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한 책읽기
안광복 / 학교도서관저널 / 320쪽
(2017. 05. 05.)


  글을 쓰는 건 책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의 수준은 그가 읽은 글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 울림 있는 글, 촌철살인의 지혜를 안기는 글은 맨땅에서 나오지 않는다. 좋은 책을 수도 없이 읽고 가슴으로 감동을 오랫동안 보듬어야 한다.
  하지만 훌륭한 책을 만나는 경험은 생각만틈 흔치 않다. 친구들 사귀는 데도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이 사람 저 사람 많이 만나 봐야 나에게 맞는 이가 누군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책도 마찬가지다. 좋은 책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책을 많이 접해야 한다. 내 책상 위에 끊임없이 이 서적들이 쌓이고 또 쌓이는 이유다.
(P.4)


  나는 좋은 책보다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주는 데 공을 들인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많을 것, 청소년 독서 지구력에 걸맞은 분량일 것, 교과서나 영화 등 이미 알고 있는 지식과 맞닿아 있을 것, 삶의 아쉬운 부분을 건드리며 해법을 궁리하게 할 것, 이것들은 청소년이 사랑에 빠지기 쉬운 책들이 갖추고 있는 가족 유사성이다. 그러나 읽고 싶어지는 글에는 이 모두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 나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책의 매력을 일러 주고 싶었다.
(P.6)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읽고 싶은 책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문·사·철은 고전을 읽는 사람들이 밝아 가는 순서이다. 소설 같은 문학에서 시작해, 역사 책을 지나 깊고 어려운 철학 책에까지 이르게 된다는 뜻이다. 거꾸로 철학, 사학, 문학으로 독서 단계를 밟아 가기란 아주 어렵다. 걷기도 더려운 어린아이에게 물구나무서기부터 시키는 꼴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취미'이기는 참 어려운 세상이다. 지하철에서도 책보다 액정화면을 들여다보는 이들이 훨씬 많아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책 읽기를 즐겼던 시대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독서가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도 없었다. 독서가 왜 중요한지, 도서를 취미로 삼아야 하는 까닭은 무엇인지를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P.44)


  소크라테스는 사람을 좋아하는 쾌활한 사람이었지만, 고독도 즐길 줄 알았다. 그에게는 다이몬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다이몬은 그의 마음속에 있던 또 다른 자기 자신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고민이 있을 때, 그는 다이몬에게 묻곤 했다. 소크라테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은 다이몬과 만나고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가장 좋은 친구는 자시 자신이다. 내 문제를 나만큼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나'를 피해 도망 다닌다. 친구를 만나고 게임에 빠져 들고 텔레비전을 보면사, 자신과 온전히 만나는 시간을 피하려 한다. 텅 비고 불행한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기가 두려운 탓이다. 행복해지려면 자신 안의 '다이몬'부터 가꿔야 한다. 다이몬은 내가 나 자신을 튼실하게 대할 때 자라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독서'에 있다. 책 읽기는 내 영혼을 위한 근력 운동이다.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내 영혼에 힘을 길러보자. 책 읽기는 내 영혼을 맑고 강하게 만든다. 튼튼해진 영혼은 더 이상 중독거리를 찾지 않는다. 현명한 마음 속 친구에게 스스로 답을 묻게 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고독과 침묵속에서 책과 씨름하며 자신만의 다이몬을 가꿔 보자.
(P.86)


역사를 이끈 위인은 하나같이 '독서'가 취미였다. 개천에서 용이 된 영웅은 더더욱 그랬다. 코르사카 촌뜨기 귀족이었던 나폴레옹은 어디서나 책을 읽었다. 벤자민 플랭클린은 식자공에 불과했지만, 다양한 분야의 서적들을 허겁지겁 흡입하다시피 했다.  농민의 아들로 중화인민공화국의 아버지가 된 마오쩌둥의 책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책에서 무엇을 찾았을까? 돈 많이 벌고 출세할 방법을 찾으려고 책장을 파고 들었을까? 이들은 책을 통해 '위대함을 향한 욕망'을 깨닫고 몸에 익혔다. '위대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깨친 자는 영혼을 끊임없디 드높이려 한다. 자기 목숨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용기, 부귀영화에 휘둘리지 않는 결연함은 '위대함을 향한 욕망'에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더불어 살며 배우는 존재라는 뜻이다. 여기서 '위대함을 향한 욕망'을 틔울 수 있는 방법 두가지를 제안한다. 위대하고 고귀한 인물과 가까이 하거나, 그런 삶과 가치를 담은 책을 보거나
(P.134)


  과학에는 타협이 없다. 과학자들에게 진리란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글은 언젠가 만물의 이치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궁극 이론'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를 향한 과정에서 검증과 논쟁은 있어도 적절한 수준에서의 절충은 있을 수 없다. 과학이 엄밀하고 객관적일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P.202)


  지금의 청소년은 관계 맺는 능력이 부족하다. 사람과 관계를 맺고 서로의 감정을 헤아리며 보듬는 데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은 그럴 여유가 없다. 학업 과제를 감당하기에도 늘 시간은 부족하다. 사람을 만나 깊은 관계를 맺을 시간이 없다. 환경 또한 뒷받침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생활 공동체가 없다. 가족끼리 얼굴을 맞대기도 쉽지 않다. 야근을 밥 먹듯하는 아버지와 학원에 매달려 있는 자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청소년들은 동네 어른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과 윗사람과의 관계가 서걱거리는 까닭은 여기에도 있다.
  미숙한 관계 맺기는 숱한 문제를 불러온다. 우울증은 감기 만큼이나 흔한 질병이 되었다. 대화를 원활하게 풀지 못하니 폭력처럼 상식적이지 못한 방법들을 쓰기도 한다. 그렇다면 관계를 맺는 기술을 어디서 배워야 할까? 답은 독서에서도 찾을 수 있겠다. 조언을 해 줄 친구나 어른이 없으면, 책을 통해서라도 이를 가르쳐야 한다. 인간관계를 다루는 청소년 자기계발서와 심리학 책들이 속속 등장하는 현실을 고깝게만 볼 일은 아니다.
(P.242)


  즐겁게 다독하는 비법은 다른 게 없다. 마음이 끌리는 책, 나에게 절실한 책을 보면 된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안 보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친다"라고 했다. 이 명언이 '가시가 돋쳐야 한다'는 의무를 담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의하기 바란다. 이 말의 의미는 독서가 재미있고 즐거워서 안 읽고는 못 버틴다는 뜻이다. 책을 많이 읽어야겠는가? 그러면 필독서 목록을 뒤지기 전에 자신의 관심사부터 챙기자. 절실하게 낄리는 것은 무엇인가? 연애, 성적, 출세, 부모와 갈등 풀기? 지금 나이 관심사는 다독자의 길로 들어서는 출발점이다.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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