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중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알지. 시가 결핍의 소산임을. 동시에, 그 결핍의 끝에
문득문득 피어나는 잠깐의 충족임을. 그 충족이 잠깐의 상상의 산물임
을. 그러나 상상적 허상이 아니라 상상적 실체라는 것을 제 꼬락서니로
증거하는, 피 같은 말임을.

미쳐버리고 싶은데 미쳐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미쳐버리고 싶다는 말이 곧 미쳐지지 않는다는 말일 텐
데, 그걸 밑받치고 있는 것은, 뭐랄까, 아슬아슬한 자의
식, 혹은 자존심?

그렇다면, 그렇게 견뎌서 어떻게 되는거지?
그저 견딤의 어떤 결정체가 되는 거겠지.

침묵의 말이란… 어차피, 말은 아니고…겨우 겨우 말
같은… 말을 스쳐가는, 그저 목소리 같은… 넋두리…그
건, 그러니까… 치묵이 원래… 가시처럼 박혀오는… 처음
엔, 잔가시들처럼, 몸 여기저기… 조금 지나면, 굵은 가시
들처럼… 나중엔, 큰 못처럼… 기어이는 몸만한, -p166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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