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자들의 서커스 - 뱀파이어 헌터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 3 밀리언셀러 클럽 38
로렐 K. 해밀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애니타는 아주 겸손한 주인공이다.
여타의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이, 혹은 액션소설의 주인공들이
자.퍽 클럽에 열혈회원인 것에 비하면 아주 바람직한 주인공이다. 
이번꺼까지 하면 20여명의 벰파이어를 해치웠음에도 불구하고
(거기다가 이번에는 120만년산 벰파이어까지 해치웠다)
애니타는 늘 벰파이어를 두려워한다.
그것뿐인가?
벰파이어 헌터인 에드워드도 두려워한다.
에드워드는 평범한 인간,
애니타는 네크로맨서(모든 죽은 자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의 자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사건에는 아군이 없다.
늘 적인지 아군인지 헷갈린다. 그녀는 158cm에 48KG의 조그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법이 없다. 괴물(산자가 아닌 자)들에게서 산자를 구하기 위해서
(아무도 안알아 주는데도 불구하고) 늘 혼자서 고군분투다.

하지만 이건 편집증 환자인, 누구도 신뢰 못하는 애니타 혼자만의 생각이다.
좀 능력치가 높은 주인공들은 애니타를 아껴주기 때문이다.
벰파이어들의 사신, 에드워드도
고작 300살 살고 도시의 마스터가 된 장끌로드
1편에서 애석하게 죽은 벰파이어 추종자 필립
이번에는 늑대인간 No.2 리처드까지
모두 그녀를 위해서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단순하고,
액션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연애소설이라고 하기엔 알맹이가 쏙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타 시리즈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근데도 한번 잡으면 다 보기전에는 절대로 내려놓을 수 없는
뭔가가 있다.
문제는 그 뭔가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묘한,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의 실체를 알 수 있을 때까지..
거슬리는 번역에도 불구하고 더 읽고 싶지만
이놈의 황금가지가 내 줄지 모르겠다.

(데이워치나 좀 내봐봐.. 근간이라고 해 놓고 해 넘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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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름이 없다
위화 지음, 이보경 옮김 / 푸른숲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모두 17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화장실에서 지하철에서 보기 쉽게 단편집을 골랐다.
그랬는데... 못봤다.
눈물이 슬금슬금 새어나와서
잠시잠깐 동안의 독서가
하루종일 나의 마음과 머리를 잡고
등장인물의 삶을 되새기게 만들어 못보겠다.
보기가 겁난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한 20장 남짓의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출근길에 얼핏 본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내내 내 머리속을 가슴속으로 지배했다.

나의 이름은 래발이다.
그러나 나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는 가난하고 모자르며 내세울게 없어
나는 '바보', 혹은 '멍청이'다.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누구도 나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아서
나의 동반자는 똥개 누렁이 뿐이다.
하지만 그 누렁이가 나에게 보내주는 관심과 체온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의 정성과 사랑으로 누렁이의 때깔은 점점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바보' 혹은 '멍청이'라고 불르는 사람들은 그 누렁이를 탐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나의 누렁이는 침대 안쪽 깊숙이 숨어 들어가 그들에게 누런 이빨을 들어내며
용감히 저항했다.
그래서 나에게 부탁할 것이 있던 그들은 나에게 관심을 보이고
나를 '바보' 라 부르지 않고 '래발'이라는 나의 이름을 기억해주었다.

한번도 인격을 인정받지 못했던 나는 그 이름에 가슴이 설Ž고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그래서 나의 누렁이를 불러 그들에게 내주었다.
내 품에서 울분과 슬픔의 외마디 비명을 지른 내 유일한 가족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름을 지웠다. 이제 누구에게도 나의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고
설사 그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어도
절대 대답하지 않겠다고... 나는 결심한다.

허삼관 매혈기나 살아간다는 것보다, 여기 소개된 소설들은 거칠고 성긴 소설이다.
인물 또한 위화의 어떤 소설보다 보잘 것 없고 힘든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렇치만 거친 구성에 보잘 것 없는 인물들은 어떤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유머과 해학, 과장을 섞어내지 않고 담담하게 외롭고 지친 사람들을 그려낸
위화 소설을 보고 있자면 왠지 모르게 따뜻해 지는 걸 느낀다.
비극인데도 말이다.


