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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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제 낮 점심을 먹을 때 하얗게 눈이 제법 내리는 걸 묵묵히 지켜봤다. 그저께 밤에는 k군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고 도서 한 권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뒤늦게, 너무나 뒤늦게 알고보니 사진작가 이석주의 전시가 몇 번 방문하기도 했던 홍대 카페 에서도 열렸다. 지나고 나서야 선명해지는 기억이나 사실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런 일들은 대개 기쁘지 않거나 슬프거나 안타까운 일들이게 마련이다. 

어제 내린 눈으로 배송이 늦어진 책을 오늘 아침에 받을수 있었다. 눈 때문에 눈 사진들이 가득해서 무거운 책을 늦게 받게 되다니... 미리 알게 된 사진작가 이석주에 관한 사연이 나풀거리면서도 무겁게 떨어지는 눈송이 마냥 마음 한켠을 무겁게 했다. 무겁다기 보다 짜안하고 헛헛했다.

이석주 그가 직접 자신의 말들을 남겼으면 좋았겠지만 거기까지는 힘이 닿지 못했는지 아쉽게도 그의 사진들 옆에 글작가의 글들이 나란히 했지만 우선 사진들을 먼저 본다. 홋카이도의 하얀 눈을 눈에 먼저 담고 싶었다.
사진은 빛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빛을 비워내는 것이라고 남긴 메모처럼 그의 사진엔 사람들의 자취도 거의 없다. 사람을 담으면 너무나 그리울것 같아서라고 한다. 

자신이 밀고 갈 수 있는 시간의 경계선이 또렸한 사람의 시선을 따라 가보는 것은 아직 살아있는 사람으로써는 애잔한 일임에 틀림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홀로 떠나 담아온 홋카이도의 눈에 대한 추억은 아무와도 나눌수가 없다는 것이다. 영영.

자신은 홋카이도로 혼자 떠났고 다시 혼자 너무 멀리 갔으면서도 혼자 올 수 있냐고, 염려하는 책을 바라보자니 눈 없는 곳 없을 홋카이도 어느 거리를 위태롭게 거닐었을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헤아려지지도 않아 나까지 심란하다.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어쩌다 슬픈 이야기를 하려 하면
괜찮아 다들 슬픔은 있어

어쩌다 아픈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다 나을 수 있어

어쩌다 외로운 이야기를 하면
괜찮아 누구나 혼자야, 라고 말했지

그럼 난 그냥 웃었지

어쩌다 너에게 슬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아픔이 올 때
어쩌다 너에게 외로움이 올 때

그때 넌 정말 괜찮았니?

 
이석주 블로그 글(http://blog.naver.com/soar0108)

이 겨울 눈이 와 눈 생각이 나거나, 눈이 오지 않아 눈이 그리워서 눈이 보고 싶을 때 이 책을 들춰볼지도 모르겠다. 나는 없고 그는 가 있는 곳, 거기엔 눈이 소리없이 오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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