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사 놓고... 불쑥 들기가 버거웠던 책이다.
토니 모리슨의 다중 화자에 대한 그 밀도 높은 대화체 문장을 빠져들어 해석하고 느끼고 울어줄 마음의 여유가 내게는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모으기 위해 사는 책이라고 해도 책장을 볼때마다.. 두눈 시퍼렇게 뜬 채로..

'야... 너 나 안볼꺼야? 나 그래도 토니 모리슨의 딸이란 말야...'
하고 외치는 그 책을 외면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책을 용맹하게 집어 들었다.

책 후기에도 나왔던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이란 어떤 의미일까?"
번역자는 채 환갑이 되지 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모리슨의 작품에 이런 의문을 던졌고 그 해답을 이 책 '러브'에서 찾았다.

그녀의 소설은... 뭐랄까...
완벽하게 계산된 환상적인 즉흥곡(jazz) 같은 느낌이다.
다중화자에.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건의 중심과 상관없이 툭툭 사연을 풀어나간다.
몇십년 전 차가운 관에 누워버린 'L'의 독백.
샌들러의 기억...
비다의 불만.
크리스틴의 인생
히드의 변명.
주니어의 사건
그리고 로멘의 이야기...

모두들 공통점없는 시점과 사연을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는 흑인사회의 남과 여, 그리고 Keep going 하는 그들의 삶을 녹아 내고 있다.

흑인 백만장자...
모두들 노예신분에서 막 헤어나오는 1940년대 재즈와 컨츄리 food로 인종에 상관없이 파라다이스로 꿈꾸는 호텔을 만들었던 빌코지. 모든 흑인의 선망이었던 그의 부는 흑인사회를 배신한 그 아버지의 유산을 바탕으로 했던 것이고 ... 인생은 인과응보. 아무 부러울 것 없는 그의 인생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잃으면서 뒤틀려 간다.


비록 아버지를 잃었지만 최고의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던 빌 코지의 손녀딸 크리스틴. 그러나 그녀는 하루 아침의 자신의 신분과 자신의 영혼의 쌍둥이를 잃는다. 그의 할아버지 빌 코지가 자신의 신부감으로 자신의 단짝인 히드를 선택하면서 부터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혹은 결혼으로 얻게 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두 여자의 처절한 전쟁은 그들이 12살 먹던 해 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증조할아버지가 동족을 팔아서 얻은 부를 통해...
백인들에게 아부하면서 쌓은 호텔?
처음부터 그들의 것이 아니었고.. 둘 다 그것을 거부하고 다른 것(예를 들어 우정이라던가, 영혼의 안식이라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말이다)를 추구할 수도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때는 1960년대였고, 그들은 흑인이었는데다가.. 더욱이 어린 소녀일 뿐이었는데...

1960년대의 가부장적인 흑인사회에서
두 소녀는 자아를 가질 수 없었고 독단적인 한 노인네의 변덕으로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그들의 전쟁은 그들이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계속되었으며.. 어쩌면 그 전쟁은 두 여자가 스스로 존재할 수 있게끔 만든 유일한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21세기는 달라졌을까?
우리의 주니어처럼
자신이 가진 작은 크레파스를 지키기 위해 가족들을 등지고
자신의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3년이란 세월을
소년원에서 보낸 스무살의 어린 처녀 주니어.

크리스틴과 히드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정신 없이 도망친 그 주니어에겐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부디.. 다른 이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길...
살아가는 힘을, 버터내는 힘이.. 증오가 아닌 사랑에서 시작되길..
그 상처받고 외면 당한 서글픈 인생에 축복이 있길....
주니어의 삶에도
주류에서 벗어나 소외당하는 모든 삶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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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인사이드 메피스토(Mephisto) 15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장호연 옮김 / 책세상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올해 연초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고 보관함에 고이 보관했는데,
막상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옮기는 순간눈앞에 나타나는 다른 볼거리... -_-+ <두개골의 서>의 압도적인 감동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채이고 저 책에 채여 마침내 보관함에 모셔둔지 만 1년만에 읽게 된 책이다. 로버트 실버버그의 책은 단 두권 읽었지만.. 나이 한살한살 먹으며 읽어보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아주.....강.....추........다.

