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데카르트 방법서설
박철호(지은이) / 이대종(그림) / 주니어김영사 / 237쪽




  <방법서설>은 진리를 찾아내는 방법에 관한 책이야. 그리고 진리를 찾아내는 방법뿐만 아니라, 그 방법을 사용하는 진리를 찾아내고, 그 진리를 바탕으로 해서 또 다른 진리를 찾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는 책이야. <방법서설>은 그런 방법을 보여주는 쉬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 이 채에는 방법은 물론이고, 그의 철학 거의 모두 압축되어 담겨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데카르트의 철학을 가볍게 배우려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의 철학을 폭넓게 연구하려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반드시 필요해.
(P.15)



  데카르트는 '근대 철학의 아버지', '합리론의 창시자'라는 찬사를 받고 있어. 그는 어떻게 해서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 데카르트가 세계를 구성하는 두 가지 실재는 정신과 물질이라고 했다는 건 앞에서 말한 적이 있지? 그럼 정신과 물질 중에서 어떤 것이 더 근본적인 실재일까? 물질의 실재는 의심할 수 있어도 정신의 실재는 의심할 수 없거든. 데카르트는 인간의 본질을 정신, 즉 이성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이 이성은 어디서 왔을까? 인간은 어떻게 진리를 알게 될까? 데카르트는 경험이 아니라 이성으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성을 통해 신이나 영혼에 대한 진리를 물론이고, 세계나 물질에 대한 진리로 모두 다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데카르트가 가진 이런 생각들이 합리론이라고 부르는 철학의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그를 합리론의 창시자라고 부르는 거야.
(P.48)



  우리는 어떻게 무언가를 알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 너희들 생각은 어떠니? 지식은 선생님이 가르쳐 주기 때문에 아는 거라고? 그러면 너희들 스스로 무엇을 알 때도 있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지? 아마도 내 안에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합리론자야. 우리가 무언가를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경험했기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경험론자지 합리론은 이성으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 경험론은 지식은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야. 데카르트가 오직 이성의 등불만으로 진리를 찾겠다고 말한 것은 그가 합리론자라는 것을 잘 보여줘. 물론 진리를 찾는 수단으로 이성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데카르트가 처음은 아니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온 서양철학의 기나긴 전통이지.
(P.50)



  합리론에 의하면 경험이 없이도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참된 지식을 얻으려고 할 때는 오히려 경험이 방해가 되지 '완전한 신', '물질의 본질은 크기', '정신의 본질은 사유'와 같은 관념들은 경험과 관계없이 이성의 힘만으로 알아낸 지식들이야. 이성은 경험하지도 않고 어떻게 저런 지식을 알 수 있을까? 합리론자는 저런 관념들이 본래부터 우리의 정신안에 들어 있었기 땜눈이라고 말해. 본래부터 정신 안에 들어 있는 그런 관념을 '본유관념'이라고 해. 본래부터 정신 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이성을 잘 사용하기만 하면 충분하지. 이성은 합리적 추론을 통해 지식을 점점 늘려나가. 데카르트를 보면 그것이 어떤 방법인지 알 수 있을 거야.
(P.51)



  경험론에 의하면 모든 지식은 경험으로부터 비롯돼. 경험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철학자는 영국의 로크야. 경험론자는 본유관념이 있다는 것을 부정해. 로크에 따르면 마음(정신)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흰 종이와 같아. 처음에는 마음속에 아무런 관념도 들어 있지 않은데, 백지에 연필로 글씨를 쓰듯이 마음에 경험으로 관념이 써진다는 거지. 경험에는 두 종류가 있어. 눈, 귀, 코와 같은 감각기관을 통해 경험한 것과 믿고, 생각하고, 의심하고, 추론하는 것과 같은 마음의 작용을 통해 경험한 것이 바로 그거야. 첫번째 경험을 감각이라고 하고 두 번째 경험을 반성이라고 해. 관념은 모두 이 두 가지 경험으로부터 비롯돼. 그러면 경험론에서는 어떻게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할까? 관념들 간의 연결과 일치, 또는 불일치와 모순을 의식함으로써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예를 들면, '희다'는 관념과 '검다'는 관념이일치하지 않는다는 데서 '흰 것은 검은 것이 아니다'라는 지식을 얻게 되지.
(P.52)



  나는 여러 학문을 공부했고 오랜 여행을 통해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어. 이제는 내가 가진 모든 지식과 의견을 검사해 명백한 점을 찾아낼 차례야. 하지만 어떤 것이 명백한 참인지 어떻게 판단하지? 정신 속에 다른 모든 것들과 구별되어 분명하게 나타나 아무런 의심도 할 수 없는 것이지. 그러면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명백한 참이 아니겠구나! 그래서 난 조금이라도 의심 하는 것은 몯 거짓이라고 생각하고 버리기로 했어. 그렇게 의심스러운 것들을 모두 제거한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이 방법을 '방법적 회의'라고 한단다. 여기서 '회의'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토의한다는 그런 '회의'가 아니야. 그냥 '의심을 품는다.'라는 말을 어렵게 쓴 거지.
(P.120)



  물질의 본질은 뭘까? 바로 연장(延長)이야. 공간을 차지한다는 뜻이지. 물질은 반드시 공간 속에 존재하지. 그런데 정신은 크기를 갖지 않지. 따라서 정신은 물질이 아니야. 이렇게 정신과 물체는 서로 완전히 달라. 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내 형이상학을 이원론이라고 불러. 다시 말해. 정신과 물질이라는 두 개의 전혀 다른 살체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라는 거지.
(P.141)


  전혀 다른 본질을 가진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의 문제는 데카르트의 철학이 가진 아픈 약점이야. 아무리 대단한 철학자라도 너무 자신의 이론에만 몰입하면 가끔씩 실수한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지.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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