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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묻고 세계의 지성 100인이 답하다
윌 듀런트 지음, 신소희 옮김 / 유유 / 2020년 1월
평점 :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리뷰가 된다
1. 책을 쓰게 된 계기
2. 책의 구성
3. 보내온 답장들
4. 당신과 나는 왜 살고 있나
1. 책을 쓰게 된 계기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나는 당장 자살할 생각입니다”
책 제목이 다소 직설적이고 자극적으로 읽힐 수도 있고 뒤표지의 카피는
살짝 한 술 더 뜨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없는 말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이 책은 ‘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을 당시의 유명인들에게
편지로 물어보고 답장을 받은 내용을 간추려 엮은 것이다
책의 저자 윌 듀런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철학자, 역사가, 작가로
1968년에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는 “노년에 대하여” “문명 이야기” “철학 이야기” 등이 출간되어 있다.
책 제목을 보고 살펴보던 중 이 책을 쓰게 된 일화가 인상적이어서 소개해 본다
1930년 가을 윌 듀런트의 집에 한 남자가 찾아와 듀런트가 자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없다면 자신은 자살할 생각이라고 한다.
듀런트는 어떻게 해서든 그의 마음을 돌려 보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이 남자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자살하겠다는
사람들의 편지를 몇 통 더 받았다고 한다.
고심 끝에 듀런트는 당시의 유명인사 100명에게 삶의 의미에 관한 기본적인
답변과 그들 각자의 삶에서 어떻게 의미와 목적과 만족을 찾았는지도
이야기해 줄 것을 부탁했다.
듀런트의 편지 일부 내용이다
(......) 당신의 영감과 활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며
당신을 노력하게 만드는 목적 혹은 원동력은 무엇인지.
당신은 어디에서 위안과 행복을 구하는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지.
2. 책의 구성
이 책은 대략 210여 페이지의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 50여 페이지는 보내는 편지의 내용과 과학, 종교, 철학 등의 암울한 전망을 내세워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당시의 상황이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공황이 휘몰아친 혼란스러운 시대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100여 통의 편지를 보냈으나 수신자의 상당수는
이런 일에 연루 되고 싶지 않아 답변 할 수 없다는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어쨌든 이 책의 2부에는 28편의 답장이 실려 있다.
3부에서는 질문에 대한 저자 자신의 답변이 실려 있다.
3. 보내온 답장들
과연 누가 답장을 보냈으며 그 답장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이 책을 읽어보는 이유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일일이 답장에 대해 말할 수는 없을 것이고
몇몇 답장들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답장을 보낸 많은 이들은 종교와 가족 그리고 각자의 직업을 삶의 이유로 꼽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답할 법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론 조금 유별나 보이는 답장을 소개해 본다
버트런드 러셀의 답장이다
이렇게 말하려니 유감입니다만, 지금 당장은 내가 너무 바쁜 나머지 삶에는 의미도 뭣도 없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군요 (......) 진리의 발견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리가 판단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으니까요.
(1931. 6. 20)
그리고 버나드 쇼의 답장이다
젠장, 내가 어찌 알겠소?
그런 질문에 뭔 의미가 있단 말이오?
(1931. 6. 18)
다소 신경질적인 버나드 쇼의 짧은 답장의 말이 정답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많은 오답과 정답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 인상적인 답장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의 답장이었다.
어쩌다가 종신형의 죄수가 되었는지 사연은 알 수 없지만
범죄자라는 것과는 별개로 답장에서 보여준 그의 생각에
동감되는 부분이 있어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찌보면 온갖 문헌과 역사에서 진리를 구하고자 하는
철학자의 주장에 한 방 먹이는듯한 주장을 하는 그가
어떻게 종신형의 죄수가 되었는지 결국 그는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했나 싶었다.
그는 그 자신의 인생철학이 건전하다고 믿기만 한다면 삶이란, 심지어 감방 안에서도 바깥에 있는 사람의 삶만큼이나 흥미로우며 가치로울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의 배우, 극작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한
윌 로저스가 주간지에 기고한 글 가운데 일부를 소개해 본다
인생이란 결국 한바탕의 야단법석이다. 그러니 웃을 일을 만들자.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하자. 아무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지금 이 세대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은 확실히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각 세대는 이전 세대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지 이전 세대 덕분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지식을 구하려’ 하지 말자. 간절히 구할수록
오히려 함정에 가까워 질 뿐이니까. 하나의 이상에 헌신하지 말자.
그건 마치 호수처럼 보이는 신기루를 향해 말을 달리는 일과 같다.
도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호수는 이미 없을 것이다. 사후 세계에 관해
뭔가를 믿는 건 괜찮지만 그곳이 이러이러할 거라고 너무 확고하게
믿지는 말자. 그러면 그곳에서의 삶도 그리 실망스럽게 시작되진 않을
테니까. 패배할 때마다 한 발짝 앞서갈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도록 하자.
이외에도 소설가 싱클레어 루이스나 인도의 네루와 간디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인사들의 답장이나 잘 모르는 인사들의 답장이라해도
그들의 인생관은 어떠했나를 보며 왜 살아야 하나 같은 안해도 그만인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4. 당신과 나는 왜 살고 있나
여기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몇날 며칠 밤을 새워가며 난상토론을 한다해도 그 결과대로 살아갈 인간은 없다. 100억 명의 인간이 있다면 100억 개의 인생이 100억 개의 방향으로 살아갈 뿐이다. 왜 사냐는 물음 자체가 할 필요도 대답할 가치도 없을 그런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 물음에 답이 있기 위해서는 먼저 우주의 빅뱅이 왜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빅뱅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이 책이 1930년대에 씌어졌다는 시간적 거리감과 3부에 씌어진 저자의 입장이 그리 탐탁치는 않다. 좋은게 좋은거다 같고 그래도 살아야 한다 식의 끝맺음이 철학자로서 너무 관대한건 아닌가 싶은 것이다. 1부에서의 비관적 전망을 한 그 사람 맞나 싶기도 하다 그 말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원초적 질문에 대한 답변들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볼만한 책은 맞다.
어쨌든
어느날 우리에게도 이 책의 저자 듀란트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살아야 할 이유를 물었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그 남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나는 근본적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편이다.
사람들은 자꾸만 삶의 이유를 찾는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찾는 사람도 있겠고 못찾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이유를 찾는다해도 그것이 끝까지 가란 법도 없다
왜 사람들은 삶에 이유가 있어야 해서 그것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삶에 이유나 의미가 없다고 무의미한 삶이라고 허무하고 무목적적인 그런 허무한 삶은 아니다
산과 바다가 그냥 그것대로 있듯이 인간 역시 자연 속에 그냥 있을 뿐이다 우주 속에 한 점 티끌도 되지 않는 것으로 생겨나고 사라질 뿐이다 거기에 이유나 의미 같은 건 없다
언젠가 이야기 했듯 그냥 사는 것 뿐이다 산이 좋으면 그냥 좋고 물이 좋으면 그냥 좋은 것이다 거기에 무슨 이유가 붙나 그냥 좋다는데 아무 이유 없이 보기만 해도 그냥 좋은 사람과 같은 거다 이유나 의미는 거추장스런 핑계거리일 뿐이다
천지사방에 기댈 것 없이 혼자 선 인간이 삶의 이유나 삶의 의미라는 이름으로 기대야 한다면 그것이 종교든 가족이든 일이든 기댈면 되겠지만 그것 역시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사상누각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댐 없이 혼자 서는 인간만이 제대로 서는 인간이라고 감히 개똥같은 썰을 풀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