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도와 떠도는 사원
김용규.김성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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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용규.김성규 알도와 떠도는 사원 웅진지식하우스 2006

2001년에 출간된 알도와 떠도는 사원 1, 2를 합본.재구성하여 새롭게 출간한 것

먼저 이 책은 '철학 판타지'임을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낱말의 조합이기도 하다 판타지 속에
철학을 잘 버무려놓으려고 했나 싶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올시다'였다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 이기도 하다'라는 말을 되짚어보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것'이다
대입해서 말하자면 철학이야기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것이었다는 말이다

철학을 들려주고 싶었는지 판타지를 들려주고 싶었는지 오리무중이다
어느쪽을 뼈대로 삼고 나머지 한쪽을 살점으로 삼아 덧붙여 나가려고 했는지
의도는 짐작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시도는 신선했을지 모르나
방법은 서툴렀다는 것이다
마치 교과서의 내용을 읽는것 같은 서구근대화 과정(_p 137~150)이나
'알도'의 입을 통해 설명해 주는 일반적 지식들을 읽고자 판타지 소설을 읽지는
않는 것이란 거다
지은이는 판타지라는 미끼를 슬쩍 던져 놓고 뭔가 철학적 지식들을 알려주고 싶어
했겠지만 '철학적 사실'에서 '재미'를 느끼는 소설 독자는 많지 않다고 본다
이 책에서 바라는 것은 흥미일 것이지 철학적 사실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주고 싶은 작가의 욕심이 아닐까 싶다
무게를 주고 싶었던 쪽은 철학쪽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철학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도입된 장르가 판타지라는 것이 적절치 못했지 않았나 한다


"... 악은 그저 허상이야. 빛은 있을지언정 어둠이란 없는
거야. 마찬가지로 선이 있을 뿐 악은 없는 거야. 어둠이란 빛이 부족한
것이고, 악은 선이 결핍된 것일 뿐이야. 모두 허상이라고."
_p352

악이 허상이라면 선도 허상은 아닐까?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어둠이 없는데 밝음 이란게 존재할까?

-빛이란 어둠이 부족한 것이고, 선은 악이 결핍된 것일 뿐이야.
위 본문의 문장을 단어만 바꿔 보았다. 권선징악적인 가치로 본다면 이상하겠지만
틀린 말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나는 생각 한다)

"...모두 허상이라고." 라고 한다면 그 '모두'에는 선과 악 모두가 될 것이다.
결국 선도 악도 다 허상인 것이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있음과 없음 모두가 하나의 개념만으론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너무 쉽고 일반적으로 말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철학적 지식들과 사실들을 뺀 이야기의 '줄거리'를 생각해 보자면 그 줄거리가
너무 약하고 탄탄하지 않다 긴장감이나 흥미를 돋우는 장치가 부재하다 그 말이다
이야기를 읽을 때 드는 '재미'가 아니라 단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판타지)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서 소개하길래 덥석 주문해 놓고 이제서야 읽어보았다
만약 사전에 이 책을 먼저 읽고 사회자, 작가, 패널들의 대화를 시청했다면 나는 어떻게
느꼈을까 싶다

정말로 선정하는 책의 기준이 순수할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엄청난 로비를 해야한다는 공공연한 비밀을 알 사람도 모를 사람도 다 아는 것이지만...

객관적인 '재미'란 없기 때문에 내 주관적으로는 재미가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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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이쿠 선집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4
마쓰오 바쇼 외 지음, 오석륜 옮김 / 책세상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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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7자 정도의 말에서 어떤 정감을 느끼기란 힘들다
거기다 다른 나라의 글
역자의 감상에 승차해 보긴 하나 도통 신통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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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모른다 - 여성.여성성.여성문학
김승희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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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 도서전에 갔다가 할인 판매대에 있길래 들고 왔다

여성주의 시들을 골라 저자의 해설을 곁들였다 무엇보다 석영희 라는 시인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확실히 시는 여성적인 장르이고 소설은 남성적인것 같다 획일적 제단이 물론

성립되기 힘들겠지만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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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모른다 김승희 2001 마음산책
국내 외 '여성주의 시'들과 저자의 해설을 덧붙여 엮은 시평론집

심판

석영희

어젯밤
흰 목도리를 두르고
죽으러 갔다
목을 길게 빼고 엎드리니
죄 같은 건 없어도
넌 그냥 죽는다고
누군가 선고하고 곧장
목덜미에 칼이 닿는다
하필이면 단도
재수 없이 무딘 칼
왜 무죄일까, 의심하며
절대 무죄가 아냐, 분노하며
어서 빨리 집행이 끝나기만
기다리는데
도무지
끝나지 않는다
목이 썰린다는 게 얼마나 불쾌한 일인지
똑똑히
알아두라는 듯
더럽게 안 드는 칼로
슬로비디오로
아직도 반쯤
썰린 목을 길게 빼고
피 한 방울 안 떨어진
흰 목도리만
여생(餘生)의 그 부우연 빛깔만
눈이 빠져라
내려다보며 한 순간
견디면 끝이지
어서 끝이 끝나기만
또 기다리는데
갑자기
집행이 중지된다
이런 법이 어딨어
목을 반만 달고 미친년처럼
따지지만
따져도 누구 하나
대꾸하지 않고
형장은 폐쇄된다
짤리다 만 목
흰 목도리로 감고
집으로 가니
죽다 살아와 반갑다고
개들은 월월 짖지만
오, 절대로
무죄가 아냐


