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단어
박웅현 / 북하우스 / 204쪽
(2017. 11. 9.)
“팀장님,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수 있을까요?"
어느 날 다섯 살
아들을 둔 여자 후배가 술 한잔하는 자리에서 제법 진지한 얼굴로 묻더군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 “글쎄”라고 답은 해놓고 술잔을 앞에 두고 고민을 해봤죠. 어떤 것을 가르쳐야
아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다행히 그 술자리가
끝나기 전에 제 자신도 납득할 만한 답이 떠올랐습니다.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는 것은 바로
'자존(自尊)'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후배에게
이야기해줬습니다.
(P.15)
남과
다르면 알수 없는불안감이 밀려드는 환경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살려면 스스로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자존감이 없으면 서울대를 다닌다고 해도 행복할 수 없이요. 백
억을 번다고 다 행복하기만 하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일 마나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느냐, 얼마나 많은 돈을 비느냐가
아닙니다.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남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안에 두고 나를
존중하느나일 겁니다.
(P.21)
결국 그는 미국 교육은 '네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 면 한국 교육은 '네 안에 무엇을 넣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했습니다. 바깥에 기준점을 세워놓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 아ㄴ에 있는 고유의
무엇을 끌어내는 교육을 이야기한 것이죠.
제가 뉴욕에서 공부할 때 느낀 것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집어 넣으려 하지 않고 뽑아내려고 애썼습니다.
서른여섯에 사회생활을 하던 아저씨가 책상에 앉아 처음으로 디자인을 배우는데 주뼛댈 틈도 없이
교수의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해온 숙제를 벽에 쭉 붙여놓고
좋은 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교수는 마치 칭찬을 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
그런데 우리 교육은 과연 어떤가요? 내 안에 있는 걸 존중하게 해주는 교육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죠. 우리는 늘 우리에게 없는 것에 대해 지적 받고 그것을 가져야 한다고 교육
받아왔어요. 칭찬은 자존감을 키워주는데, 가진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는 눈치를 자라게 합니다. 중심점을 바깥에 놓고 눈치 보며 바깥을 살핍니다.
지존은 중심점을 안에 찍고 그것을 항해 나아가는
겁니다.
(P.26)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제가 딸에게 자주하던 말입니다. 지금 대학생이 된 딸이 어렸을 때에는 숫기가 너무 없어서 다른
사람과 말도 잘못했어요. 그 시절에 딸아이에게 매일 이야기해줬습니다. "Be Yourself,
너는 너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너 자신이 되라고 말이죠. 여러분은 모두 폭탄입니다.
아직 뇌관이 발견되지 않는폭탄이에요. 뇌관이 발견되는순간, 어마어마한폭발력을 가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즉 자존을 찾고 자신만의 뇌관을
찾으세요.
(P.34)
저는 딸에게도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으면 스펙 관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 시간에 네 본질을 쌓아놓으라고 하죠.
“기준점을 밖에 찍지 말고 안에 찍어,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별을 만들어낼 수
있어. 강판권을 봐, 언젠가 기회가 온다니까. 그러니 본질적인 것을 열심히
쌓아둬.”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 다 본질이나? 고스톱이나 에니팡 같은 게임을 진짜 잘하는데 그럼 이게 내
본질일까?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5년 후의 나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것이냐 아니냐가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치는 고스톱이, 에니팡이 당장의 내 스트레스는 풀어주겠지만 5년 후에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본질은 결국 자기 판단입니다. 나한테 진짜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중심에 놓고 봐야
합니다.
(P.60)
복잡한 사물의
핵심이 무엇인지 보려는 노력, 어떤 것을 보고 달려가느냐가 세상과의 씨움에서 이길 수 있는 커다란
무기입니다. 기타를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 기타 회시는 다 망했고, 음을
만든다고 했던 클래식 기타 회시는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본질은
삶을 대하는데 있어 잊어서는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단어입니 다. 우리가 본질적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 무엇일까요? 오늘이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경험상 돈을 따라가면 재미도 없고 재미를 따라가면 돈도
따라오더군요. 그런 경험에 따른 제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돈은 본질이
아닙니다. 돈을 따라가지 말고 내가 월하고 싶은지 내 실력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할수 있는지를 고민해보고 그것을
따라가세요.
(P.68)
진짜 알려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궁금해질 겁니다.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걸 알기 전에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위험합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단순히 비발디
좋지. 바로크 알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그거 영화〈엘비라 마디간〉에 나오는 건데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보는 인터넷으로 조금만 찾아보면 다 나옵니다. 알려고 하기 전에 우선
느끼세요. 우리는 모두 유기체잖아요? 고전을
몸으로 받아들이고 느껴야 해요. 그러다 보면
문이 열려요. 그 다음에는 막힘 없이 몸과 영혼을 타고 흐를
겁니다.
(P.86)
존 러스킨이라는 미국의 시인은 “네가 창의적이 되고
싶다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뭘 봤니?"라고 물었을 때 그저 “루이라고
대답하지 말고, "풀"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었고, 잎이 몇 개 있 었는데 길이는 어느 정도였고.
