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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 우묵한 정원
배수아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7월
평점 :
˝일생 동안 나는 무의식중에 내 귀에 울려온 그 메아리를 되풀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내 몸은 공명하는 돌의 동굴이야, 비로소 깨어난 돌의 울음이야, 너도 그런 동굴을 가졌는지? 너도 그런 목소리를 가졌는지? 이 목소리를, 들어봐, 지금 내가 하는 말을, 숨이 멎을 만큼 놀라워라, 내 안에는 얼마나 아득한 공허가 있었던 걸까, 내 안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의 말이 묻혀 있었던 걸까, 나는 그의 무덤이었던 거야, 이 말을, 나를 통해서 말해지는 이것을, 너도 듣는지, 아주 멀고도 우묵한 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은 이 속삭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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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을 기다리는 그 시간을 그는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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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독하기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의 종말에 대해서 생각하는 일이 내 마음을 끌기 때문이다. 그건 항상 나 자신이 무언가의 종말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탓이다. 나는 종말을 주시한다. 종말에 매달린다. 그럼으로써 종말에 참여한다. 종말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비밀의 혁명가일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어떤 것이 종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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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받지도 앉았다 -> 않았다 214
알라딘 중고 매입가 8500
상관없는 잡썰
어떤 각자의 심연에서 솟아나는 속삭임의 형상화를 글쓰기라 한다면 언제 도착할지 기약 없는 편지를 내가 내게 끝없이 보내어 그나마 침몰하지 않는걸 수도
누군가는 다가갈 수 없는 심해로 순식간에 침몰 했고 또 누군가는 대양을 횡단 했다
이도저도 아니어서 해변만 배회하다만 이들이 해변의 모래알들 만큼일 것이다 앞으로도
뭐가 됐든 속삭임에 귀 닫기가 안되는 사람들의 몸부림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