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래트닝 생각의 형태
닉 수재니스 / 배충효 / 책새성 / 208쪽
(2016. 12. 04.)



  인간이라는 창조물은 자신의 신체 비율로 우주를 가늠하려 했고, 소우주인 자신의 신체를 통해 더 웅장한 천체들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인간은 스스로 제한된 틀을 만들어, 좁디좁은 비눗방울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행렬을 따라 단일한 차원에 줄 세워진 '생각'과 '행동' 정확하게 같은 발걸음으로 열을 맞춰 줄지어 걷다가 똑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P.22)




  뿌리 깊은 패턴들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구가 정사각형에게 했던 것처럼 정신적인 충격을 주어야 한다. 어떤 파열을 경험하면 그로 인해 기존의 경계가 훤히 드러나고 그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수단도 나타난다. 동시에 우리가 생기 없는 존재가 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력으로 일어서서...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눈을 뜬다.
(P.33)




  쿠바 출신의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Italo Calvino)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성이 위협받는 것 같을 때마다 나는 늘 신화 속 페르세우스처럼 다른 공간으로 날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이성적 세계나 꿈속으로 도망치자는 말이 아니라 접근 방식을 달리하자는 뜻이다. 과거와 다른 시각, 다른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고 새로운 방법으로 인식과 검증에 나서는 것이다."
  색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히고 이는 보는 행위 그 자체에 대한 사유에서부터 시작한다.
(P.34)




  인류가 만들어온 다양한 렌즈 덕분에 세계에 대한 우리의이해는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 렌즈는 시야의 폭을 협소하게 만들고, 우리는 렌즈를 통해 나타난 관점을 실재(reality)라고 착각한다. 단일한 관점에 의지하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할 수 없다. 고정된 관념, 즉 천편일률적인 사고는 함정이 될 수 있다. 찾고자 하는 것만 보는 함정. 다른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기존의 통념이 뒤집히고 유일하게 '옳은 관점이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P.44)




  우리는 어떤 괌점과 언어적 표현 방식을 선택할지 고민한다. 방대한 감각 경험을 증류해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추출해내기 위해서다. 언어는 선을 따라 이동한다. 한 걸음 한걸음 차례로. 미국의 철학자 수잔 랭거(Susanne Langer)가 말했듯 일련의 개별 단어는 "묵주 구슬처럼 하나가 다른 하나를 꿴다." 반면 시각은 그 모습을 단번에 드러낸다. 동시에 곳곳에서 서로 관계를 맺는다. 한 장의 그림은 수천 마디의 언어만큼 가치를 지닐 수 있을까? 가능하다. 그림과 언어가 지닌 서로 다른 이질적인 특성 때문에 이 둘 사이에는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이미지에 대한 설명은 이미지 자체를 실제로 나타내지 못한다. 마이클 박산달(Michael Baxandall)이 지적했듯, 그런 설명은 한 폭의 그림을 본 경험에 '대한' 사고의 표현이다. 이러한 설명은 이미 우리의 언어로 형성되어 있다. 이미지는 '존재 자체'를 테스트는 '어떤 견해'를 표현한다.
(P.66)




  고정된 시각은 관계 속 역동적인 관찰을 방해한다. 지각은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다. 장식이나 잡생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지각은 사유와 불가분의 관계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서로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다. 사유와 관찬을 재통합하는 일려의 과정에서 우리는 사유와 그 정의에 관한 개념을 확장한다.
(P.89)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또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깨달음. 사실, 우리가 있어 왔고 심지어 접근할 수 있는 곳 그 너머의 공간을 유추할 수 있는 관점의 무한한 가능성,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 덕분에 우리는 제한된 기존의 관점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시각이나 접근 불가능한 차원을 발견할 수 있다.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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