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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검은 피
허연 지음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중고책으로 꽤나 고가에 거래 되기도 하는 희귀 절판 시집인
허연 시인의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가 20년 만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초판 1995년 6월 20일 1판 1쇄 4,000원
개정판 2014년 4월 28일 12,000원
초판 당시 세계사에서 나왔던 것이 개정판은 민음사에서 출간 되었다.
20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책 가격도 4,000원에서 12,000원이 되었다.
절판 되었다가 재출간 되는 책 가운데 시집이 재출간 되는 경우는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최근 문학과지성사는 문학과지성 R 시리즈를 통해 절판된 시집 가운데 엄선하여 재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범위를 좁혀 재출간 되는 시집은 그만큼 시대와 세월을 건너뛰어서도
시의 생명력이 죽지 않았다는 것이고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시라는 것이다.
재발간 시집들을 찾아 읽어보면 재발간될만한 시의 힘과 매력을 느낄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론이 길었다.
90년대 중반쯤 어디서 어떻게 허연 시인의 첫 시집을 구입했는지 기억이 분명치는 않다.
그것도 초판 1쇄본을. 당시만 해도 세계사 시인선은 꽤나 잘 나가던 시인선이었던 것으로 기억 된다. 지금 봐도 그렇게 낡아보이지 않는 북 디자인이나 시인들의 면면이 주목할만 했다. 오래된만큼 제본 상태가 좋지 않아 낡은 티가 난다.
개정판에 대한 시집 소개글 가운데 일부를 옮겨와 봤다.
해설을 쓴 평론가는 죽었고, 시를 쓴 시인은 사라졌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시인 김경주를 비롯하여 수많은 불온한 청춘들은 이 시집을 필사하며 '돌림병'을 앓았다. ... 바로 그 전설의 시집 <불온한 검은 피>가 출간 20년 만에 부활했다.
-온라인 서점 알라딘
바로 그 전설의 초판 시집의 자서부터 읽어 본다.
■자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헛수고에 지쳤을 때
그 고통의 惡習과 매혹에 차라리 고개가 끄덕여질 때
詩를 썼다. 외따로 떨어진 무수한 不유쾌한 말들의 조합 —
詩라는 것 - 이 내게는 面壁이나 환희에 가까웠다.
道를 지나쳐버린 가족과 친구들,
나를 惡魔로 기억할지도 모를 사람에게 이 책을 헌정한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개정판의 자서도 함께 읽어 본다.
“패배한 공화국이었지만 묻어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누가 이 시집은 어떤 시집이야 라고 묻는다면 첫 번째로 실린 시의 일부를 들려주겠다.
지옥에서 듣는 빗소리
정의는 반드시 이기지 않는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교통은 얼마나 힘겨운가. 감화되지 않는다. 함께 사는 건
함께 죽는 것 치열하고 아쉬운 것
_부분
우리는 특별한 의심 없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교육받는다.
세상 물정 모르던 어렸을 때의 일이다. 지금 다시 한번 당신들에게 물어본다.
정의는 반드시 이깁니까?
각자 어떤 대답을 하는지는 확인하지 않겠다. 나의 대답도 들려주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