 책 소개부터 "성장에 대한 은유"라고 박혀 있어 읽는 동안 내내
데이비드 셀리그의 성장에 고착되어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게 좀 아쉬웠다. 여러가지로 즐길 수 있는 텍스트였는데 말이다. -_-

 여기 데이비드 셀리그란 작고 대머리의 40대 유태인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영민하고 총명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그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의 영민하고 총명한 두되는 그를 변호사로 혹은 대학 교수로 만들었을테고.. 어쩌면 노벨상을 획득한 유태인이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원하지 않는 능력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다.  의시적인 사고든, 무의시적인 사고든 그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출 수 있었고그 능력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를 피곤하게 만든다.


원래부터 예민하고 비사교적이었을 것 같은 그는 그의 능력으로 인해 성공도 실패도 없는 어중간한 삶을 살면서 고독하고 외로우면서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는 모순적인 삶을 살아간다. 데이비드가 그의 초능력을 잃는 41살까지의 삶과 미국의 생활을 다양한 시점에 의해 씌여져 있어 <두개골의 서>보다는 몰입하기 힘들다.

(두개골의 서도 여러 화자에 의해 기록된 것을 생각하면 이 작가의 개성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의 정통 SF나 판타지가 소개되지 않았기에 함부로 속단 할 수가 없다. ㅠㅠ 제발 번역좀 해주지.. ㅠㅠ)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강하게 매료되며 그의 어중간하고 고독하면서도 이기적인 삶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뭐라 줄거리를 정리할 수가 없는 이 책을 다 읽고 나자 이상은이라는 옛가수의 노래 한구절이 며칠동안 머리 속을 맴돈다.

 "젊을 때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때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구나...."

 데이비드 셀리그는 비사교적인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다른 이의 무의식까지 읽어 낼 수 있는 사람에겐 신뢰나 소통 따위 있을 수 없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지옥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 (아마도 죄와 벌이었지?) 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자신의 능력에 적응하기 싫었고 그 능력을 즐기지도 못하면서 그 능력만을 탓하며 사랑도 직업도 어떤 것도 제대로 해 내지 않았다. 한번도 부딪치지 않고 한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저 케세라세라 하면서 위기마다 자신의 능력 뒤로 숨어버렸다.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내가 보기엔 그렇다 ㅠ.ㅠ) 

 그러나 그 능력이 사라진 후에...  다른 사람의, 다른 동물의, 이 모든 우주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그제야 부딪치고 깨지는 진.짜. 인.생을 시작한다.

왜 아름다운 것은 사라진 뒤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

그 때..
그 순간에...
느끼지 못하는 걸까?
데이비드의 뒤늦은 깨달음이 책을 다 덮고 난 후 한참동안 나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의 존경하는 샘은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다.
나에게 무엇이 오든지... 내가 깨어있기 바란다고...
슬픔도 기쁨도 고통도
그것을 통해 얻는 것이 있을 꺼라고...

오.. 제발
2007년에는 깨어있길.. 그리고 사라지기 전에 깨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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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2-26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봐야지 봐야지만... 내년에는 꼭 보렵니다. 책이 옆에서 째려보네요^^:;;

KNOCKOUT 2006-12-27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꼭 보세요. 로버트 실버버그는 좋습니다. ^^ 더 많은 책이 소개됐으면 좋겠는데... >.<
 
웃음의 나라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다 읽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
대체 어떻게 서평을 써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서 며칠을 보내고...
남들은 어떻게 썼나... 눈치를 살피다가
에라 모르면 모르는데로 쓰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이렇게 나왔다.