미란에 대하여

석영희

네가 내게도 부질없는 날
검은 곰팡이 핀 방구석에 앉아
사막에서
비단빛 이제는 바랜 도시를 생각한다
한때 나의 이름이었던
옛도시 미란은 사라졌다고 한다
어느 날 드러난
죽은 이의 잘 마른 가죽 속에도
미란은 없다 고개 숙이고
못박힌 손바닥을 들여다보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던 날들을 생각한다
너의 태어남이 한 도시의 몰락 이후였다는 이야기
호수는 여전히 모래 위를 떠돈다는 이야기
신기루 되어 다가와도
속지 말아라 빠른 어둠을 타고
귀없는 벌레들이 울기 시작한다
너와 나 사이에 커다란 사막은
그냥 있어도 괜찮을 것이다
건조한 마음의 일들을 멀리두고
해묵은 의문을 지우며
어제보다 더 너는 축축해진다
모래옷 한 겹 입고
사막에서 쓰러져 죽는 일
네게는 없을 것이다 오랜 배움에 의해
앉아서 지척을 볼 뿐
천리 밖의 일은 묻지 않는다
그리하여 내가 네게도 지겨운 날
썩어 문드러지던 이름
미란을 생각한다 오를수록 더 깊이 빠지던
개미지옥을 생각한다
그리운 물은 고여도
온몸으로 흐린다는 이야기 나의 죽음이
한 흐름의 소멸 이전이라는 이야기
모래바람 타고 실려와도
떠도는 이름일 뿐 미란은 없다
있다면 마음 안의 일이 아닐 것이다
검은 곰팡이 한 겹 두르고 안심하며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희망을 버리려 애쓴 오랜 날들 위의
비단빛 이제는 지워진 도시
너와 나 사이에 집으로 가는 길은
아주 없어도 괜찮을 것이다

이승훈 의 석영희 시인에 대한 평
"신화나 원형에 기대어 위안조차 받을 수 없는 사람, 형벌을 받은 사람만이 시를 쓴다"

석영희
1957년 생
1991년 현대시사상 으로 등단
199? 자살
발표작 <심판> <미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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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07-10-17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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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득 찬 책 - 제25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137
강기원 지음 / 민음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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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수상자 선정방식이 바뀌고 첫 수상시집으로 선정됐다.
'상'이라는 것이 객관성을 얼마나 확보해 주는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황지우 시인은 '제1회 김수영 문학상'이라는 시를 썼겠나

역대 수상시집과 견주어 보지는 않겠다 선정방식이 바뀌었으므로.
여기에서 출판사 측은 꼭 '김수영'이라는 이름을 계속 가지고 갔어야 했나 싶다
나처럼 ...수상시집 이라는 말에 혹하는 독자를 노리고
한 권이라도 더 팔아먹어야하는 출판사 입장에서야 당연했겠지만 '김수영'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위상을 살핀다면 이제 김수영문학상은 더이상 김수영문학상
이라고 붙여져선 안되지 않을까 싶다.
기대를 하지 않았다면 실망도 없었겠지만 대다수 역대 수상시집들의 역량을 생각하면
내 작은 기대는 당연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 기대는 무참했다
 
 
아는만큼 본다는 말처럼 일개 아마츄어 독자인 내가 볼 수 있는 영역이
좁아서인지 이 시집에서는 보이는게 너무나 없다 해설을 붙인 서동욱의 설명을 읽어보아도
과연 이 시집 한권에서 '고기 척추 유기체...'등등으로 전체 시집을 읽어 낼 수 있을까 싶다
전문비평가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할 말 없다 비평가에게나 읽히는 시집을 '상'씩이나
수여해야 할까? 그들만의 문학을 하겠다면야 하든가 말든가.
 
전체 시편들을 읽어나가보면 참신한 비유도 그럴듯한 상징도 없고 탄탄하게 지어진 한편의 시를
찾기란 더 어렵다 편편들에 흩어져 있는 문장 몇 가닥을 독자가 꿰맞춰야 하는가?
그럴 문장도 없더라 한 줄의 문장을 쓰기 위해 또 그 문장들로 직조하기 위한 부단한 흔적은
읽히지 않는다
 
행갈이한 행과 행들을 붙이건 띄우건 읽어보면 문창과 학생들의 습작시 정도랄까
내겐 딱 그 수준으로 읽혔다
'왜 썼을까?' 계속 맴도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정현종, 최승호 두 시인의 심사평과 비평가의 그럴듯한 주례사 해설이 있으니 그러려니 할밖에
 
다시 한번 소망한다면 이제부턴 그냥 '민음사 문학상'이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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