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의 공부법
윤영선,윤석윤,최병일 / 어른의 시간 / 252쪽
(2016. 4. 10.)



  나는 은퇴가 눈앞에 다가올 즈음 뒤를 돌아보았다. 지금까지 역동적인 성년기의 삶을 살아왔으며 가족과 사회에 대한 책임도 나름대로 충실히 이행해 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도대체 나는 무엇 때문에 지난 삶을 공허하다고 느끼는 걸까? 그러고 보니 내 의식 속에는 늘 '이류인생'이란 단어가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늘 주눅 들어 있었고 매사에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나만의 내밀한 콤플렉스였다. 학교와 직장에 나는 늘 이류의 삶을 살아왔다. 적당히 중간쯤, 아니 그것보다는 조금 더 높은 중상쯤의 위치까지는 올라가 보았어도 단 한 번도 꼭대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단 한 번도 일류, 즉 확실한 성공의 삶을 살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만 것이다. 직장 문을 나서면서 나는 앞으로 주어진 인생만큼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길고 긴 제2의 사춘기가 답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낡은 틀을 버리기로 결심했다.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남과 비교하며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부지런히 나의 길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길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P.17)



  카프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른 모든 죄를 낳는 인간의 주된 죄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초조함과 무관심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천국에서 쫓겨났고 무관심 때문에 거기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주된 죄가 단 한 가지라고 한다면 그것은 초조함일 것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추방되었고 초조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살다 보면 초조함 때문이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해낼 수 있을까. 이것을 내일까지 마쳐야 하는데, 이런 초조함이 결국 일을 망치고 만다. 왜 그럴까? 초조함이 두뇌의 긍정적인 작용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초조함으로 인하여 집중력이 무너지고 말기 때문이다. 초조함으로 인하여 영감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밤을 꼬박 새우고도 아무런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세월이 나에게 가르쳐 준 가장 소중한 지혜는 초조함을 버리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어 나는 초조함을 버림으로써 원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초조함을 버림으로써 잠에서 깨어날 때, 화장실에 앉아서 혹은 길을 걷다가도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받아 적을 수 있었다. 메모지와 펜만 필요했다.
(P.54)



  입력은 없고 출력이 많으면 인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늙는다. 입력이 없고 출력이 많은 자를 우리는 고정관념에 빠진 '꼰대'라고 부른다. 소위 듣고 배우려 하지 않고 혼자만 말하고 끝없이 가르치려드는 자들이다. 입력은 그냥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와 몸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킨다. 사고와 행동의 변화를 유발하고 그래서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든다. 공부는 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자기 자신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것통 통해 몸은 지금까지의 관성을 벗어나 다른 삶을 향하게 된다.
(P.71)



  '공부하는 어른이 많은 사회는 결코 썩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래를 지향하면서 바른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상만 말하는 무책임한 자들에게는 현실의 엄중함을 일개우는 한편, 속내를 숨기며 이 땅의 리더가 되려는 부패한 자들에게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 것이다. 공부하는 어른들의 목소리는 결코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지금 세대 간 갈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세대 갈등에 베이비붐 세대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대 갈등을 해소하는 길은 공부밖에 없다.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책을 읽자. 그러면 한 달에 두세 권을 읽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열린 토론의 광장으로 나가자.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과 만나 토론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P.77)



  신영복은 <담론>에서 고전을 읽을 때 삼독하라고 권한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저자를 읽고, 자신을 읽으라는 말이다. 자신을 읽는다는 것은 내면의 자아와 대면한다는 말이다. 문학은 결코 독자에게 답을 알려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을 하고 질문이 곧 답을 끌어낸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톰 피터슨은 고전을 읽는 이유를 "대부분의 경영학 서적은 다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고전은 나에게 오히려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라고 말한다.
(P.135)



  저는 은퇴자에게 공부는 취미이기 이전에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다른 취미들과 좀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되 공부를 전혀 도외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생 후반의 공부가 노년의 삶을 더욱 의미 있고 풍요롭게 만든다는 건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또한 노년에는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것을 위해서 육체운동과 더불어 정신운동, 즉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듯이 인생 후반은 정말 공부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책 읽는 생활을 꾸준히 실천해 보기를 권합니다.
(윤영선)
(P.244)



  공부는 삶 자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늘 배우고 익히고 사랑하며 살고 있잖아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호모 쿵푸스>에서 주장한 것처럼 삶 자체가 모두 공부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중 지적인 삶에 초저을 맞추고 싶어요. 결국 '책'이죠. 그런데 혼자 읽는 책이 아닌 함께 읽는 책 읽기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대간의 대화, 시민 교육의 현장이 독서토론이에요. 노인의 세 가지 고통이 '돈 없음, 질병, 외로움'이래요. 외로움은 책 읽고 토론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세대간 갈등도 완화시킬 수 있고, 사회적 문제도 함께 조망해 볼 수 있죠. 글쓰기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는 데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까요.
(윤석윤)
(P.245)


  인간의 판단에 문제를 일으키는 세 가지가 있는데 고정관념, 선입관념, 편견이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이 세 가지가 점점 쌓이고 굳어져 인간관곅 불편해지고 주위 사람들과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몸이 굳어지면 병이 들고 죽음에 이르는 것처럼 생각도 굳어지면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고 외로워집니다. 생각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이 찾아와서 상담하고 싶은 지혜를 갖춘, 향기 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죽는 날까지 공부하려고 합니다.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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