 근거도 없었다. 그래서 한나는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고..

한나가 강제 수용소 소녀들에게
그리고 열다섯의 미하일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했던 것은
피해자 혹은 결백한 세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유죄를 선고했던 (마음 속으로) 대학생 미하일은 인생을 살면서 어느 순간 한나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비록 한나가 글을 배워 미하일에게 편지글을 적어보내지만 미하일은 한나에게 어떤 편지글도 보내지 않고 책만을 읽어준다. 미하일은 한나를 이해하긴 했지만.. 한나가 가지고 있는 과거와 절대로 마주할 수는 없던 것이 아니었을까???

가석방이 결정된 하나가 석방 하루전에 목을 매어 자살하는 것은
이런 미하일의 행동과 무관하지 않다.

작가는 책 후기에서 이 책을 쓴 이유는 고백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을??
작가와 약력이 비슷한 미하일은 짐짓, 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을 담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나에게는 전후 세대가 세계 2차대전을 시작하고 수많의 유태인을 학살한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전쟁세대에게 보내는 사랑과 이해에 대한 작가의 고백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지금까지 유태인 시선을 본 홀로코스트가 아닌..
독일인의 시선으로 정리한 홀로 코스트이긴 하지만..
동양의 작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드리기엔..
생.뚱 맞은 감수성이었다는것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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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를 사귀는 법

채링크로스 84번지는 나눔에 관한 아름다운 보고서입니다.
뉴욕에 사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던 젊은 여작가와
멀리 런던 채링크로스 84번지의 서점의 주인과 직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들의 편지글로 소개한 것이죠.

뉴욕의 한 여자는 2차대전이 끝날무렵 우연히 신문광고를 보게되고
그곳에 용감하게 편지를 보냅니다.
딱딱한 마분지와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미국의 책보다
부드러운 가죽과 얇은 종이에 세월이 묻어 있는 책을 구하기위해서입니다.

그때부터 여자와 서점의 사랑이야기 시작됩니다.
처음 딱딱하고 사무적인 내용은 어느새 친구의 편지가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샘이날 정도로 따듯하고 잔잔한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
꼭 서점일 필요는 없겠죠.
고음반일 수도 있고, 우표수집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골동품가구일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것,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취향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사람. 그 사람을 친구라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곁에 두고 오래하지 않아도..
헬렌과 프랭크 사이처럼 대서양이라는 거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서로를 신뢰하고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람들은 친구가 될 수 있겠죠.

프랭크같은 친구하나,
헬렌과 같은 친구 하나가
못내 아쉬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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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잘난척 열나 잘하는 폴오스틴의 책이다. 그의 책은 그의 잘난척을 참을 수 있을 만큼, 대단하다. 조금 인내력만 갖춘다면 그의 책과 여행을 떠나는 것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를 만나는 것과 같다. 몽환적인, 그러나 지극히 현실 적인 그의 글 앞에 늘 무릎을 꿇고 마는 불쌍한 중생이다. ㅠㅠ

환상의 책을 정확하게 번역하자면 환영의 책이다.  신기루와 같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은 이야기다.

비행기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잃은 한 남자(짐머)가 절망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자신을 웃게 만들었단 1920년대  신기루처럼 사라진 한 코메디언(헥터만)에 대한 전기를 쓰게 되고  그 남자로부터 연락을 받게 된다.

이제 액자소설처럼 그 코메디언의 일생이 그 앞에 나타나고 그의 일생과 주변 사람들에 의해 자신의 절망을 치유하게 되지만  헥터만이 숨을 다하는 순간,  또다른 절망이 그들의 앞에 나타나며그의 흔적을 1920녀대 헥터만이 사라질 때처럼  아무런 남기 없이 사라지게 된다. -_-

사람은 가끔 절망에 휩싸여 삶을 잃어 버릴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절망은 삶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어차피 삶이란 건 희망과 절망을 모두 품은 환상의 책이기 때문이다.

 

음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평범한 삶을 산다면.. 이런 뛰어난 이야기도 나오지 않을 테지만,       절망에 휩싸이지 않고 상처에 현혹되지도 않으면서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 절망과 상처 속에서 도약할 수 있는 살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이미 모험이 두려운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까??

