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 예담 / 516쪽
(2016. 2. 28.)
"세상에 좋은 게 다 한정돼 있잖아. 어차피 그 좋은 걸 모든 사람이 다 누리진 못해. 그런데 한번 가져보라고, 시도는 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게 자본주의야. 세상이 사람들한테 다 덤벼봐, 그러는 거야. 얼마나 좋아. 이기면 되잖아. 그 기회를 두 번, 세 번도 줘. 진다고 바로 뒈지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이런 체제가 어디 있나? 사회가 끝없이 싸울 기회를 주겠다는데 난 싸우는 게 싫소,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싸우지 맙시다, 이게 말이 돼? 끝없이 싸울 기회라는 건 끝없이 이길 기회라는 말인데 말이야, 왜 안 싸워?"
(P.202)
"질려버린 거죠. 옆집 사람이 매일 집 대문에 칼을 꽂고 욕설을 퍼부으며 살해 협박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쇼. 그러기를 수십 년인데, 그 옆집 사람이 진짜로 심각한 위협이 된 적은 별로 없다고, 그렇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고 그 옆집 사람을 이사를 보낼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냥 지겨워지고,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일 자체가 싫어집니다. 짜증만 날 뿐이에요.
우리한테 북한이 그렇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2, 3년에 한번씩 북한은 핵실험을 벌이거나 미사일을 쏘가나 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에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으르렁거리면 부모님이 집에 생수도사고 라면도 사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옛날 일이에요. 그렇게 사놓고,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버리고, 다시 사고, 그러기를 수십 년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그냥 생수도 라면도 안 사게 된 거죠. 북한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신종 인플루엔자만큼도 위험하지 않은 존재예요. 실제로 얼마나 위험이 되건 말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건 말건."
(P.226)
"형제자매가 여러 명 있다고 쳐요. 그런데 그 형제자매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다들 나가서 매일매일 대형 사고를 치는 거예요. 누구는 음주운전을 하고, 누구는 사람을 때리고, 누구는 터무니없는 빚을 지고, 누구는 물건을 훔치고......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형제자매 소식은 더 듣고 싶지 않게 될 거예요. 마음에서 지워버리게 되는 거죠, 그 형제자매를 다 햅해 놓은 게 북한이에요. 남한 사람들 대부분은 북한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아 해요. 너무 지겹고, 감당이 안 되니까요. 하나님, 왜 저런 형제를 저에게 주셨나요, 그런 심정이에요."
(P.227)
"한국 사람들은 왜 그렇게 곡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말레이시아는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를 얽지로 분리시켰죠. 1965년에 싱가포를 주를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쫓아냈어요. 싱가포르는 원치 않은 독립이었고, 분리 당시에도 심지어 싱가포르가 말레이이사보다 더 잘사는 나라였지만, 그렇게 갈라선 결과는 말레이시아에도 싱가포르에도 좋았어요. 한 나라로 있었다면 인구의 대부분인 말레이계가 싱가포르 화교 자본에 종속된 채로 중산층이 되지 못한체 살았어야 했을 거예요. 말레이계와 화교 사이 갈등도 지금보다 훨 씬 더 심했을 거고요. 두 나라로 떨어뜨려놓고 나니 싱가포르는 싱가포르대로 똘똘 뭉쳐서 선진국이 되었고, 말레이시아도 싱가포르 없이 자기 힘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왔어요."
(P.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