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얼마 남지 않은 클래식의 광맥에서 올해 찾아낸 보물은 아무래도 시벨리우스가 아닌가 싶다. 시벨리우스는 중고등학교 음악책에서는 국민악파 정도로만 기술된다. 국민악파라니 얼마나 지엽적이며 촌스러운 이름인가. 내 생각은 음악책의 기술과는 다르다. 그는 진정 이시대의 마지막 교향곡 작곡가였다. 쇼스타코비치와 더불어 20세기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교향악의 자리에는 시벨리우스가 있었던 것이다. 그가 작곡한 교향곡이 7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8번 교향곡을 작곡했으나 폐기했다고 하는데 이건 음악사적인 비극임에 틀림없다.

 

 시벨리우스를 차이코프스키 연장선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선율적인 면에서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시벨리우스의 곡은 자기가 할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고 또 그 할말에 집중하는 악기 편성과 화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선율적인 면이 강조되는 차이코프스키의 곡보다는 구조적인 면에서 깊이가 있다. 그리고 음악에 있어서 효율성이라는게 있겠나 싶지만 이건 말러와 비교해보았을때 극명히 드러난다. 사실 말러의 음악 역시 훌륭하지만 전체적으로 꽉 짜여져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데, 그에 반에 시벨리우스의 음악은 훨씬 구조적으로 단단한 구성을 지닌다. 주제와 주제 사이에 매끄럽게 연결되는 것은 말러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브람스를 들어야하는 가을에서 본격적으로 러시아와 북유럽 음악이 어울리는 겨울이 오고 있다. 냉면이 겨울음식인 것 처럼 시벨리우스에서 느껴지는 현악기의 서늘함은 아무래도 찬바람이 씽씽 부는 겨울이 제격인듯.  

 

 Jean Sibelius : Symphony No. 1,2,5,7 

 번스타인과 빈필의 연주. 고클에서 사람들의 리뷰는 대체적으로 핀란드가 아열대지방이냐? 너무 뜨거운 연주다라는 반응이 대부분.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반응에 동의한다. 하여간 핀란드가 아열대 나라로 느끼질만큼 열정적인 연주이다. 번스타인의 개성은 말러에서 뿐 아니라 시벨리우스에서도 드러나는데, 완급을 (극단적으로) 조절하는 지휘로 말러에서와 같이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시킨다. 후회하지 않을 음반임은 분명하다. 가격도 착해서 Top price 2 for 1 인 듯. 단지 3,4,6번을 녹음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뿐이다.

 

 Jean Sibelius : Complete Symphonies   

 내가 처음 구입한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 빈약한 부클릿과 버짓도 아닌것이 박스포장이 되어있는데 더럽게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휼륭한 연주인 것은 부인할 수 없기에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중에 하나이다. 아무래도 전체적인 발란스가 좋은 듯. 시벨리우스의 청량하고 서늘한 미감을 잘 살린 연주가 아닌가 한다. 

 

 

 

 

 Jean Sibelius : Complete Symphonies  

 러시아 음악은 므라빈스키를 따라가기 힘들고,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은 베를린필과 빈필을 따라가기 힘든 것 같다. (판소리는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이 해야 제맛인 것 처럼?) 아무래도 그 유전자와 환경에서 나오는 태생적인 공통분모가 크기 때문일터인데 이 음반의 경우 핀란드 작곡가(시벨리우스) - 핀란드 지휘자(세게르스탐)- 핀란드 악단(헬싱키교향악단)이라는 트라이엥글이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 아닐까 한다. 연주는 몰아칠때 몰아쳐 주는 스타일이다. 생각보다 박력 있어서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 함께 들어있는 바이올린 협주곡도 꽤나 훌륭한 연주인 듯. 

 

 Jean Sibelius : Symphony No. 2,5

 낱장으로 선택한다면 이 음반이 좋은 선택일 듯. 아무래도 가장 듣기도 쉽고 금방 흥얼거릴 수 있는 2번과 5번이 들어있는게 장점이다. 영국은 시벨리우스의 인기가 많았다고 하고 지금 베를린필 상임지휘자인 레틀도 어렸을때 바비롤리등의 시벨리우스의 연주를 들으면서 자라왔다고 한다. 아무래도 독일-오스트리아 음악에 대응해 정치적으로 많이 연주되어왔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영국이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보편화시킨데는 큰 역할을 한건 사실인 듯. 실황 음반인데, 마지막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는 이 날 바비롤리가 얼마나 청중을 휘어잡는 연주를 펼쳤는지 잘 보여준다. (내가 산 이 음반은 ㅇㅅ이에게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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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1-12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벨리우스 만세만세 ㅠ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일거예요, 아마도. 좋아하긴 정말 좋아하는데.

일개미 2012-11-12 19:29   좋아요 0 | URL
ㅎㅎ안녕하세요. 블로그 방문했다가 뭔가 훈훈해 져서 즐겨찾기 추가했는데, 방문해주셨군요. 저도 핀란디아 들으면 이렇게 숭고한 곡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핀란디아 국가 부분 성악 합창이 있는데, 기회되시면 들어보시길.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