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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더 이상 단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
단 음식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인상부터 찌푸리는 어른들이 보기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좀 거북하다.
페이지 곳곳에 숨어 있는 그 초콜릿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과
갈피갈피 배어나오는 그 달짝지근한 사탕의 향 때문이다.
작가의 풍성한 표현력은 초콜릿과 사탕이 바로 옆에서 향을 품겨내는 듯할 정도로 생생하다. 그 생생한 향과 더불어, 독자는 그 단맛을 황홀해 했던 어린시절로 빠르게 돌아간다.
세계 최고의 초코라티에 윌리 윙카가 만들어내는 초코릿은 탁월하다.
모든 어린아이들의 꿈인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넘어선다.
초코릿이 폭포수를 이루고 벽지에서 사탕 맛이 난다.
사탕 배를 타고 초코릿 강을 건너며
귀여운 다람쥐가 호두를 열심히 까는 신비로운 광경도 연출된다.
(음.. 다람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윌리 윙카는 각성해라!)
껌만 씹으면 에피타이저에서 디저트 맛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어찌 이 아니 간편하단 말인가. 나에게는 된장 우거짓국과 보쌈맛 껌을 만들어 달라!!!!)
상상만으로 이루어지는 맛!!!!!
도라에몽의 배속주머니와 드래곤 볼의 캡슐처럼..
머릿속에서는 저런 것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가슴 한편에서는 저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는 동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5개의 황금 초대장의 주인의 운명을 알고 나니.. 왠지 모르고 씁쓸해졌다.
우리의 주인공 찰리, 윌리 윙카의 후계자가 된 그 소년은 공장견학 중에 무슨 일을 했던 거지? 그저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고 다른 아이들보다 욕망을 잘 절제한다는 것 외에 말이다. 물론 맨날 어른들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서 하고, 어른들 가지 말라는 곳은 무슨 수를 써서든지 가야 하는, 수업시간에 절대로 공부 안하고, 특활활동(퀴디치)에만 열을 올리는 소년 마법사 해리포터 보다야, 훨씬 모.범.적.인 소년이다. 그렇지만 찰리는 얌전하고 어른들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의 것을 탐내지 않는다는 것 외에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한참동안 고민했다. 상상만으로 이뤄지는 맛을 만들어내는 윙카의 초코릿 공장의 새로운 CEO가 되기 위한 그의 덕목은 무엇인지 말이다.
궁금한 것은 먹어 봐야 했던 뚱보소년 아우구수투스
자신의 원하는 것은 꼭 가져야 하는 부잣집 소녀, 바루카
껌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바이올렛
그리고 티비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마이크
물론 뚱보소년과 바루카는 글쎄 맹목적적인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했다고 치자. 그러나 바이올렛과 마이크는 자신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고, 그것의 위험을 경고 받았으나, 열정과 호기심으로 극복했다. (좋은말로 하자면 말이다) 그런 소년 소녀들이 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정말이지 모르겠다. 티비만 좋아하던 마이크가 최고의 액션영화 감독이 될지... 껌을 사랑하던 바이올렛이 윙카의 초콜릿 공장을 껌 공장으로 바꿀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읽는 내내 윙카의 초콜릿 공장에는 매료되었지만, 왠지 사장이 바뀐 찰리의 초콜릿 공장은 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드는 건...
나 혼자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