 

 

암튼.. 초반의 인내력만 키우며 글읽기를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명작.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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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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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료의 가장 좋은 장점은 작가가 그려놓은 인물을 형상시키고, 목소리를 상상하고
사건에 몰입되는 책읽기에 필요한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다.

그저 작가가 그려놓은 세계에 빨려 들어가는 쾌감, 코엘료 소설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는 참 독특한 작가다. 인물이나 공간을 통해서 인간을 극한으로 몰고 가서
인간 내면의 긍.정.적.인. 영혼을 만나게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의 주제는 늘 한가지..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해라' 다.

인간이 성교를 하는 시간을 뜻하는 이 11분.
젊고 아름다운 마리아라는 여성이
예술과 쾌락이 혼재하는 '제네바'에서 성을 팔며 겪는 이야기다.

성을 팔든, 정신병원을 가든,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충실하면
뜻하지 않는 구원을 얻을 것이라는 코엘료가 이야기 하는 바다.

그러나 나는 마리아라는 여성에 감정이입을 하는데 실패했다.

그녀는 너무나 영리하고 현명한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했고
부정적인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분리해서, 밝고 투명한 내면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죄책감에도 빠지지 않고, 모든 행동에 이유를 찾아 낼 수 있으며
미래를 계산 할 수도 있는 인물이다.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미모로 왕자를 만날 준비가 끝난 처녀였다면,
마리아는  맑고 투명한 영혼, 그리고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새로운 왕자를 맞아 드릴 준비가 끝난 아가씨라는 것이다.

책 머리 누군가가 코엘료처럼 여성을 잘 표현한 남성작가는 없다고 했지만,
코엘료가 그려낸 여성은 어쩔 수 없이 남성적인 희망, 혹은 선입관이 남아있다.

논리적이고 추론적이며 이유와 결과를 모두 유추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남자들이 원하는 팜므파탈, 어머니. 그리고 말이 통하는 친구가 될 수 있는 여성은
뜻하지 않은 구원으로 '사랑'을 얻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논리적으로 사고하기 보다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이유와 결과보다는 일에 관련된 사람들의 감정이 더 중요하고..
팜프파탈, 어머니, 친구가 되기 보다는
한남자의 연인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모르는걸까??

암튼 코엘료 소설 중 가장 어처구니 없는 '우화'가 11분이 아닐까 한다.

뭐,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야기 하자면..
우리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듣고 영혼을 구원받자는 것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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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힘
성석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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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푸하하하.. 이렇게 인간적이고도 웃길수가..
이 책에서는 인조때의 채동구의 삶을 통해서 우리네 양반들의 모습을 엿볼수 있다.
전하를 부여잡고 중전 치맛 폭에 싸여 당쟁이나 일삼던 선비가 아니다.
충군을 목숨보다 중히여겼던 밥먹고 할 일없이 소일하는 우리네 선비들의
진지한 고민 '인간의 힘'에서 엿볼수가 있다.

성석제는 인간의 힘은
신념에 있다고 이야기 하는 듯이 보인다.
목숨보다 충의를 중하게 여겼던 그들.
그리고 자신의 선조의 신도비 고유제를 성공해 내기 위한
화자의 외숙의 고집이 바로 인간의 힘이라고 이야기 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읽어 내려가면서 작가가 말하는 인간의 힘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신념은 읽는 자에게 "옹고집" 혹은 "고집불통"이라는 부정적인 단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시한번 생각해 보면, 작가의 고민이 무겁게 다가온다.
"당신에게는 목숨보다 소중한, 목숨을 바쳐 지켜낼 만한 그 무언가가 있는가?"
이런 문제의식조차 가져보지 못한 현대인들의 무가치관을 통렬하게 비꼬고 있는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조선시대의 묻힌 역사적 인물을 사실적으로 복원한 작가 성석제님의 노고에 치하드리며..
주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우리시대 최고의 이야기 꾼이 들여주는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차가운 냉소와 뜨거운 폭소와 함께 읽어 보는 것도
좋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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