"유명한 영화배우인 아버지의 그늘 속에 자란 토머스는
영어교사로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위대한 동화작가 마셜 프랜스의
전기를 쓰기로 마음먹고,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색스니와 함께 마셜 프랜스가 살던 마을로 찾아간다.
위대한 작가의 딸을 만난 두 사람은
흥분과 기대감에 부풀어 마을에 머물지만,
하나둘씩 기묘하고 이상한 일들과 맞닥뜨리게 되는데.... "

이전에 읽어보지 못한 작가의 책을 읽게 되면 이 짧은 책소개 글은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친다.
책 쓰기와 인생에 관한 이야기로 나에게 가장 익숙한 작가는 폴오스터였고 기괴한 다른 이의 전기를 쓰면서 자신의 인생을 찾은 <환상의 책>이 떠올랐다.
그래 고백하자. 나는 이 책 웃음의 나라를 <환상의 책>의 경쾌하고 유쾌한 버전 (오죽했으면 책 제목도 <웃음의 나라>겠는가?)으로 생각하고 독서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나의 선입관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면서 작가는 날카롭게 상징적인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가 조너선 캐롤은 폴 오스터만큼 영리한 작가고 언제나 일상에서 공포를 끔직어 내는 스티븐 킹처럼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영민한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은 아주 익숙하면서도 괴기한 현실로 독자를 이끌어 간다.

어렸을 때  창조자가 되는 상상을 한적이 있다.
내가 원하는대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내가 바라는대로 세상이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던 유년시절..
(나만 그런 건 아닌 듯 싶다. 심시티나, 타이쿤과 같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 오랜동안 사랑을 받는 거 보면 말이다. ^^;;;)   그 막연하고 유치한 소원들은 철이 들면 사라지고(게임이나 하면서 만족하는 게지. ㅠㅠ)
희망과 꿈 대신 포기와 불평이 많은 어른이 돼버린다.
마치 아버지 그늘 속에 제대로 된 유년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채 어른이 돼
현실에서 제대로 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우리의 주인공 토머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모든 서사 문학이 그렇듯...
이 불만 스런 현실에서 벗어나 토마스는 자신이 막연하게 바랬던
프랜스의 전기를 쓰기로 결심하고 프랜스가 살던 게일런에 머물면서
그는 그가 꿈꾸던 인생을 살게 되지만... 게일런의 비밀은 토마스 뿐만 아니라
읽는 독자까지 섬뜩하게 만들면서 처음 가졌던 <환상의 책>과 같은 독자의 기대는 스티븐 킹의 <샤이닝>과 같은 오묘한 공포를 선물한다.

그런데 이 책을 두번이나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궁금함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 한계가 없는 무한한 힘, 창조자와 같은 힘을 갖게 된 두 작가는
왜 아무도 행복해 하지 않는 거지??
자신의 인생보다 게일런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서 골머리 썩었던 <프랜스>나
편집증적인 증세를 앓고 있는 우리의 <토마스>나 말이다.

누구도 꿈꾸지 못한 힘을 갖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서기보다 칩거하고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조용히 살고 있는 그 창조자들을 보면서 괜히 씁쓸해 졌다. 나한테 이런 힘이 있다면...
해야할, 하고 싶은 일이 산더미처럼 있거만..
<힘>을 가진 모든 자들은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부담만 느끼는지 모르겠다.

모자를 때만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는 걸까?
행복하기 위해선 완벽할 필요도, 위대한 힘을 가질 이유도 없는 걸까?
창조자들의 삶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보이는 것에 왜 이리 악의적이며 자조적인 만족감이 새어나는 지.. ㅠ.ㅠ

"힘들고 지칠때야 말로 좋아하는 책이 최고의 위안처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
이라는 닐 게이먼의 추천사처럼 힘들고 지칠 때 읽고 싶은 조너선 캐롤의 <웃음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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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하드보일드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이 수법은
특히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하나의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낳게 하였고, 코넌 도일파의 ‘계획된 것’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원래 이 장르는 1920년대 금주령시대의 산물이라고 하며, 헤밍웨이와 도스 파소스 등
미국의 순수문학 작가들의 문학적 교훈을 적용시키려고 한다
.

자 이것이 네이버 사전이 말하는 하드보일드의 정의다.

그런데 재밌는거 하나.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한다는
이 하드보일드추리소설(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액션소설이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ㅠㅠ)은 하나
같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장 감정이입이 빠르고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쉬운 시점이라는 것이 좀 아이러니 하다.

-여기부터 습호 다량 함유.

