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우다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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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소설 읽기의 지독한 오독의 한 예일 수 있음을 참고 하시라


우다영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의 리뷰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우다영 소설의 느낌

2 소설의 다층성은 독일까 약일까

3 개별 작품의 느낌적 리뷰 및 총평


1

우다영의 소설을 읽어나가며 막연히 든 생각은 아마 이 소설집이 처음이자 마지막 우다영 읽기가 아니겠나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소설이 재미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지극히 취향의 문제다


소설에도 속도란 게 있다 치자

나는 느릿느릿 한발 한발 걸으며 보이는 주변 풍경이나 그 풍경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 같은것들, 그리고 사건과 인물들에 관한 촘촘한 소설을 원하는 독자란 걸 우다영의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 말은 곧 우다영 식의 소설을 읽고 따라가기에 내 보폭은 너무 느려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다영 소설의 속도를 말하자면 못해도 ktx 급은 되는 것 같다 고속열차를 타고 보는 창밖의 풍경 같다고 해두자 인물들은 느닷없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죽는다 단편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단편 소설 안에서 이렇게 인물들이 곧잘 죽어나가는 경우도 흔치 않은 것 같고 심지어 한 인물의 한 인생이 곧잘 담겨지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이 자리할 시간은 없고 오로지 다음과 다음을 위한 전진과 전진밖에 없어서 숨 가쁘게 읽었다는 느낌이다 거기에는 소설의 시점과 문장의 스타일도 한 몫 했다

 

이런 스타일이 단점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는 스피디한 스타일을 좋아할 수 있다

호불호의 영역이기 때문에 굳이 불호에 가까운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을 필요는 없다

소설은 넘쳐나고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다


스타일 뿐만 아니라 자기 복제까지는 아니지만 반복되어 보이는 설명조와 인물들은 앞서 읽은 작품의 문장 또는 정황 아닌가 싶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지점이 있었다

왜냐하면 고속열차 안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풍경이 수평방향으로 늘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와 같은 경우라고 본다 그런 사진은 어딜 찍어도 비슷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어쨌든 이런 특징들도 작가만의 개성일 것이고 선택은 독자들의 몫이다

다만 내 취향과 맞지 않다보니 이렇게 궁시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책 뿐만 아니라 세상에 인간이 10명 있다면 5명은 무관심 하고 3명은 싫어하며 2명은 그나마 호감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듯 내 입맛에 맞는 작가가 흔치 않은 게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독서만은 아니겠지만 독서 또한 어쩌면 싫은 것들을 가려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2

여기서 다층적이란 건 이를테면 세 번째 수록작 해변 미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아라, 아성, 아해 세 자매가 등장하는 해변 미로는 크게 여섯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에서 아성은 어떤 사고로 인해 사망한다. 그런데 두 번째 이야기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아성에게는 아홉 달 먼저 태어난 언니가 있었지만 그녀가 열 살이 되던 해 여름에 부모와 함께 교통사고로 죽었다. _92~93p


방금전 아성이 죽었다고 읽은 독자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식으로 이 작품은 하나의 시간이 일직선상으로 흐르지도 않고 이야기의 기본적 대전제를 뒤집어 버린다


작가는 이 소설의 제목 해변 미로처럼 독자를 미로에 넣어버리는데 만족하지 않고 이 소설집 전체를 미로처럼 만들어 놓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의 단편 속 어떤 장치가 또다른 단편 속에 등장한다거나 연결고리처럼 보이게 해놓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 추천사나 해설을 쓴 양반들이 미로 운운하며 소설을 그럴듯하게 평가했지만 단순 일반독자 입장에서 느끼는 건 그냥 소설이 뒤죽박죽 이다

한 권의 소설집을 묶기 위해 작가가 사전에 큰 그림을 그려두고 각 단편들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계획이야 어찌되었건 독자 입장에서 그 큰그림의 의도까지 간파하기 위해 재미도 없는 소설 해설을 눈여겨 읽어봐야 하나 싶어 짜증이 슬슬 일어날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 해설이 신통방통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이런 느낌은 마지막으로 실려 있는 작품 메조와 근사를 읽는데도 느껴졌다

눈 밝고 총명한 독자는 작가의 의도나 작품의 가치를 알아채 즐거운 마음으로 읽겠지만 아둔하고 게으른 나는 도무지 소설을 읽는 재미도 즐거움도 만끽할 수 없었다


이런 류의 소설 읽기에 훈련이 안되었기 때문이라면 그런 훈련은 정중히 사절하겠다



3


메조와 근사

이 작품만이 아니라 우다영 소설을 읽으며 나는 지금까지 너무 순하고 친절한 소설만 읽어왔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 일은 지나갔고 나는 괜찮아졌다.

 

그 일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없다 후반부에 가서야 갑자기 그 일을 표현하면서 또 누군가는 가차없이 자살로 표현 된다

자살이든 사고사든 어떤 죽음이 됐든 이렇게 죽음을 쉽게 가져다 쓰는 작가를 계속 읽어볼 마음은 없다 이게 무슨 장르 소설도 아니고

그리고 메조와 근사, 제목으로 쓰인 단어는 누구나 아는 것이기 때문에 주석 하나도 없는 것인가? 읽어보면 다 알아먹을 거라서 그렇다는 것인가

메조는 mezzo고 근사는 근삿값 근사치의 근사인가 아니면 근사하다의 근사일까

 

이러쿵저러쿵 처음 읽는 작가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리뷰랍시고 했다

책이란 게 특히나 소설이란게 그렇다 너무나 주관적인 취향을 많이 타는 것이기 때문에 감상은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느낀 감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을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런 리뷰나 영상을 보고 설득되고 싶기도 하다

궁금하다면 일단 읽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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