혹시 삶에 지치고 힘들다면 위화 소설 한편씩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 같은 사람들이 지켜내는 인생의 아름다운 덕목을 보면서
어렵고 힘들 수록 질겨지는 인생의 어떤 것을 찾아내는 것도
'희망' 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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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 전2권 세트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루모와 어둠속의 기적은 일단 19금 소설이 아닐까 한다.

지난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서는 ‘책의 중요성과 오름 아름다움’에 대해서 억지를 써대던 이 작가는 이번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에서는 ‘싸움과 죽음’에 대해서 억지를 써 대기 시작한다.

 

우리의 주인공 ‘루모’의 종족 설정부터 그렇다. 루모는 볼퍼팅어다. 하체는 노루처럼 날렵해 어떤 종족보다 빠르다. 그의 날카로운 이빨은 개를 닮아 있어, 그 이빨은 그를 가장 강력한 사냥꾼으로 만들었다.

 

그가 겪는 첫 번째 모험도 그렇다.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는 먹이감에게 식욕을 느끼는 악마 바위 외눈박이괴물.  삶의 의지 대한 존경심이 없는 괴물에게 사로잡힌 루모는 스파이크를 만나,  전술과 전략에 관한 지식을 얻게 된다. 볼퍼팅어 종족의 유산으로 바다 외눈박이 괴물에게 죽음의 안식을 선물한다.

 

이제 자아를 찾은 루모는 차모니아 대륙에 삶의 존경심을 갖지 않는 괴물들을 물리치고 영웅의 길을 찾아 간다.... 면 그저 그런 판타지 소설이 될 법도 했지만, 작가의 넘치는 재기에 의해서 조금은 개그스럽고 뻔뻔한 성장소설로 탈바꿈 시킨다.

 


두 권으로 이뤄진 이 소설의 첫 권을 읽는 건 좀 힘들다.

발터 뫼르스라는 엄청난 뻥쟁이에, 엄청난 구라쟁이가 만들어낸 차모니아의 역사와 종족의 특성, 거기다가 차모니아의 연금술과 과학적 지식까지 습득해야만 한다. 가끔은 판타지 수준을 넘어 억지에 가까운 수준으로 설(썰)을 풀어 놓는다. (과연 이 ‘비존재의 미세 존재들’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거기다 곳곳에 숨어 있는 복선과 암시도 알아채려야 한다니...

 

첫 번째 권을 읽는 건 고문에 가까운 일이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흥미진진한 고문임에는 틀림없다. 만화가 출신의 발터는 자신이 상상해 놓은 종족들의 모습을 삽화로 그려내서 독자의 상상력에 불을 지핀다)

 


그러나 이 억지스럽고 황당했던 1권의 역사와 종족, 그리고 차모니아의 연금술과 과학적 지식은 2권에서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루모의 연인 랄라, 그녀가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없다는 것이 어떤 문제로 작용하는지...

늘 궂은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던 루모의 스승 우샨은 지하세계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루모에게 린트부름 요새 함락기에 대한 역사를 강의했던 스파이크의 비밀은 무엇이었는지... 읽는 내내 짜증내게 했던 비존재의 미세 존재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2권에는 각 인물들의 비밀이 들어나고 변화하면서, 자신의 약점을 떨쳐내고 성장하게 된다.

 


물론 성장의 중심은 우리의 주인공 루모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는,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전진’을 외치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어린 볼퍼팅어루모. 랄라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만든 작은 보석함을 전해 줘야 한다는... 작은 진실. 그러나 그의 작은 진실은 엘름을 감동시키고 예티를 동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루모의 이런 작지만 진실한 사랑은 종족을 구원하고 ‘영웅’이 된다.


1권을 읽기는 조금 어렵지만, 그 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독서에 시간과 공을 들여 독서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독자에게 강추합니다. (__)

 


잠깐!!! 이 삐딱한 작가의 냉소어린 진실을 읽는 것도 독서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궁정의사들은 병을 미덕이라고 하고 광기를 독창적인 비전이라고 하고 무도병을 황홀경이라고 하고 정신착란을 의식이라고 했다. (왠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샘솟는다)

 


구리 병정들의 사령관은 현대 연금술이 전능하다는 식의 순진한 민중신앙을 맹신하는 것 같았다. 튀콘은 보통사람들이 연금술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것은 연금술사 자신들의 책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경망스런 연금술사들이 늘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있는 양 폼을 잡고, 습관적으로 주문을 나불대고, 주책없이 허풍을 떤 결과 무오류의 신화를 심어 준 것이다.

