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 / 김화영 / 민음사 / 557쪽
(2016. 2. 9.)

 

 

  아침에 잠자리에서 그는 베개를 베고 나란히 누워 보닛 모자의 타원형 귀덮개에 반쯤 가린 그녀의 금빛 뺨 위에 솜털 사이로 햇살이 비쳐드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그녀의 두 눈이 더 커보였다. 특히 잠에서 깨면서 몇 번씩이나 눈을 깜박일 때가 그랬다. 그늘진 부분은 까맣고 햇빛을 받은 부분은 푸른색인 그 눈은 연속적으로 겹쳐진 여러 층의 색깔들로 이루어진 것 같았는데 밑바탕은 검은 색이고 에나멜처럼 반드러운 표면으로 올라올수록 색이 옅여지는 것이었다. 샤를르 자신의 눈은 그 깊은 심연 속으로 온통 빨려들어서, 그는 머리에 쓴 수건과 앞가슴을 풀어헤친 셔츠의 윗부분과 더벌어 양 어깨에까지 자신의 모습이 축소되어 그 속에 비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려고 창가에 나와 서는 것이었다.
(P.53)

 

 

  이런 비참한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되려는 것일까? 그녀는 거기서 끝내 벗어나지 못할 것인가? 그렇지만 그녀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다른 모든 여자들보다 못할 것이 없었다! 그녀는 보비에사르에서 공작 부인들을 보았지만, 그녀보다 몸매도 더 둔했고 태도도 더 천했다. 그래서 그녀는 하느님의 불공평함이 증오스러워 벽에 머리를 기대고 울었다. 그녀는 떠들썩한 생활, 가면 무도회의 밤들,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방자한 쾌락과 온갖 열광을 선망했다.
(P.100)

 


  그녀는 아들을 갖고 싶었다. 튼튼한 갈색 머리의 애였으며 했다. 이름은 조르주라고 지으리라. 이렇게 사내아이를 갖게 된다고 생각하니 마치 과거의 모든 무력감에 대하여 희망으로 앙갚음하는 느낌이었다. 남자로 태어나면 적어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온갖 정념의 세계, 온갖 나라를 두루 경험할 수 있고 장애를 돌파하고 아무리 먼 행복이라 해도 붙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 무기력한 동시에 유순한 여자는 육체적으로 약하고 법률의 속박에 묶여 있다. 여자의 의지는 모자에 달린 베일 같아서 끈에 매여 있으면서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펄럭거린다. 여자는 언제나 어떤 욕망에 이끌리지만 어떤 체면에 발목이 잡혀 있다.
(P.131)

 

 

  사랑하는 사람들을 비방하다보면 우리는 늘 그들에게서 어느 정도 멀어지게 마련이다. 우상에는 손을 대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칠해 놓은 금박이 손에 묻어나는 것이다.
(P.407)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번도 행복했던 적도 없었다. 인생에 대한 이런 아쉬움은 대체 어디서 오는것일까? 의지하는 모든 것이 한순간에 썩어 무너지고 마는 것은 대체 무슨 까닭일까?...... 그러나 만일 어디엔가에 강하고 아름다운 한 존재가, 열정과 세련미가 가득 배어 있는 용감한 성품이, 하프의 낭랑한 현을 퉁기며 하늘을 향해 축혼의 엘레지를 탄주하는 천사의 모습을 한 시인 같은 마음이 존재한다면 그녀라고 운 좋게 그를 찾아내지 못하리라는 법이야 있겠는가? 아! 턱도 없는 일! 사실 애써 찾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다 거짓이다! 미소마다 그 뒤에는 권태의 하품이, 환희마다 그 뒤에는 저주가, 쾌락마다 그 뒤에는 혐오가 숨어 있고 황홀한 키스가 끝나면 입술 위에는 오직 보다 큰 관능을 구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이 남을 뿐이다.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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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연단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김화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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