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최준식 교수는 이화여대 명예 교수로
한국죽음학회를 발족 시키고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종교, 죽음, 사후 세계 그리고 한국문화에 관한 책을 다수 펴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것은 신간 목록을 보다가 제목에 이끌려서였다
내용을 알고 모르고에 따라 제목을 자칫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글자 그대로 제목만 놓고 보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죽음을 가이드 하는 책이라니
죽는 방법이라도 알려준다는 것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제목을 설명하고 있는 말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본문에서 저자는 삶이 여행이라면 죽음 역시 여행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말은 곧 죽음이 끝이 아니라 죽음 이후에도 어떤 삶이 있다는 것이다
사후생을 믿고 안믿고는 개인의 문제니까 각자 알아서 하면 된다
그것과 상관없이 이런 책을 한번쯤 읽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당신은 어느쪽인가?
영혼을 지닌 몸이냐,
몸을 가진 영혼이냐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래본다
이것에 관해선 뒤에 가서 이야기해 볼 것이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보자면
“죽음 가이드” 라고 하니까 뭔가 으스스할 것도 같지만
책 내용을 보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가이드라는 것은 피할수 없는 죽음에 대해
죽음을 맞기 전 준비해 두면 좋을 마음 가짐에 대한 안내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차례를 살펴본다면 대략적으로나마 어떤 책인지는 짐작할 수 있을것 같다
1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_죽음의 성찰
2 세상을 떠나다_삶의 마지막 모습
3 죽음의 문을 열었던 사람들_근사체험
4 죽음 너머 삶_사후세계
5 또 다른 생의 삶_전생과 환생
6 다시 삶을 위한 죽음의 교훈_삶의 성찰
차례를 봤을 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1, 2, 6장에서는 죽음 이전의 삶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고
3, 4, 5장은 죽음 이후에 관한 것이라 하겠다
죽음 이후는 아무것도 없다는 단멸론적 입장이라면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본문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 가운데 먼저 인상적이었던
건축가 정기용의 말을 옮겨와 보았다
"나이가 들고 늙을수록 조금은 철학 공부를 해야 되는것
같다. 오히려 철학적이어야 된다. 죽는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옛것을 돌아보고 회상하고 추억하고 눈물을 흘리고 그런 것이
아니라, 산다는 게 무엇인지, 왜 사는지,세상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는지, 가족은 무엇인지, 친구는 무엇인지,
건축은 무엇인지, 도시는 무엇인지 하는 근원적인 문제들을 다시
곱씹어 보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좀 성숙한 다음에 죽는 게 좋겠다.
한마디로 위엄이 있어야 되겠다. 밝은 눈빛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음과 마주하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_62p
정기용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2011년 타계하기 몇 달 전 촬영)에서
정기용의 말 가운데 ‘밝은 눈빛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음과 마주하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는데
언제 어떤 죽음을 맞을지 우리는 선택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닥칠 그 죽음과 마주하려는 정신을 느낄수 있었다
여기에서 저자가 속한 ‘한국죽음학회’의 표어를 소개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당하는 죽음에서 맞이하는 죽음으로’ 라고 하는데
앞서 소개한 정기용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평소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두었다면 죽음이 닥친다고 해도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생각을 해보고 안해보고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임종을 겪어보게 마련인데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의 경우 슬픔이 큰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이 책에서는 ‘임종 시 주의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당사자가 임종하면서 호흡을 모으면 절대로 목 놓아 울거나
그의 몸을 흔들거나 소리쳐 부르며 시끄럽게 해서는 안 되네.
그런 행동은 떠나는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게만 할 뿐 아무
이익도 없다네. 정 슬픔이 북받쳐 울음을 참지 못하겠거든
몇 시간 후 그 영혼이 완전히 떠난 다음에 울어야 하네.
_048p
“원불교 교전” 축약 발췌
물론 이런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지만 막상 닥친 슬픔에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말이 안되는 점도 있다
다만 이런 점도 있으니 한번쯤 생각해 두자는 것일 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임사 체험과 사후 생에 대해 여러 예를 들어
현재의 삶을 잘 살아야 사후 생이나 다음 생을 잘 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현생은 현생으로 끝날 뿐이라는
입장이다보니 크게 와닿지 않는 내용이어서 따로 소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을 펼쳤을 때 처음 다짜고짜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시가 참 인상적이어서 함께 나눠보고자 읽어본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에 없습니다.
거기에 잠들어 있지 않답니다.
나는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저 넓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가을에는 햇살이 되어 밭을 비추고
겨울에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되겠습니다.
아침에는 새가 되어 당신을 깨워드리고
밤에는 별이 되어 당신을 지켜보겠습니다.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죽은 것이 아니랍니다.
나는 천 갈래의 바람이 되어
저 커다란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Do not stand at my grave and weep 저자 미상
고인이 묻혀있는 무덤이든 납골당이든 살아남은 우리는 거기로 가보곤 하는데
그런 장면을 떠올려보면 씁쓸한 웃음이 나오는 시라서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했다
단멸론적 입장이더라도 언젠가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음 생이 있거나 없거나 그것에 대해선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영역이니까
일단 제쳐둔다 치더라도 반드시 다가올 자신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막상 자신의 죽음이 닥치고 있을 때 제대로
죽음과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던진 질문
영혼을 지닌 몸이냐,
몸을 가진 영혼이냐 라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몸을 영원히 떠나는 행위일 뿐이다.
여기에 동의한다면 ‘나는 영혼을 지닌 몸이 아니라 몸을 가진 영혼’임을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은 죽지 않는다. 단지 몸만 죽을 뿐이다.
128p
몸이 죽을 때 영혼도 함께 죽으면서 그것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든
몸만 죽을 뿐 영혼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든 각자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살기에도 바쁜데 언제 올지 모를 죽음이라는 것에 이렇게
신경쓰는 건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도 있다
죽음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오로지 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절대적으로 개인의 몫인 일이다 그러니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
각자 알아서들 하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며
리뷰 같지도 않은 리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