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었다고 그 책에 대해 모두 리뷰를 하고 싶다거나 리뷰를 하는건 아니다. 어떤 책은 단 한 줄 평을 남기는 것으로 읽기를 마칠 때도 있고 또 어떤 책은 그 단 한 줄의 평도 남겨지지 않고 기억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또 어떤 책은 읽는 내내 뭔가 불편한데 그 불편한 뭔가를 찾기 위해 리뷰를 할 때도 있다. 쓰고 말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가 툭 하고 튀어나오기도 하니까.




https://youtu.be/JTbXlkj1evU


테드 창의 작품집 숨에 실린 여러 작품 가운데 한 편에 대한 리뷰 영상을 올린 것으로 테드 창의 이번 소설집 리뷰를 더는 하지 않을 것이라 내심 생각하며 읽지 않은 작품들을 마저 읽어 나갔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읽는 내내 뭔가 좀 불편해서 그 불편과 그 외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이렇게 두 번째 리뷰 영상에 대한 원고를 쓰고 영상을 만들고 만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라는 작품은 작품 내외부적으로 참 이야기 할 게 많은 작품이다. 2010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그 이듬해 테드 창에게 휴고상과 로커스상을 안겨 준 작품으로 지금까지 발표된 작품 가운데 가장 긴 중편에 속한다. 이번 작품집에 포함되기 전에 단행본으로 국내 출간이 되기도 했다.


무엇이 불편했던지 이야기해 보기 전에 줄거리를 간략하게 후려쳐보자면


디지언트digient 라고 불리는 디지털 생명체가 있다.

유전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경험을 축적함으로써 생성되는 생물학적 계산 지능 이라고 옮긴이는 설명 하고 있다. 이 디지언트를 키워나가며 벌어지는 일들과 주인공의 디지언트에 대한 감정선들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불편했나?


첫째, 잭슨이라는 디지언트를 키워가는 주인공 애나의 애정을 넘어 집착에 가까워보이는 감정상태가 솔직히 오버스러워 보였다. 나는 반려동물이나 식물 또는 자식을 키워본적 없고 심지어 다마고치 같은 게임 캐릭터도 키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가상의 프로그램이라고 봐도 무방한 잭슨에게 마치 자식을 대하는 애착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게 나는 도저히 이해불가였다.

영화 허를 보진 않았지만 그런 예처럼 인간 아닌 가상의 프로그램에게 감정이 생길수 있을까.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가 지금보다 더욱 발달하여 거의 인간과 동등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인간을 대하는 감정처럼 느낄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는 로봇외피라는 하드웨어에 디지언트라는 소프트웨어를 탑재시켜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질수 있는 존재로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개개의 디지언트를 법인화 시켜 독립된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려 한다. 그것도 모자라 인공지능 존재에

여성이나 남성의 성역할까지 부여하려 한다. 언젠가 닥칠 현실이긴 할텐데 과연 인간과 인공지능과의 사이는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


둘째, 이 소설에 등장하는 디지언트들의 지능 발달 상태가 뭔가 앞뒤가 안맞는게 아닌가 할만큼 어떤 면에선 인간과 동등하거나 뛰어넘은 지능을 보이는 반면 어떤 면에선 아이같기만 해서 어거지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소설의 시간 흐름을 살펴보니 다음처럼 여러차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고 있었다.


일 년 후, 일 년 후, 다음 해, 다음 해, 일 년 후, 일 년 후, 한 달 후, 일 년 후, 일 년 후, 이 년 후, 두 달 후, 한 달 후


대략 104개월 동안의 시간 흐름이다. 10년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인간이 10살 짜리 아이의 지능을 가지게 될동안 인공지능은 얼마나 발전할까를 상상해 본다. 물론 인공지능이라고 무조건 인간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지능 개발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해도 10년의 시간을 생각해보자면 디지언트인 잭슨은 뭔가 좀 모자라보이는 것 같은 반면, 10년 동안 과연 인공지능이 자의식을 갖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 수 있을까 싶다. 물론 이런 의구심이 작품에 대한 의구심으로 합당하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중편에 가까운 분량을 할애했음에도 자연스런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sf소설에 리얼한 뭔가를 바라냐고 핀잔을 줄 수도 있겠지만 마블 히어로 영화를 봐도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니까.


또 하나 생각해볼 건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상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다. 인간이 창조하는 피조물인 인공지능에게 과연 인간은 어느 영역까지 능력을 부여할 것이며 애착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의 애착일까.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은 창조주인데 그 창조주 입장에서 바라보는 인공지능이란 존재는 어떻게 보여질까 하는 것이다. 그 관점에서 인간을 창조한 신이 있다면 그 신의 시각을 짐작해볼수도 있을 것같다. 물론 전지전능한 신의 생각을 어찌 알까만은. 나는 무신론자라서 그런건 없다는 생각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지금 이야기한 내용은 이 소설의 일부일 뿐이다. 이게 전부인냥 착각해서는 안된다.


정리를 해보자면 작품속의 모든 상상력에 대해 이게 가능하냐 아니냐 시비를 가리는건 무의미 하다. 이런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는 도래하기 전의 미래에 대해 미리 한번쯤 상상해보고 이야기 해보는데 있다.

기발한 착상과 그럴듯하게 전개되는 테드 창의 여러 중단편들을 읽어봤는데 짧으면 짧을수록 더 인상에 남은 작품들이었고 반대로 길면 길수록 내겐 다소 지루한 작품으로 읽혔다.

이것으로 테드 창의 리뷰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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