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알베르 카뮈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세상 김화영 옮김 개정 1판 4쇄 발행일/1999년 4월 20일

99. 8.01
책 상단 귀퉁이는 언제인지 물을 한번 먹어서 주름이 가 있고 표지의 비닐 코팅도
주름을 드러낸 체 구겨져 있다 책 바닥을 보니 분홍색 스템프 숫자가 찍혀 있어서
구입 날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꽤나 오래 전에 구입했는데 여지껏 버려지지 않고 잘도 따라다니고 있구나 싶다
읽었다는 기억과 굵직한 줄거리를 제외하면 읽지 않은 것과 다를게 없다 아마 버리지
못한 이유가 읽었어도 읽었다는 분명한 기억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뫼르소 생각이 난 김에 구석에서 찾아내 다시 읽어 봄 

딱히 대단한 느낌 없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의 부조리에 대한 생각
뫼르소형 인간들이 넘쳐나는 마당에 딱히 특별할 게 없는


얼마전 모 출판사에서 아무개 번역가에 의해 뚱딴지 같은 '이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집나간 개도 웃을 일이다. 호박에 줄 긋고 수박이라고 팔아먹는 거지. 어처구니도 가지가지다.

많은 사람이 '태양' 때문에 뫼르소가 살인을 했다고 하지만 단순하게 태양만을 생각한다면
그 옛날의 멍청한 배심원들과 별다를 게 없을 것이다. 태양이라는 것이 우리 주변에서나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본다면 그의 진술은 결코 웃을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것에 대한 변명이든
설명이든 뭔가가 뒤따라주었어야 하지만 뫼르소는 그런 인물이 아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뫼르소라는 인간형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을 자격이 있다.

지난 날 나의 아비를 땅 속에 묻고 오던 장의 버스가 길가의 포도가게를 지날 때 나의 시스터는
포도가 싼 것 같은데 버스를 세워 포도를 사가면 어떻겠냐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 버스 안의
분위기는 그랬다 이제 다 끝났으니 홀가분하게 집으로 가는 그런 거 말이다. 산 사람에게 죽음이란
그런거 아니던가? 아니면 이건 냉정한 한 가족의 이상한 풍경일 뿐인가. 물론 나는 아비의 영정
앞에서 시스터가 봐도 의외라 했을만큼 한바탕 통곡을 하긴 했으나 그것은 애가 아니라 극도의 증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수십 년 간 쌓이고 쌓였던 증오의 폭발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이방인에서 뫼르소를
궁지로 몰고 간 이유 가운데 한가지인 장례식을 치르는 그의 태도를 십분 이해한다. 그러므로 나에게
뫼르소는 이방인이 아닌 희미한 거울일지도 모른다.




너는 어지간히도 자신만만한 태도다. 그렇지 않고 뭐냐? 그러나 너의 신념이란 건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만한 가치도 없어. 너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조차 너에게는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
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너보다 더한 확신이 있어.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확신이 있어. 그렇다, 나한테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나 적
어도 나는 이 진리를, 그것이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굳게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또 옳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은 하고 저런 것은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하지 않았
는데 다른 일을 했다. 그러니 어떻단 말인가? 나는 마치 저 순간을, 내가 정당하다는 것이
증명될 저 새벽을 여태껏 기다리며 살아온 것만 같다. 아무것도 중요한 것은 없다.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있다. 너도 그 까닭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생애 전체에
걸쳐,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항시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세월을
거쳐서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
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
들어버리는 거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너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런 것이 내게 무
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오직 하나의 숙명만이 나를 택하도록 되어 있고, 더불어 너처럼
나의 형제라고 하는 수많은 특권을 가진 사람들도 택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알아듣겠는가?
사람은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지고 있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밖에는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또한 장차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너 역시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네가 살인범으로 고발되
었으면서 어머니의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을 받게 된들 그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인가?
-15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