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한국어 오늘의 젊은 작가 30
문지혁 지음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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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의 새로 나온 소설책 목록을 보다가 초급 한국어? 라는 제목을 발견했다

소설 제목 치고는 이게 뭔가 싶어 내용을 대충 살펴보고 바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를 한 줄 요약하자면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게 다 였다면 이렇게 이야기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는 우리에게야 한국어가 가장 쉬운 언어일 테지만

우리가 다른 언어를 배울 때 느끼는 어려움처럼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어에 대한 어려움과 그걸 가르치는 강사는 또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하는게 궁금했는데

그런 소설이라고 하니 안읽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언어나 말에 관한 소설에 관심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번역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점이 더욱 읽고 싶게 만들었다


소설 뒤편의 작가의 말을 통하면 이 소설은

2019년 6월부터 8월까지 독서실에서 썼다고 한다

6월에 구상을 하고 주로 8월에 썼고 하루에 여섯 시간씩

전체 11일 출석해서 500매짜리 초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차례를 보면 12개의 소제목들이 나열되어 있고

전체 소설은 98개의 짧은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형식이 소설을 더욱 빨리 읽히게 하는 것 같다

 

참고로 띠지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작가가 직접 낭독한

오디오북 형태로 들을 수도 있는데

오디오북을 런칭한 뒤 책으로 출간되는 탈고과정에서

조금 수정이 있었다고 하니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소설은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의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이 배우는 한국어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본문 43페이지에서는 은/이에요/예요 의 쓰임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내가 기대했던 것도 이런 점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가면서 뉴욕에서의 생활과 번갈아 나오는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나 가족과의 이야기를 통해

때론 피식피식 웃게 하다가 또 한편에서는 짜안한 감정을 불러오게 하는 면에서

이 소설은 초급에 관한 것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주인공이 초급 강사이고 한국어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 또한 초급 수준이다

이야기를 조금 더 확장해서 해석해본다면 우리의 인생은 단 한 번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순간은 단 일 초도 없다 그러니까 매 순간 순간이 처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초급의 수준으로 살아갈 뿐이다

인생에 있어서 베테랑은 없다는 것이다

서른이 되면 서른이 처음이고 마흔이 되고 쉰이 된다해도 그 인생은 처음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도 처음 해보는 일이고 자식이 된다는 것도 처음 해보는 일이다

매 순간이 처음이니까 날마다 처음이 아닌 날이 없다고 하겠다

 

읽고 나서 이렇게 돌아보니 98개 짧은 챕터의 연속적 나열 형식이

처음이라는 것의 연속 같기만 해서 나름 의미 있는게 아닌가 한다.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해석의 여지를 주고 있으니

어쨌든 유의미하다고 보여진다

 

애초에 생각하고 기대했던 소설의 방향과는 달랐지만

오히려 기대보다 더 나은 소설 읽기가 아니었나 한다

짧다면 짧은 한 편의 소설이 이만하면 충분히 그 할 일은 했다고 본다

 

여담으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작가는 이 소설은 모두 허구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 이건 진짜 같은데 하는 장면들을 읽을 때면

어떻게 확인해 볼 방법이 없을까 싶기도 했다.

이를테면 진짜로 오래 사귄 그 여인과 헤어졌나 같은 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너무 순진해서 작가에게 속는 건가 아니면

작가에 대한 믿음이 큰 건가읽어온 소설책이 한두 권도 아니면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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