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앤디 위어 / 박아람 / 알에이치코리아 / 600쪽
(2016. 6. 4.)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줄 알았던 한 달이 겨우 엿새 만에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이 기록을 누가 읽기나 할지 모르겠다. 결국엔 누군가가 발견할 것이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백 년쯤 후에 말이다.
  공식적인 기록을 위해 밝혀두자면...... 나는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다. 다른 대원들은 분명히 내가 6화성일째 죽은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 잘못이 아니다. 아마 조만간 나의 국장이 치러질 것이고 위키피디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올 것이다.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서 사망한 유일한 인간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죽을게 확실하니까. 다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을 뿐이다.
(P.14)



  인생 최악의 순간들은 대개 아주 작은 예고에서 시작된다. 옆구리에 생간 작은 혹, 아내 혼자 있는 집에 돌아왔을 때 싱크대에 놓여 있는 와인 잔 두개. "뉴스 속보를 전해드립니다......"라는 메시지는 언제든 들을 수 있다.
(P.368)



  여기까지라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정말 떠난다니. 이 춥디 추운 황무지는 1년 반 동안 나의 집이었다. 나는 한시적으로나마 생존하는 법을 알아냈고, 이곳의 섭리에 익숙해졌다.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투쟁이 어느새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농작물을 돌보고, 고장 난 물건을 고치고, 점심을 먹고, 이메일에 답장하고, TV를 보고,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어떤 면에서는 현대 농부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그다음에는 트럭 운전사가 되어 장기간 세상을 횡단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건설 노동자가 되어 이전까지 아무도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우주선을 개조했다. 이곳에서 나는 온갖 것들을 조금씩 해보았다.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다 끝났다. 더 할 일도 없고 자연과 맞설 필요도 없다. 나는 마지막으로 나의 화성 감자를 먹었다. 마지막으로 로버에서 잠을 잤다. 먼지가 날리는 붉은 모래에 마지막으로 나의 발자국을 남겼다. 나는 오늘 화성을 떠난다. 어떤 식으로든.
  빌어먹을, 얼마나 기다리던 일인가.
(P.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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