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토니 모리슨 지음, 김선형 옮김 / 들녘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사 놓고... 불쑥 들기가 버거웠던 책이다.
토니 모리슨의 다중 화자에 대한 그 밀도 높은 대화체 문장을 빠져들어 해석하고 느끼고 울어줄 마음의 여유가 내게는 없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모으기 위해 사는 책이라고 해도 책장을 볼때마다.. 두눈 시퍼렇게 뜬 채로..

'야... 너 나 안볼꺼야? 나 그래도 토니 모리슨의 딸이란 말야...'
하고 외치는 그 책을 외면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 책을 용맹하게 집어 들었다.

책 후기에도 나왔던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이란 어떤 의미일까?"
번역자는 채 환갑이 되지 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모리슨의 작품에 이런 의문을 던졌고 그 해답을 이 책 '러브'에서 찾았다.

그녀의 소설은... 뭐랄까...
완벽하게 계산된 환상적인 즉흥곡(jazz) 같은 느낌이다.
다중화자에.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건의 중심과 상관없이 툭툭 사연을 풀어나간다.
몇십년 전 차가운 관에 누워버린 'L'의 독백.
샌들러의 기억...
비다의 불만.
크리스틴의 인생
히드의 변명.
주니어의 사건
그리고 로멘의 이야기...

모두들 공통점없는 시점과 사연을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는 흑인사회의 남과 여, 그리고 Keep going 하는 그들의 삶을 녹아 내고 있다.

흑인 백만장자...
모두들 노예신분에서 막 헤어나오는 1940년대 재즈와 컨츄리 food로 인종에 상관없이 파라다이스로 꿈꾸는 호텔을 만들었던 빌코지. 모든 흑인의 선망이었던 그의 부는 흑인사회를 배신한 그 아버지의 유산을 바탕으로 했던 것이고 ... 인생은 인과응보. 아무 부러울 것 없는 그의 인생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잃으면서 뒤틀려 간다.


비록 아버지를 잃었지만 최고의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던 빌 코지의 손녀딸 크리스틴. 그러나 그녀는 하루 아침의 자신의 신분과 자신의 영혼의 쌍둥이를 잃는다. 그의 할아버지 빌 코지가 자신의 신부감으로 자신의 단짝인 히드를 선택하면서 부터다.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것이었던, 혹은 결혼으로 얻게 된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한 두 여자의 처절한 전쟁은 그들이 12살 먹던 해 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증조할아버지가 동족을 팔아서 얻은 부를 통해...
백인들에게 아부하면서 쌓은 호텔?
처음부터 그들의 것이 아니었고.. 둘 다 그것을 거부하고 다른 것(예를 들어 우정이라던가, 영혼의 안식이라던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말이다)를 추구할 수도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때는 1960년대였고, 그들은 흑인이었는데다가.. 더욱이 어린 소녀일 뿐이었는데...

1960년대의 가부장적인 흑인사회에서
두 소녀는 자아를 가질 수 없었고 독단적인 한 노인네의 변덕으로 인생을 망치고 말았다. 그들의 전쟁은 그들이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계속되었으며.. 어쩌면 그 전쟁은 두 여자가 스스로 존재할 수 있게끔 만든 유일한 힘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21세기는 달라졌을까?
우리의 주니어처럼
자신이 가진 작은 크레파스를 지키기 위해 가족들을 등지고
자신의 원하지 않는 성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3년이란 세월을
소년원에서 보낸 스무살의 어린 처녀 주니어.

크리스틴과 히드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정신 없이 도망친 그 주니어에겐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부디.. 다른 이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길...
살아가는 힘을, 버터내는 힘이.. 증오가 아닌 사랑에서 시작되길..
그 상처받고 외면 당한 서글픈 인생에 축복이 있길....
주니어의 삶에도
주류에서 벗어나 소외당하는 모든 삶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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