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기계들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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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기계들 #이언매큐언

인공지능 로봇 사이보그 등등의 소재는 그냥 식상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만큼 흔하다 그럼에도 이언 매큐언의 유일한 SF 소설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뭔가 다르지 않겠냐의 기대감

로봇이나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장르 소설 독서가 일천하다보니 그 상상력이 어디까지 펼쳐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는 없으나 결과적으로 막연히 생각하던 내 생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읽기가 되어 흡족하다 이런류의 독서 경험이 많은 이들이 보기엔 싱거울지 어떨지 모르겠지만은

여튼
소설에 등장하는 아담(또는 이브) 같은 로봇이 하나쯤 내 곁에 있어서 내가 컨트롤 가능한 말벗이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로봇이 스스로 학습을 통해 나보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되고 내 말을 거스를 수도 있거나 스스로 죽기도 하며 내가 너무 로봇에 감정 이입을 하여 집착하게 되면 그땐 또 어쩌나 싶기도 해서 결국 그 대상이 사람이든 로봇이든 그게 중요한건가 그런 생각도...

소설의 배경은 아르헨티나와 포클랜드 제도 전쟁을 하던 당시의 영국이지만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대처 총리나 튜링 수학자 등 실제 인물들의 등장 역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요즘 인공지능 쳇Gpt 라는 말을 모를 사람은 없다 더불어 자율주행을 필두로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할 거라고들 한다 그런 시대적 분위기를 감안해보면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아담(남)과 이브(여)라는 로봇이 등장 한다 이 로봇의 수명은 20년으로 86000파운드(한화 약 1억 500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25개체?가 생산 되었다

주인공은 그 가운데 아담 한 기를 구매한다

우리는 흔히 생각하기를 로봇이라고 하면 금속 재질의 외형과 인간의 명령에 종속 되는 것을 떠올린다 하지만 소설 속 아담과 이브들은 외형과 촉감이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로봇이다
무엇보다 이 로봇을 구입하면 성격 셋팅을 구매자가 해야 한다 기본 셋팅이 끝나면 이후 스스로 정보를 찾아 학습한다

이 아담과 이브들은 상상 이상으로 인간의 정신능력과 흡사한 사고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사랑은 정신적 육체적 사랑까지 포함 된다
스스로 자신의 시스템을 망가트려 자살 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하이쿠를 짓고 자신을 구입한 구매자가 시스템 리셋을 하려할 때 거부하기도 하며 셰익스피어를 읽고 흥분하기도 한다
인간과 로봇이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라고 인식하며 로봇 자신은 살아 있는 생명이라 결론 내리기에 이른다
이것은 주인공이 구입한 아담의 특징일 수도 있다

로봇 이름을 아담과 이브로 지은것은 작가의 너무 편안한 설정이 아닌가 싶은데 로봇 아담과 이브를 인간으로 대입해 창조론적 시각으로 본다면 로봇 아담이 보여주는 모습은 결국 인간이 신에게 보여준 모습과 다를게 없다 싶고 작가 역시 그 점을 어필하고 싶은게 아닐까 했다

소설상에서 인간은 인간 같은 로봇을 프로그래밍 하고자 하지만 실패로 보인다 다수의 아담과 이브들이 자살을 하는데 그 원인으로 짐작 되는것은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으로는 인간의 비합리성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오는 절망감이 그들을 자살로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생각하는 죄와 벌 그리고 용서와 같은 개념은 인공지능의 딥러닝으로는 불가능 하며 로봇은 수학적 판단으로 죄와 벌을 구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심심찮게 인공지능이 우선 도입 되어야 하는 분야가 판사로 상징되는 법조계라고 농반진반으로 이야기하지만 소설상 아담이 생각하고 판단한 죄와 벌의 판단을 보자면 인공지능 판사가 과연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의문과 우려가 생긴다

이언 매큐언의 대표작을 비롯 하나도 읽지 않은채 어찌보면 번외편 같은 작품으로 처음 읽었지만 왜 그가 대단한지 짐작이 갔다


나는 깊은 감정을 느낍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요
181P

욕마의 대상은 선택할 수 있지만 욕망 자체는 선택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185P

슈뢰딩거의 더블린 강연집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21P

내가 어떤 구조 속에서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나의 정신적 실존이 다른 장치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3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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