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웰 주식회사 욜로욜로 시리즈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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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책은 무려 sf소설이다

아마 얄븐독자 채널에서 장르소설을 소개한 적이 있을까 싶다

그만큼 나는 장르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편독이 심한 사람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취향이 그렇다


그런데 이 소설은 왜 읽고 이렇게 소개까지 하느냐 하면

sf소설인데 안락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침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왔다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 읽어치웠다





이 책에는 표제작 다이웰 주식회사를 포함 총 4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국립존엄보장센터

다이웰 주식회사

하나의 미래

미래의 여자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앞의 두 작품은 안락사라는 공통점이 있고

나머지 두 작품은 낙태시간 이동sf적 요소가 가득하다


이 가운데 이 책을 읽게 만든 국립존엄보장센터는 분량이 가장 적었음에도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다 물론 관심분야라서 그랬겠지만

참고로 이 <국립존엄보장센터>는 미국 SF 잡지 <클락스월드>에 번역 소개되었다고도 한다

더보기에 링크를 남겨둘테니 영문으로 소개된 작품에 관심 있다면 한번 보면 될 것 같다


http://clarkesworldmagazine.com/youha_10_19/


그래서 우선 국립존엄보장센터이야기부터 해봐야겠다

 

이 작품의 배경은 아마 멀지 않은 미래인 것 같다

현재의 한국처럼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나머지 생존세라는 세금이 있고

그 생존세가 시행된지 삼십여 년이 지난 어느날이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국립존엄보장센터는 생존세를 체납한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일종의 안락사 기관이다

그나마 자진신고를 통해 센터에 들어가게 되면 존엄한 죽음을 맞는 것으로 소개되지만 자진 신고하지 않는다면 이런 서비스 조차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과연 존엄사가 보장이 되는 것인지 등등 읽어보면 작가의 솜씨가 엿보이는 부분이 있다

일단 센터에 들어오게 되면 손목에 24시간이 카운터 되는 팔찌를 차게 된다

주인공은 자식이 없는 할머니다

소설은 이 할머니가 센터에 들어가는 새벽 네 시부터 사망하게 되는 순간까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할머니의 뜻밖의 선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을 것 같다

25페이지라는 짧은 분량 안에 강제적 안락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할머니의 심정이 디테일하게 나타나 있는데 지금까지 내가 주로 읽어봤던 안락사 관련 책들이 제3자의 눈으로 객관적 거리가 확보된 차가운 사실들의 기록이었다면 비록 sf소설이라는 허구적 세계지만 주인공의 주관적 감정을 읽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감정적 공감은 더 와닿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이런 게 소설이라는 형식의 강점이고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짧은 단편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어떤 지점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단편이 담을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담았고 전달했다고 생각 한다


할머니의 이야기와 더불어 센터에 먼저 들어와 있던 노인들을 등장시켜 근미래의 안락사라는 제도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갈등적인 면을 드러내 보여주기도 한다


현실적 제도로써 안락사에 대해 생각할 때 느끼지 못했던 살아 있는 감정 같은 것들을 할머니를 주인공 삼아 써내려간 작가는 과연 어떤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고 생각을 해봤기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싶었다


안락사 찬성론자인 나는 2021년의 현재와 같은 소극적안락사를 넘어 남녀노소, 질병의 유무를 불문하고 언제든 개인의 의사만 있다면 안락사가 가능한 적극적안락사가 시행되는 미래 배경의 소설이 나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내가 읽지 않는 sf소설로 어쩌면 이미 나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sf소설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문학소설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인데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작품속의 전개는 내가 sf소설을 읽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안락사나 존엄사 같은 것에 관심이 많다보니 그 어떤 주제의 소설보다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다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 시시콜콜 이야기 할 수는 없고

간단하게 소개해 보는 것으로 한다


다이웰주식회사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이라는 질병이 만연한 서울이 배경인데

아직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이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의 안락사 비용은 2450만원이다

이 비용이 없는 사람들은 감염자들이 썩어 죽을때까지 기다리거나 시신을 버리기도 한다

주인공은 안락사 회사의 계약직 직원인데 그의 어머니도 감염된다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지는데 먼저 읽었던 작품이 너무 좋았기 때문인지 이 작품은 조금 심심했다


다음으로 하나의 미래미래의 여자는 낙태와 관련 지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낙태의 찬반 여부를 따져봐야 할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보다 시간 여행과 같은 sf적 요소가 이야기를 끌어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두 작품 가운데 미래의 여자에서의 반전은 재미가 있어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이런식으로 남유하 작가의 sf소설집을 간단하게 이야기해봤는데 우연히 읽게 된 것치고는 좋았다 소재적인 측면에서 관심분야라면 장르소설이라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겠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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