암튼... 내가 좋아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란다.
<비를 바라는 기도>보다 이 책 <가라, 아이야 가라>의 서평이 더 좋아서
나중에 읽었는데 -_-+ 이건 좋은 선택이 아니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비를 바라는 기도>를 읽는 것이 좋을 듯.
안타깝게도 4번째 소설부터 번역됐지만 이 시리즈는 하드보일드 소설인 주제에
각 편의 사건들이 현재 인물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라며...??)

이 책은 유아 유괴&납치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를 방치하면서 조금씩 그 활기와 순수성을 벰파이어처럼 빨아먹는 엄마가 아이를 기를 것이냐
비록 불법이지만, 배고픈 아이를 먹이고 더러운 아이를 씻기고 외로운 아이에게 사랑을 나눠줄 양모가 키우는 것이 더 옳은 것이냐..가 이 책의 주제다.

뮬렌만 그 자리에 없었다면 헬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일년에 3000명의 아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듯이(우리나라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을까?)
조용히 처리될 수 있는 '아만다'의 유괴는 어른들의 '이기'와 '탐욕' 그리고 '책임감'이 뒤엉켜
보스턴 경찰 최대 스캔들까지 발전한다.

공교롭다.
난 이 공교롭다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모든 소설의 출발이니까.. --+
공교로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자신의 정한 정의에 따라 행동한다.

무엇으로부터 아이를 구할 것인가?
엔지는 엄마로부터 아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의 켄지는 납치로부터 아이를 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 때문에 또 다시 괴로워한다.

나의 켄지로 (아... 이놈의 데니스의 주인공들은 왜 하나같이 멋진거냐규 ㅠ.ㅠ)는
하드보일드 탐정치고는 꽤 약골인데다가, 생각도 너무 많다.
필립마로우 같이 어떤 순간에도 중용을 지킬줄도 모르고
샘 스페이드처럼 비열하거나 냉정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패트릭은 늘 고민하고 걱정하고 혼란스러워하다.. 결국 선택하고 다시 후회한다.
그가 사건을 선택하고 해결하는 방법이 우리네 사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라, 아이야, 가라>를 다 보고 나선 눈물이 나 버렸다.

'아만다 맥트레티가 실종된 것은 최소 여섯 시간에서 최대 칠십이시간 전이다. 사실 쓰레기 매립지 한구석에서 머리카락까지 피가 엉겨 붙은 아이를 보게 될까 봐 두려웠다. <....> 6개월쯤 후 저 길 아래 쪽에서 퀭한 두눈을 하고 서 있는 아이를 만나게 될까 봐 너무나도 무서웠고, 순순란 순수는 모두 파괴된 그 아이의 눈빛을 보게 될까 봐 불안하고 두려웠다. 요컨대 아만다 맥크레디를 찾는 것이 나일까 봐 겁이 난 것이다. 행여 찾게 된다 해도 그건 다름 사람의 몫이어야 했다.

인간쓰레기들은 미행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점점 놈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부러워진다는 것이다.
6만달러짜리 자동차, 100만 달러짜리 콘도 슈퍼볼 50야드 라인의 골드석을 차지하는 것도 열받지만
정말로 짜증나는 것은 이런 식의 사치가 아니다. 그들에게 제공된 화려한 자유 바로 그것이다. <...>
예를 들어 크리스 뮬렌이나 쿠티레츠는 거의 모든 교통신호를 무시했다. 고속도로의 시속 100킬로미터의 제한속도? 개뿔. 200이면 더 빨리 도착하는데 웬 100? 갓길이 텅텅 비어 있는데 왜 꽉 막힌 차선에서 버벅대지? 이런식이다.

아.. 오 나의 소시민적인 탐정 켄지로!!!!
나처럼 소소한 일에 열 받고 별거 아닌 것에 상처받고 보통 다른 사람들처럼 걱정하는 비범할 것 하나도 없는 남자.비록 부바보다 똑똑하지만 (과연 이것은 장점일까?) 엔지보다 우유부단하고 부바보다 약골이다.
결정을 내리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신을 향해 총뿌리를 겨눈 사람에게조차 총을 쏘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켄지. 평범하기 이를데 없어서 너무나 쉽게 감정몰입을 하게 되는 탐정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패트릭이 우리와 다른 것은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유부단하지만 결정된 일을 (그것이 괴로운 일일지라도) 언제나 해결을 본다. 다음에 어떻게 되지? 가 궁금해서.. 신문 속에 나온 팩트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탐정이 된 사람답게 그에게 포기란 없다. 다치고 깨지고 몸도 마음도 산산히 부서지면서도 그는 사건을 해결한다.

