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
존 코팅엄 / 정대훈 / 궁리 / 106쪽
(2016.  7.  22.)





  근대는 르네 데카르트라는 이름과 함께 시작되었다. 17세기 사람들은 데카르트와 그의 계승자들을 '새로운' 철학자들이라 불러다. 이들은 과학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는 그 전환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데카르트는 오늘날 우리가 '과학적 사고'라고 말할 때 떠올리는 바로 그 관념을 만들어낸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과학적 설명이 계량적인 수학의 정밀한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P.9)



  1637년에 익명으로 출판된 <방법서설>의 4부의 초두를 바로 잇는 문단에서 그 유명한 구절은 "즈 빵스 동 즈 쒸 je pense donc je suis" -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또는 (아마도 데카르트의 의도에 보다 가깝게 말한다면) "나는 생각하고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가 나온다. 이는 모든 철학적 금언들 중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다. <방법서설>은 7년 후에 라틴어로 번역되었다. 그리고 그 번역서에서 이 금언은 코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이라는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형태로 등장한다.
(P.35)



  <방법서설>은 온전한 제목은 '자신의 이성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찾기 위한 방법에 대한 논고'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방법'의 한 핵심은 데카르트가 철학적 외양을 띠지 않는 회의주의의 기법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회의를 극단에까지 밀고 나아간다는 데 있다. 이 방법의 목적은 회의를 견디고 살아남는 것이 도대체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것은 데카르트가 건설하려고 애쓰는 새로운 학문이라는 믿을 만한 건축물의 주춧돌로 쓰일 것이다. 데카르트는 의심을 거듭한 끝에 최초의 진리를 발견한다. 이 진리는 물론 저 유명한 코기토 - 내가 생각하고 있기만 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존재한다 - 이다. 주석가들은 데카르트가 자신이 건설하려는 체계의 나머지 부분을 가동하기 위해 기대하려고 하는 '아르키메데스의 점' (코기토 에르고 숨)이 가지는 정확한 의의를 끝없이 붆석하고 논쟁해왔따. 그러나 우리의 목적에 비추어 좀 더 흥미로운 것은 코기토에 바로 이어 데카르트가 그토록 그 존재를 확신하는 "생각하는 존재의 본성"을 계속하여 논의한다는 점이다.
(P.36)



  데카르트의 실수는 인신론적인 참으로부터 존재론적인 참을 읽어내려고 한 점인 것 같다. 좀 쉽게 말한다면, 어떤 것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거나 확신하지 못하겠다는 사실로부터, 또는 의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의심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로부터 정신이나 생각하는 자아의 실체 본성에 대한 결론을 끌어내려고 한 것에 그의 실수가 있는 것 같다.
(P.46)


  이 책은 미국에서 데카르트와 근대철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중 두드러지는 몇 명에 속하는 존 코팅엄이 철학의 초심자를 겨냥하여 쓴 데카르트 소개서이다. 이 책은 얼마 안 되는 분량에 데카르트의 전체 사상을 담는 동시에 단순한 개괄의 수준을 뛰어넘어 일관된 흐름과 논지를 유지하면서, 한 위대한 인물의 전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극적인 전개 과정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극적인 삶의 여정을 거친 데카르트의 살밍 그의 철학적 여정과의 연관 안에서 소개되고 있다. 데카르트에 관해 쓰여진 책 중에 이토록 짧은 분량에 이토록 많은 내용이 담긴 책은 몇 권 되지 않을 것이다.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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