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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의사 엄마가 기록한 정신질환자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법
김현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평점 :
정신질환 자식을 둔 부모의 다소 감정적인 경험 수기가 아닐까 짐작 했었지만 ‘얼음처럼 냉정하게 이성을 지켜야 환자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227)는 의사 저자의 말처럼 감성적 부모보다 이성적 의사 부모이기에 쓸 수 있었겠구나 했다
내용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수 있는데
1. 양극성 장애로 짐작되는 질환을 앓았던 유명인들의 질환 관련 이야기
고흐, 뭉크, 헤밍웨이, 비비언 리, 앤젤리나 졸리, 지미 헨드릭스, 커트 코베인, 버지니아 울프, 실비아 플라스, 처칠 등
2. 저자의 딸이 진단을 받고 입퇴원을 반복하는 6~7년 간 일어났던 일들과 부모로써 했던 대처와 심정들
3. #양극성장애 를 비롯 비슷한 증상의 정신 질환들에 대한 의학적 사실들과 의료 현실들의 설명
이 세 가지를 각 장에 적절히 섞어 이야기 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거시적 관점에서 현대 사회와 한국 의료 현실의 문제점 등에 대한 의견
제목으로 짐작될 수 있는 부모로써 경험 과정의 분량이 적다보니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은게 무언가 하는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
각 장마다 유명인들의 질환 사례를 구태여 배분하여 이야기한 작전?은 불필요한 흥미 끌기가 아닌가 싶기도 해서 정신질환 가족을 두고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읽는다면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들이 아닐까 그런 생각
정신 질환이 유전 요소가 절대적이지 않다며 일란성 이란성 쌍둥이 사례를 들어 환경적 요소 또한 중요 인자임을 설명한다
저자의 두 딸이 정신질환이 있음을 알게 될 때 비록 부모 모두 의사인 가정환경이지만 환경적인 어떤 요소가 자녀들에게 영향을 끼쳤겠구나 짐작하게 한다
저자의 말대로 냉정하게 보면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에게 직접적으로 해줄수 있는게 없긴 하다 이 말은 온가족이 환자의 병에 매몰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감정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가족의 동반자살 같은 비극이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양극성 장애 및 유사 정신질환들의 진단의 어려움과 이를 대처하는 가족의 지난한 나날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옅보며 코로나 시기때 병원 면회 금지로 인한 가족과의 이별이나 죽음을 겪은 많은 이들이 떠올랐다
부모든 자식이든 가족 중 누군가가 기약없는 환자가 되버리면 일상이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경험자 입장에서 언제 응급실 전화를 받을지 모를 저자의 일상 또한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의사 부모였기에 가능했던 많은 선택지들은 저자 역시 운이 좋은 경우임을 인정한다 그렇기에 의료 상식이나 연줄이 없는 경우 정신질환자 본인과 가족이 받을수 있는 대한민국의 의료 써비스는 열악하다는것 또한 이야기 한다
아울러 저자는 ‘정신질환‘ 이라는 용어를 ‘뇌질환‘ 으로 바꿔야하고 ‘성격장애‘라는 용어 역시 ‘성격‘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즉시 ‘결격 인간‘으로 낙인되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날카로운 지적이라 본다
저자는 자식의 질병을 통해 본인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고 깊어졌다며 긍정하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가 이야기하듯 ‘인생은 잔혹하다‘는 사실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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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가장 적확한 설명은 정신질환의 범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으며, 정상과의 경계도 모호하다는 것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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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상 가족, 정상 신체 등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정상성 신화에 사로잡혀 인생이라는 잔혹한 도박에서 지는 패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경우 그것으로 인생이 끝났다고 절망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원래 인생은 잔혹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기는 패보다는 지는 패를 잡을 일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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