햇살은 어떻게 받고 있었으며 앞과 뒤의 색깔은 어땠고, 줄기와 잎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등
자세하고 소상히 그림 그리듯 말하라는 것이었죠. 이것은 즉, 들여다보라는
겁니다.
앙드레 지드-도「지상의 양식』에서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라고
했습니다.
(P.113)
〈아메리칸 뷰티〉의 비닐봉지처럼
만들어진 것들을 보면 내 주변에 다 있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見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처음 창의력 강의를 위해 창의력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고민하다 見을 발견했고, 그 이후 나와 같은 생각들을 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 기를 통해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다른 사람 들이 본 것들을 배우고 스스로
들여다보면서 見을 실천하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의 저를 돌아보면 見을 알고
난 뒤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P.121)
萬物 皆備於我矣 (만물
개비어아의)
反身而誠 樂莫大焉 (반신이성 낙막대언)
「맹자」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맹지를 완독한 적도 없는 제가 아는 척
할수 있는 작은 지식이지만 제게 선명한 도끼의 흔적을 남긴 구절이기 때문에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해석을 해보면 이런 의미입니다.
'만물의 이치가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으니, 나를 돌아보고 지금하는 일에 성의를 다한다면 그 즐거움이 더없이 클 것이다.'
見강의
때 말씀 드린 것을 기억하십니까? 제가 냈던 아이디어들이 전부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주변에 다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죠.
말하자면 제가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던 행동을 돌아보고, 그 행동이 왜 일어났는지 성의를 다해 생각해보면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겁니다.
그것을 깨닫고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한 문장이었습니다.
(P.136)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선택을
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겁니다. 팁을 하나 드릴게요. 어떤 선택을
하고
그걸 옳게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뭐냐, 바로 돌아 보지 않는
자세입니다.
(P.141)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행복은 삶이 끝나갈 때 쯤에나 찾게 될 겁니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들의 합이 될
테니까요. 만약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나의 선택을 옳게 만드세요. 여러분의 현재를 믿으세요.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겁니다. 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를 불어넣으면 모든 순간이 나에게 다가와 내 인생의
꽃이 되어줄 겁니다. 당신의 현재에 답이 있고, 그 답을 옳게 만들면서 산다면 김화영의 말대로 '티 없는 희열'을 매 순간 느낄 겁니다. 티
없는 희열로 빛나는 관능적인 기쁨에 들뜨는, 예외 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가 온전히 여러 분의 인생을 빛내기를
바랍니다.
(P.148)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세련되게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주술 구조를 제대로 갖추고 문맥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능합니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다르다는 말처럼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말에 담긴 힘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생각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시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훈련이 잘 안 되어 있습 니다. 우리 문화가 논쟁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우리는 사색의 문화인 반면 서양은 논쟁의 문화죠. 서양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토론하고 논쟁합니다. 네 생각을 이야기해봐, 너의 생각은
어때? 끊임없이 묻고 답하죠. 우리는 그런게 없어요. 하지만 사색의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 보니 좋은 시나 깊은 사유의 글들은 많죠. 이철수의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같은 문상은 사색의 힘이에요.
이런 우리의 장점은 가져가되, 소통을 위해서는 논쟁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어요. 그런데 어려서부터 그 훈련이 너무 안 되어 있으니까 말이 막히면 감정적으로
멱살부터 잡는 국회의원들이 나타나
는겁니다.
(P.199)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말함과 동시에 어떤 문맥으로 해야
하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여기에 힘을 싣기 위해서 지혜롭게, 생각을
디자인을 해서 말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소통을 잘하고
싶으면 몇 가지 노력이 필요 합니다. 역지사지, 문맥파악,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 스케치를 할 때 형태를 잡는 데생이 필요하듯 자기 생각을 데생해야 해요. 연습하고
말을 만들어보는 거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리해보고, 어떻게 하면 내 말이 설득력이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소통은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개인생활에서도 매우 큰 차이를 만들어내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싶다면
소통을 잘 하면 되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오해가 생겨서 싸움이 되고 일이 꼬여 걷잡을 수 없게 되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집들은 대부분 소통이 안
되는 집이에요.
(P.206)
마지막으로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훈련 방법 두 가지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할리우드에는 7 Words Rule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시나리오를 가져오니까, 투지를 받고 싶으면 시나리오를 단 일곱 단어로 설명해보라는 건데, '결혼을
했는데 마누라가 조폭이네? 조폭 마누라' 이런 식으로 그림이 확 그려지도록 설명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훈련을 한번 해보세요.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미국에서
대학원 에 다닐 때 논문을 쓰기 전에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딱 한 줄로 정 리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세 개의 패러그래프로 씨보고, 그걸 다시 챕터 별로 나눠서 논문을 만들죠.
예외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보면 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일곱 단어로 정리되지 않는 건 아직 내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P.207)
많은 후배들이, 학생들이, 젊은이들이 정답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말씀드렸죠.
인생은 전인미답이잖아요. 어찌 알겠어요. 그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할지 아닐지 아무도
모릅니다. 답을 찾지 마세요.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선택하고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들죠.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 뿐이라는 걸 잊고 말입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P.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