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라인홀드 니버 / 이한우 / 문예출판사 / 294쪽
(2016. 6. 3.)




  개개인 인간은 자신들의 이해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이해 관계도 고려하며, 또한 때에 따라서는 행위의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더욱 존중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도덕적(moral)이다. 그들은 본성상 자신들과 비슷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심을 갖고 있다. 이 경우 동류 의식을 느끼는 범위는 사회 교육에 의해 얼마든지 확장된다. 그들은 이성적 능력을 통해 정의감을 키워간다. 이 정의감은 교육적 훈련에 의해 연마되고, 그 결과 자신의 이해 관계가 얽혀 있는 사회적 상황을 공정한 객관성의 척도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이기주의적인 요소들을 정화시킨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과들은 인간 사회와 사회 집단에서는 -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 개인들에 비해 월씬 획득되기 어렵다
(P.9)



  인류의 성장된 지성과 민중에 대한 군주의 증대된 책임감은 권력층의 변덕을 억제하기는 하였지만 권력층의 자기 이익은 견제하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야망을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야먕과 결합할 수 있다면, 자만심과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지금도 여전히 사회적 갈등에 관여할 것이다.
(P.44)



  전체의 이익을 위해 도덕적 선의지를 희생시킬 만큼 무책임한 권력을 갖고 있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도덕적 선의지를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힘은 강제적 방법에 의해 파괴되어야 하는데, 이 방법들은 항상 그것이 파괴한 불의의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불의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P.49)



  이성의 개발과 정신의 성장은 점차 공정하고 정의로운 관계들을 형성하는 데 큰기여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회의 모든 충동들을 포괄적인 사회적 이상과 관련 지어 그 통제 아래 두기 때문이며, 또한 사회적 상황 내의 모든 요인들을 분석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P.62)




  인간의 탐욕은 고유한 상상력으로 인해 더욱 커지며, 상상력이 품고 있는 보편적인 목적들을 달성할 때까지는 결코 만족을 모른다.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저항은 제국주의적 희망들의 보편적 성격을 불가피한 것으로 만든다. 인간의 정신이 온전할 때에는 자신의 생명을 조화로운 전체의 유기적인 한 부분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인간이 제정신을 차리고 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이성보다는 상상력에 의해 지배되는데, 이 상상력은 정신과 충동의 결합물이기 때문이다.
(P.76)



  완전히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려는 현대 공산주의자들의 꿈은 고전적인 종교적 환상의 세속화된, 하지만 여전히 본질적으로 종교적인 꿈이다. 그 세속화는 부분적으로 종교적,사회적 바람이 중산 계급의 종교적 공동체 안에서 변질됨으로써 생긴 비현실적인 감정에 대한 반작용이며, 또 현대 생활의 기계화와 종교적 상상상력의 파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결과이다. 그것이 세속화된 형태의 종교적 희망이기는 하지만 종교적 특성은 종말에 대한 공산주의자의 강조에서 드러난다. 공산주의는 점진적이고 불가피하게 진화 과정 중에 출현하는 새로운 사회를 무시한다. 또한 공산주의자는 현재 사회의 흐름에 대해 비관주의적 태도를 취하며, 재앙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종교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절망에서 희망이 생겨나며, 재앙으로부터 새로운 사회가 출현한다고 본다.
(P.97)



  특권적인 지배 계급의 도덕적 태도는 전반적인 자기 기만과 위선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자신의 특수 이익을 일반 이익 및 보편적 가치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이미 국가의 태도를 고찰할 때 살펴본 것이지만 계급의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특권 계급이 비특권 계급에 비해 더 위선적인 이유는, 자신의 특권을 평등한 정의라는 합리적 이상에 의해 옹호하기 위해 특권이 전체의 선에 뭔가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권의 불평등 상태는 합리적 변호에 의해서는 정당화될 수 없을 만큼 심화되어 있기 때문에, 특권 계급은 온갖 머리를 짜내어 일반적으로 보편적 가치는 자신들의 특권 자체에서 비롯된다는 이론, 그리고 자신들의 특권이 보편적 이익에 봉사한다는 이론을 옹호할 수 있는 교묘한 증거와 논증을 창안해내려고 노력한다.
(P.165)