범인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더 많이 걱정하는 사람이라서 그의 소설을 보고 나면 추리소설인 주제에(범인을 잡았는데 왜 안후련해지냐구.. ㅠㅠ) 후련해지기 보다는 먹먹해지고 가슴이 무거워진다는 것이 문제일뿐... ㅠㅠ

세상에는 수많은 슈퍼 영웅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 있고
셜록 홈즈나 다아시 경처럼 뛰어난 머리로 주위를 감동시키는 사람도 있다.
또 샘스페이드나 필립마로우처럼 냉정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탐정도 있다.
그렇지만 켄지처럼 늘 지치고 힘들고 우유부단하면서
자신안의 정의와 신념을 지켜나가는 탐정 영웅!  그래서 마음이 따끔거리고 눈물이 시큰거리는 책

<가라 아이야 가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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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1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를 뒤에서 읽으시다니요 ㅜ.ㅜ

KNOCKOUT 2006-11-2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물만두님의 책 서평이 너무 좋아서... 뒤늦게 읽었답니다. -_-+ 시리즈거 이렇게 연결돼있는 줄 알았다면... 순서대로 볼껄. ㅠㅠ
 
오! 행복한 카시페로 마음이 자라는 나무 9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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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할까... 머리 속으로 한참 헤맸다.

우리의 카시페라는 들개출신.

그러나 배고품과 추위에 일자리를 갖기로 결심한다.

처음 일자리는 애완견

그러나 카시페라의 본질과 맞지 않게

자신의 요규만 강요하는 이상한 주인때문에 카시페로는 줄행랑을 치고 만다.


 또 다시 거리에서 나선 카시페로.

들개로서 먹고 살기 위해 갈비씨를 만난다.

그와의 환상적인 궁합으로 먹고 사는데 느긋해지자..

자신들의 본질을 잃게 된다.

갈비씨는 너무 말라 뼈의 부딪힘으로 음악을 만들고

카시페로는 그 음악에 심취한 인간들의 음식을 노리는...

언제나 배고프고 허기진 들개의 삶.

배에 기름이 오른 갈비씨는 더이상 뼈로 노래하지 못했고

그들은 또 다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인간의 허영때문에 늙지 않는 약을 만들기 위한 제약회사에

실험용개로 팔린 카시페라는 죽을 힘을 다해 그 곳을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인간에 대한 불신도 생길만 한 데..


그러나 사랑에 눈이 빠진 카시페로와 갈비씨는

암캐 곁에 있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받쳐 서커스 단에서 일자리를 구하지만..

위험천만한 일이 계속되고 갈비씨의 한쪽 다리를 잃고서야 서커스 단에서 도망쳐 나온다.


자 이제는 어떤 일자리도 어떤 사람도 믿을 수 없게 된 카시페로에게 동반자가 찾아온다. 헐벗고 배고프지만 카시오페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의 바람을 카시오페라에게 요구하지 않는 사람이 말이다.


다른 인간들보다 좋은 음식과 환경을 제공하지 않지만

신뢰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자...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추천해 줄 수 있을까??

이 우화의 주제는 뭘까?

강아지를 키울때 좀더 강아지의 본질에 충실하게 키워라!!! 는 아닐텐데 말이다.


 난 왠지 이 이야기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 같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요구만을 강요하는 나.

상대의 입장과 처지는 염두해 두지 않고 내 생각만 강요하는 나.

그리고 나를 포장해서 상대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는 나...

 왜 하나같이 내가 한 바보 같은 사랑 이야기 같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카시오페로는 진정한 동반자를 만났는데....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올까??

난 카시오페로처럼 갈비씨를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갈비씨는 아마도 신뢰와 책임감을 뜻하는 거라면...

진정한 동반자를 얻기 위해선..

신뢰와 책임감을 져버리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자존과 용기를 지켜야 한다는 걸까?


아무래도 가을이라...

모든 이야기가 사랑이야기처럼 보이나 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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