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 2
토마스 하디 / 정종화 / 민음사 / 348쪽
(2016. 3. 31.)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소설의 주인공인 테스는 과연 어떠한 사람으로 비춰질까?
19세기 사회에서는 못된 패륜과 사기꾼, 살인자로 생을 마친 테스에게 일말의 동정심이 있었을까?
19세기 잘못된 관습과 사회의 분위기를 깨뜨리고자 희망했던 작가가 테스라는 인물을 통해 그런 것들을 보여준건 아닐까?
유독 자연에 대한 상세한 묘사들이 소설의 중간, 중간에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테스가 살아가던 시대 상황을 반영한 당시의 사회법에 의해 억울한 운명을 맞게되는 테스의 시련과

언제난 변하지 않는 자연법과의 대조를 통해 현세태의 부조리를 고발하려는 하디의 정신이 들어 있는 것이다.
아버지와 형들과 같이 신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농부가 되기로 결심했던 에인절(천사)이

테스에 대한 자신의 잘못된 생각들을 예수가 사막에서 깨우친것 과 같이

저 먼 브라질 오지에 시련을 겪으며 깨닫게 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



  그녀의 이야기가 끝났다.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도 설명도 첨가되었다. 테스의 목소리는 처음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보다 높게 오르지 않았다. 변명도 없었으며 울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사물의 외형적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화상 위에 깔려 있는 불은 작은 악령처럼 보였으며, 그녀의 처지에 조금도 관심이 없는 듯이 악마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난로 가리개마저도 빈둥거리며 웃고 있었다. 물병에서 반사되는 빛도 오직 자신의 색채에만 관심이 쏠린 것 같았다. 그녀 주변의 모든 사물이 그녀가 처한 사태와 아무 관계가 없음을 무섭게 강조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퍼붓던 이후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적어도 사물의 실체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사물의 본질은 변해있었다.
(P.11)

  세상이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에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우며 쏟아지는 일상의 햇빛이 좀 더 강해지자 그녀는 즉시 낙엽더미에서 빠져나와 용기 있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잠을 방해하면서 일어났던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숨어들었던 조림 단지는 언덕이 끝나는 지점으로, 단지의 울타리 너머에는 경작지가 있었다. 나무 아래에 꿩이 여러 마리 떨어져 있었고 빛깔이 선명한 깃털에는 피가 젖어 있었다. 어떤 녀석은 죽어 있고, 어떤 녀석은 힘없이 날개를 파닥거리고, 어떤 녁서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고, 어떤 녀석은 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어떤 녀석은 몸통을 뒤틀고 있고, 또 어떤 녀석은 몸통을 뻗은 채 누워 있었다. 자연의 힘으로는 그 이상 견디기 어려워 밤 사이에 고통이 끝난 운 좋은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P.96)

  아름다움이란 결국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대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객체가 무엇을 상징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P.128)

  나에게 당신이 어떤 해를 끼친 줄 알면서도, 그걸 잘 알면서도, 나에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나는 심한 분노를 느껴요! 당신이나 당신 같은 인간들은 나 같은 사람의 삶을 슬픔으로 쓰라리고 암담하게 만들어서 지상의 쾌락을 얻어요. 그런 쾌락을 다 맛본 다음에는 개종을 해서 하늘나라에서 쾌락을 찾는다니 아주 잘 되었네요. 그만두세요. 난 당신을 믿지 않아요. 당신이 하는 짓을 증오해요.
(P.150)

  탑의 꼭대기 위에 높은 막대기가 세워졌다. 그들의 시선이 그 막대기에 쏠렸다.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 몇 분 뒤에 막대기 위로 어떤 물체가 서서히 올라가더니 바람에 나부끼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검은 조기였다.
  '정의'가 행해지고 신들의 대수장이, 아이스킬로스의 말대로 테스와 희롱을 끝낸 것이다.그리고 더버빌 가문의 기사들과 귀부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들의 무덤 속에서 잠을 잤다. 말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마치 기도라도 하듯 땅 위에 몸울 구부려 꼼짝 않고 오랫동안 그대로 있었고 깃발은 계속 소리 없이 나부꼈다. 기운이되돌아오자 그들은 땅에서 일어나 손을 잡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P.3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