  지배 계급은 자신들이 행사하는 권력과 특권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특출난 지적 능력을 내세우는 것 말고도 또 하나의 위선을 저질렀다. 지배 계급이 자신들의 특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논거는 사실 지적 우월성보다는 도덕적 우월성이다. 그래서 18세기와 19세기의 신흥 자본가 계급은 자신들이 노동 계급에 비해 더 큰 혜택을 누리고 또한 특권을 가질 수 잇는 것은 근면하고 성실한 생활에 대한 정당한 보수라고 생각하였다. 특히 신흥 자본가 계급으로 하여금 자신들이 유한 계급 및 노동 계급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하여 19세기 정치 경제에서의 개인주의 및 청교도적인 프로테스탄트의 근면성을 끌어들였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개인주의 및 절약과 근면에 대한 찬사는 역으로 노동 계급의 빈곤이 그들의 게으름과 저축심의 결여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을 널리 확신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P.172)



  이성이나 지성은 궁극적으로 계급적 이기주의를 철폐할 수 없다.데이비드 흄은 이기주의가 인간 본성의 유일무이한 경향은 아니지만 지배적인 경향이기는 하다는 격률이 실제로는 진리가 아니지만 정치 현실에서는 참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 격률이 정치 현실에 있어서 진실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집단 행동은 언제나 다수 의견에 의해 좌우되는데, 대다수는 항상 이기주의적 동기에서 행동ㅎ아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읽어보면, 흄의 이런 주장을 반박할 만한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 따라서 계급적 특권에서 비롯되는 사회 불의를 도덕적 설득이나 설교만으로 치유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사실은 사회 불의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와 고통을 당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수세기 동안 엄청난 좌절을 몸으로 겪으면서 최종적으로 도달한 결론이자 신념이다.
(P.196)



  인간은 자신이 수행하는 생산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와 독립된 객관적인 특정 관계들에 편입된다. 이러한 생산 관계는 특정한 물질적 생산력의 발전에 조응한다. 이들 생산 관계의 총체가 경제적 사회 구조를 이루고, 이 구조를 현실적인 바탕으로 해서 법률적,정치적 상부구조가 세워지고 또 그에 사응하는 일정한 형태의 사회 의식이 생겨난다. 물질 생활에서의 생산 양식이 사회적, 정치적 삶의 과정의 일반적 성격을 규정한다.
(P.200)



  사회 공동이 부에서 자신에게 돌아올 정당한 몫을 탈취당했다고 느끼면서도 어느 정도의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음으로 해서 완전한 소회감을 느끼지는 않는 집단은 보다 완화된 마르크수주의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의식과 입장을 표출한다. 이 집단은 혁명적인 마르크스주의와 더불어 집단주의적 목표를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방법을 버리고 의회주의적,진화적 방법을 채택한다.
(P.273)



  경제 영역에서 노동자들의 힘(주로 파업이라는 무기)은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에는 그리 적합치 않다. 왜냐하면 갖가지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힘은 지배 계급의 영향력 아래에서 파업의 힘은 약화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국가에 의해 약화된다.
  이러한 정치 권력의 강압적인 탄압이 없더라고 노동자들의 파업이라는 경제적 무기는 그리 강하지 않다. 게다가 그것은 점점 약화되어간다. 노동자들은 분쟁이 일정 기간 계속되면 자본가의 경제적자원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 계급은 굶주림에 굴복하게 된다.
(P.274)



  인간의 삶의 역사는 언제나 자연 세계의 반영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간파했다시피, 역사의 종말에 가서 세계의 평화는 투쟁에 의해서 달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 평화는 결코 완전한 평화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현재보다는 더 완전할 것이다. 인간의지성과 정신이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지 않는다면, 자연을 정복하거나 제거하려 하지 않고 자연의 힘을 인간 정신의 수단으로 그리고 도덕적 이상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면, 우리는 점차 보다 높은 정의와 안정된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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