 


그 순간 무기를 잡으면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깨달았지. 원수가 원수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무기가 승리하는 거야. 빌어먹을 칼들. 그건 벰파이어야. 피를 다 빨아 마시고 또 더 달라고 하지. 언젠가 너도 네가 칼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칼이 널 휘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될거야.(맞아, 맞아. 모든 무협지에서 이런 말들을 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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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당 딸들 복간본 1
유치 야요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경쟁하는데 서툴고..
마음을 표현하는데 가끔은 잼병인
그래서 자매를 두었다면..
한참 척을 지고 살았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내'가 처음으로 자매라는 존재를
못견디게 부러워하는 책이다.

같은 성을 지녀서
가끔은 친구처럼 가까운 그들..
같은 성을 지녀서..
태어나면서 경쟁해야 했던 그들이..

사랑하기 때문에
싸우고 다치고 깨지고 외로워하면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그런 성장 드라마다.

후쿠야당이라는 150년 넘는 일본 정통 과자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세자매의 이야기 속에서..
가족이란
얼마나 이기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
그래서 그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깨닫게 하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가끔 우울하거나, 힘이 들때.. 꺼내보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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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더 이상 단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단 음식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인상부터 찌푸리는 어른들이 보기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좀 거북하다.


페이지 곳곳에 숨어 있는 그 초콜릿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과

갈피갈피 배어나오는 그 달짝지근한 사탕의 향 때문이다.

작가의 풍성한 표현력은 초콜릿과 사탕이 바로 옆에서 향을 품겨내는 듯할 정도로 생생하다. 그 생생한 향과 더불어, 독자는 그 단맛을 황홀해 했던 어린시절로 빠르게 돌아간다.


세계 최고의 초코라티에 윌리 윙카가 만들어내는 초코릿은 탁월하다.

모든 어린아이들의 꿈인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넘어선다.

초코릿이 폭포수를 이루고 벽지에서 사탕 맛이 난다.

사탕 배를 타고 초코릿 강을 건너며

귀여운 다람쥐가 호두를 열심히 까는 신비로운 광경도 연출된다.

(음.. 다람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윌리 윙카는 각성해라!)

껌만 씹으면 에피타이저에서 디저트 맛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어찌 이 아니 간편하단 말인가. 나에게는 된장 우거짓국과 보쌈맛 껌을 만들어 달라!!!!)

상상만으로 이루어지는 맛!!!!!

도라에몽의 배속주머니와 드래곤 볼의 캡슐처럼..

머릿속에서는 저런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가슴 한편에서는 저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는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5개의 황금 초대장의 주인의 운명을 알고 나니.. 왠지 모르고 씁쓸해졌다.


우리의 주인공 찰리, 윌리 윙카의 후계자가 된 그 소년은 공장견학 중에 무슨 일을 했던 거지? 그저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고 다른 아이들보다 욕망을 잘 절제한다는 것 외에 말이다. 물론 맨날 어른들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서 하고, 어른들 가지 말라는 곳은 무슨 수를 써서든지 가야 하는, 수업시간에 절대로 공부 안하고, 특활활동(퀴디치)에만 열을 올리는 소년 마법사 해리포터 보다야, 훨씬 모.범.적.인 소년이다. 그렇지만 찰리는 얌전하고 어른들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 않는다는 것 외에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참동안 고민했다. 상상만으로 이뤄지는 맛을 만들어내는 윙카의 초코릿 공장의 새로운 CEO가 되기 위한 그의 덕목은 무엇인지 말이다. 


궁금한 것은 먹어 봐야 했던 뚱보소년 아우구수투스

자신의 원하는 것은 꼭 가져야 하는 부잣집 소녀, 바루카

껌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바이올렛

그리고 티비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마이크


물론 뚱보소년과 바루카는 글쎄 맹목적적인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했다고 치자. 그러나 바이올렛과 마이크는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것의 위험을 경고 받았으나, 열정과 호기심으로 극복했다. (좋은말로 하자면 말이다) 그런 소년 소녀들이 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정말이지 모르겠다. 티비만 좋아하던 마이크가 최고의 액션영화 감독이 될지... 껌을 사랑하던 바이올렛이 윙카의 초콜릿 공장을 껌 공장으로 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읽는 내내 윙카의 초콜릿 공장에는 매료되었지만, 왠지 사장이 바뀐 찰리의 초콜릿 공장은 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드는 건...

나 혼자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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