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이 펴낸 두 번째 책을 읽었다. 첫 번째 비평서가 나름 성공적이었기에 다음 책을 기대하지 않을수 없었다. 건조하고 딱딱한 비평서가 아닌 아삼아삼한 문장으로 이뤄진 비평서이었기에 한걸음 더 가까이 대중들에게 다가간 비평가가 아니었나 싶다. 이 점 때 문에 어떤이들은 그의 비평서가 너무 물컹하다고 꼬집었다는데 어느 부분 동감한다. 그런 그의 이번 책은 '산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그의 비평서와 무엇이 다른가 의아했지만 그런 생각은 책장을 오래 넘기지 않고 해결 됐다. 간단히 말하자면 신형철이 읽고 보고 들은 음악 영화 시 소설에 관한 짧은 글들의 모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의 잣대가 아닌 개인의 '느낌'에 충실하게 적어간 글들이다. 비평가 이명원의 독서후기 같은 글들이 생각난다. 이런 류의 책들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더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알게 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란 말이다. 결국 몇몇 권의 책들이 벌써 온라인 서점의 보관함에 얌전히 담겨 결재 라는 절차를 학수고대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 또 질러야 하는구나 =.= 마음에 닿는 부분을 옮겨보는 것으로 후기를 대신한다. 히포크라테스에 따르면 사람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그중 몸에 검은 담즙이 많은 사람들은 더러 이유 없는 비애에 시달리기도 한다니까. '검은 담즙'을 뜻하는 '멜랑콜리'가 오늘날 우울증의 명칭이 된 것은 그래서다. 토성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에게도 멜랑콜리는 평생의 벗이다. 수전 손택에 의하면 비평가 벤야민이 그런 유형이었던 것 같다. 친구 숄렘은 '심오한 슬픔'이 그의 특징이라 했고, 프랑 스인들은 그를 '슬픈 사람'이라고 불렀다니까. 그런 유형은 "느리고 우유부단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칼을 들고 자신의 길을 내며 가야 한다. 때로는 칼날을 스스로에게 돌려 끝을 내기도 한다."(수전 손택 『우울한 열정』) 그러니 벤야민의 자살은 어쩌면 파시즘과 토성의 합작품 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담즙이나 토성 따위와 무관한 사람이라고 그 칼로부터 안전할 수 있겠 는가. 어떤 비애는 칼이 되어 나를 겨눈다. 이 비애를 어찌해야 하나. -99p 기적이 없는 세계에 신파라도 있어야지. -106p 이와 같이 우린 들었다. 똑똑한 년이 예쁜 년 못 이기고, 예쁜 년이 운 좋은 년 못 당한다. 성실 한 놈이 학벌 좋은 놈 못 이기고, 학벌 좋은 놈이 빽 있는 놈 못 당한다. 이것은 냉소를 가장한 자조이고, 농담을 가장한 진담이다. -238p "인물의 낸면을 말로 설명하겠다는 생각을 접어라. 굳이 말해야 한다면, 아름답게 말하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말해라. 아름답게 쓰려는 욕망은 중언부언을 낳는다. 중언부언의 진실은 하나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것을 장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장악한 것을 향해 최단거리로 가라. 특히 내면에 대해서라면, 문장을 만들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그리고 덧붙인다. "(레이먼드)카버를 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