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하드보일드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 전의(轉義)하여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용어가 되었다. 개괄적으로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수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이 수법은
특히 추리소설에서 추리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는 하나의 유형으로서
‘하드보일드파’를 낳게 하였고, 코넌 도일파의 ‘계획된 것’과는 명확하게 구별된다.
원래 이 장르는 1920년대 금주령시대의 산물이라고 하며, 헤밍웨이와 도스 파소스 등
미국의 순수문학 작가들의 문학적 교훈을 적용시키려고 한다
.

자 이것이 네이버 사전이 말하는 하드보일드의 정의다.

그런데 재밌는거 하나.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한다는
이 하드보일드추리소설(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액션소설이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ㅠㅠ)은 하나
같이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장 감정이입이 빠르고 화자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쉬운 시점이라는 것이 좀 아이러니 하다.

-여기부터 습호 다량 함유.

암튼... 내가 좋아하는 데니스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이란다.
<비를 바라는 기도>보다 이 책 <가라, 아이야 가라>의 서평이 더 좋아서
나중에 읽었는데 -_-+ 이건 좋은 선택이 아니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비를 바라는 기도>를 읽는 것이 좋을 듯.
안타깝게도 4번째 소설부터 번역됐지만 이 시리즈는 하드보일드 소설인 주제에
각 편의 사건들이 현재 인물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라며...??)

이 책은 유아 유괴&납치에 관한 이야기다.
아이를 방치하면서 조금씩 그 활기와 순수성을 벰파이어처럼 빨아먹는 엄마가 아이를 기를 것이냐
비록 불법이지만, 배고픈 아이를 먹이고 더러운 아이를 씻기고 외로운 아이에게 사랑을 나눠줄 양모가 키우는 것이 더 옳은 것이냐..가 이 책의 주제다.

뮬렌만 그 자리에 없었다면 헬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일년에 3000명의 아이가 집에 돌아오지 않듯이(우리나라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을까?)
조용히 처리될 수 있는 '아만다'의 유괴는 어른들의 '이기'와 '탐욕' 그리고 '책임감'이 뒤엉켜
보스턴 경찰 최대 스캔들까지 발전한다.

공교롭다.
난 이 공교롭다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모든 소설의 출발이니까.. --+
공교로운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자신의 정한 정의에 따라 행동한다.

무엇으로부터 아이를 구할 것인가?
엔지는 엄마로부터 아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의 켄지는 납치로부터 아이를 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 때문에 또 다시 괴로워한다.

나의 켄지로 (아... 이놈의 데니스의 주인공들은 왜 하나같이 멋진거냐규 ㅠ.ㅠ)는
하드보일드 탐정치고는 꽤 약골인데다가, 생각도 너무 많다.
필립마로우 같이 어떤 순간에도 중용을 지킬줄도 모르고
샘 스페이드처럼 비열하거나 냉정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패트릭은 늘 고민하고 걱정하고 혼란스러워하다.. 결국 선택하고 다시 후회한다.
그가 사건을 선택하고 해결하는 방법이 우리네 사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라, 아이야, 가라>를 다 보고 나선 눈물이 나 버렸다.

'아만다 맥트레티가 실종된 것은 최소 여섯 시간에서 최대 칠십이시간 전이다. 사실 쓰레기 매립지 한구석에서 머리카락까지 피가 엉겨 붙은 아이를 보게 될까 봐 두려웠다. <....> 6개월쯤 후 저 길 아래 쪽에서 퀭한 두눈을 하고 서 있는 아이를 만나게 될까 봐 너무나도 무서웠고, 순순란 순수는 모두 파괴된 그 아이의 눈빛을 보게 될까 봐 불안하고 두려웠다. 요컨대 아만다 맥크레디를 찾는 것이 나일까 봐 겁이 난 것이다. 행여 찾게 된다 해도 그건 다름 사람의 몫이어야 했다.

인간쓰레기들은 미행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은 점점 놈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부러워진다는 것이다.
6만달러짜리 자동차, 100만 달러짜리 콘도 슈퍼볼 50야드 라인의 골드석을 차지하는 것도 열받지만
정말로 짜증나는 것은 이런 식의 사치가 아니다. 그들에게 제공된 화려한 자유 바로 그것이다. <...>
예를 들어 크리스 뮬렌이나 쿠티레츠는 거의 모든 교통신호를 무시했다. 고속도로의 시속 100킬로미터의 제한속도? 개뿔. 200이면 더 빨리 도착하는데 웬 100? 갓길이 텅텅 비어 있는데 왜 꽉 막힌 차선에서 버벅대지? 이런식이다.

아.. 오 나의 소시민적인 탐정 켄지로!!!!
나처럼 소소한 일에 열 받고 별거 아닌 것에 상처받고 보통 다른 사람들처럼 걱정하는 비범할 것 하나도 없는 남자.비록 부바보다 똑똑하지만 (과연 이것은 장점일까?) 엔지보다 우유부단하고 부바보다 약골이다.
결정을 내리는데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자신을 향해 총뿌리를 겨눈 사람에게조차 총을 쏘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켄지. 평범하기 이를데 없어서 너무나 쉽게 감정몰입을 하게 되는 탐정이다.

그러나 이 평범한 패트릭이 우리와 다른 것은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유부단하지만 결정된 일을 (그것이 괴로운 일일지라도) 언제나 해결을 본다. 다음에 어떻게 되지? 가 궁금해서.. 신문 속에 나온 팩트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탐정이 된 사람답게 그에게 포기란 없다. 다치고 깨지고 몸도 마음도 산산히 부서지면서도 그는 사건을 해결한다.

범인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감정을 더 많이 걱정하는 사람이라서 그의 소설을 보고 나면 추리소설인 주제에(범인을 잡았는데 왜 안후련해지냐구.. ㅠㅠ) 후련해지기 보다는 먹먹해지고 가슴이 무거워진다는 것이 문제일뿐... ㅠㅠ

세상에는 수많은 슈퍼 영웅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초능력을 가진 영웅이 있고
셜록 홈즈나 다아시 경처럼 뛰어난 머리로 주위를 감동시키는 사람도 있다.
또 샘스페이드나 필립마로우처럼 냉정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탐정도 있다.
그렇지만 켄지처럼 늘 지치고 힘들고 우유부단하면서
자신안의 정의와 신념을 지켜나가는 탐정 영웅!  그래서 마음이 따끔거리고 눈물이 시큰거리는 책

<가라 아이야 가라>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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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1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를 뒤에서 읽으시다니요 ㅜ.ㅜ

KNOCKOUT 2006-11-2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물만두님의 책 서평이 너무 좋아서... 뒤늦게 읽었답니다. -_-+ 시리즈거 이렇게 연결돼있는 줄 알았다면... 순서대로 볼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