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한다는 것
오항녕 / 너머학교 / 132쪽
(2016. 2. 10.)

 

  무언가를 적어서 기억하는 방식을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 이전의 시대'를 선사시대라고 하고, '역사를 남기기 시작한 시대'라는 뜻에서 역사시대라고 하여, 인간이 살았던 시대를 나누는 관점이 생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P.37) 

 

   사관들이 생각했던 역사란 무엇이었는지 살펴볼까요? <맹자>에는 공자가 <춘추>를 편찬했던 의도를 서술하는 대목에서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세상살이의 질서와 원칙이 쇠퇴하면서, 거짓된 말과 몹쓸 행동이 생겨났다. 신하가 임금을, 자식이 아비를 시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자가 걱정되어 <춘추>를 지었는데....., <춘추>가 완성되자 난신,적자들이 벌벌 떨었다.'
  당장 눈길을 끄는 것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들로 하여금 두려움에 떨게 한다는 말, 즉 역사를 남기는 목적에 대한 맹자의 주장입니다. 왜 맹자는 역사를 통해 두려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고대 중국인들은 죽음 이후가 따로 있다거나 그것을 평가할 신이 있다고 믿지 않았지요. 대신 인간의 삶이 자식과 손자로 이어진다. 즉 내가 죽어도 내 핏줄이 이어진다. 내가 한 일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삶은 이렇게 이어진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맹자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에 대한 기록이 남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지요.
(P.50)

 

 

  사람의 삶은 시간이 가면서 변합니다. 그것을 역사는 기록으로 남기고, 정리하고, 알려 줍니다. 역사의 변화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변화와 같은 큰 구조의 변화일 수도 있고, 왕정에서 민주정으로의 변화와 같은 체제의 변화일 수도 있고, 왕정에서 민주정으로의 변화와 같은 체제의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변화는 늘 구체적인 우리들의 삶,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나타나고 또 발견됩니다. 하찮게 보이는 편지 한 장, 주민등록증 하나가 그 삶을 전해 줍니다. 아니, 어쩌면 그 어떤 역사의 변화도 한 인간의 삶에서 증거를 남기지 않고 서술될 수도 없다면, 그 변화나 격동은 한갓 허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P.119)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여러분의 삶이 흐르는 길, 하루하루가 만들어지는 리듬이 곧 역사이며, 그것은 기록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잘못된 일을 성찰하게 하여 삶을 깊이 있게 해주고, 잘한 일은 흐뭇하게 떠 올리게하여 삶에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합니다.
  성찰이든 희망이든, 우리를 저 깊은 속에서부터 뿌듯하게 해 주는 무엇이 아니던가요?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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