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잴 수 없는 것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11
에밀리 디킨슨 지음, 강은교 옮김 / 민음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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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게 더듬거리는 말로

인간의 가슴은 듣고 있지

허무에 대해-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



언젠가 헌책방에서 책꽂이를 구경하다가 빛바래보였지만 헌책 치고는 괜찮아 보여 빼보았을 때 처음 접했던 시였고 그렇게 알게 된 시인이었다

세계를 새롭게 하는 힘인 허무’’라는 표현이 좋았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읽어본다면 허무, 죽음, 고독의 이미지를 많이 느낄 것이다

 

많은 예술가 가운데 당대에 주목받지 못하고 사후에 유명해진 경우는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경우도 그렇다

 

에밀리 디킨슨은 1830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작은 도시 애머 스트에서 태어나, 188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24살 무렵에는 가족들에게 나에게 무슨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 절대로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만큼 외출을 삼가하고 외부인을 만나지 않으며 집에서 약 1,800여 편의 시를 썼지만 생전에 발표했던 시는 지역 신문에 실린 7편에 불과했고 시집은 출간하지 않았다.




국내에 에밀리 디킨슨의 시선집이 몇 가지 있지만 주목해볼 시선집은 파시클 출판사에서 펴낸 시선집이 아닐까 한다


출판사가 이름으로 삼은 파시클이란 말은 에밀리 디킨슨은 친한 사람들에게 편지 형태로 시를 보내곤 했는데 40여 편씩 시를 묶어 직접 필사하고 편집하여 파시클이라는 시집을 만들어 두었다고 하는데 거기서 이름을 따온 것 같다


한편 이 파시클 44권이 시인의 사망 후 발견되었고 4년이 지나 첫 시집이 큰 성공을 거두게 되어 그후 시선집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대부분 제목이 없다

따라서 편의상 첫문장을 제목으로 붙인 것이므로 감상하는데 참고하면 될 것 같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널빤지에서 널빤지로 난 걸었네.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로 머리맡에는 별

발 밑엔 바다가 있는 것같이.

난 몰랐네 다음 걸음이

내 마지막 걸음이 될는지

어떤 이는 경험이라고 말하지만

도무지 불안한 내 걸음걸이.


 

한편 에밀리 디킨슨에 관한 영화가 2017년에 국내에 개봉된 적이 있다


조용한 열정

A Quiet Passion 2015

국내개봉 2017. 11

 

 

영화를 보지 않아 뭐라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시인에 관한 영화를 보면 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영화의 한 장면 가운데 출판사 측에서 구두점을 바꾼 것에 대해 항의하는 장면이 나오는걸 볼 수 있는데 에밀리는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하는 장면을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에밀리의 시를 보면 많은 대시 표를 볼 수 있는데 그 작은 줄표 조차 시인에겐 의미가 있는 것이니 시를 읽을 때 무심코 지나쳤다면 다시 한번 살펴 볼만하다 싶었다

 

그리고 구제불능인 자신에게 신이 준 유일한 선물은 시라고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거의 두문불출하며 어머니를 돌보고 그당시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고 하는 자신의 병을 견뎌야했던 에밀리에게 시라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구원과도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시인이 생존했던 당대에 대중들로부터 인정받아 세상으로 나와 활동했다면 그게 행복이 되었을까 싶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좀머씨 이야기를 쓴 쥐스킨트나 호밀밭의 파수꾼의 샐린저처럼 자발적 은둔자들도 있으니 그들을 세상으로 불러내는건 폭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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