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는 것 (고병권 선생님의 철학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01)

고병권 / 너머학교 / 136쪽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잘 살기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한답니다. 그런데 그 잘 살아보겠다고 벌인 일이 오히려 자기 삶을 망칠 수도 있음을 함께 살펴보았잖아요. 잘 사는 데도 기술이 필요해쇼. 바로 그 기술이 철학이지요.

  철학은 여러 기술 중에서도 특히 '생각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생각 좀 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생각한다'는 말은 '지혜롭다'는 걸 의미해요. 즉 철학자들이 '잘 산다'고 말하는 것은 '지혜롭게 산다'는 뜻입니다.

(P.33)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난 그걸 해내지 못할 거야.' 혹은 '그건 너무 창피한 일이야. 난 할 수 없어.' 그러면서 자신이 할 수도 있었을 일들을 포기해 버립니다.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 채 죽습니다.

  난 아직 어리니까, 난 여자니까, 난 아저씨니까, 난 노인이니까, 난 가난하니까, 난 모이 약하니까...... 이런 식으로 우리는 너무 빨리 무언가를 포기해 버립니다. 그리고 우리가 해낼 수도 있었을 많은 일들을 내버려 둔 채 삶을 마감합니다. 

  삶을 가꾼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한 우리의 능력들을 마음껏 펼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철학은 그런 능력을 펼치는 기술이라고 할 수도 있겠어요. 용감하면서 현명하게, 할 수 없다고 믿었던 일들을 해내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겠죠.

  "우와, 내가 이걸 해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철학을 한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 자신이 대단한 능력자들임을 깨닫는 일이지요.

(P.40)




  철학하며 산다는 것은 생각하며 사는 것입니다.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당연히 생각 없이 사는 것과 반대이지요. 솔직히 우리는 생각 없이 살 때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영혼이 없다거나 의식이 없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생각하자'고 말했을 때, 그것은 '다시 생각하자'거나 '달리 생각자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명령에 따라 생각하는 것, 과거에 해 오던 대로 생각하는 것, 자기 편견에 빠져 생각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철학자들은 남들의 말이나 관습, 자신의 편견에서 빠져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마치 꿈속에서 사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꿈속에서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잠을 자고 있는 것이듯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는 생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

(P.61)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의심해 보는 일이기도 해요. 철학자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왜'냐고 묻곤 하지요. 당연한 것에 '왜 그럴까?'라고 물을 때, 우리는 조금씩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말, 익숙한 일은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우리가 가진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일을 마주칠 때, 그때 우리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P.73)




  다르게 생각하고,다르게 살아가는 것은 언제 가능할까요? 우리가 뭔가를 깨달았을 때부터일 겁니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

  "아, 이제부터는 이렇게 살아야겠다."

  뭔가를 깨닫는 것, 우리는 그것을 '공부'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게 될 때, 그래서 다르게 살게 될 때, 뭔가를 '배웠다'고 말합니다. 즉 '공부했다'는 것이지요. 철학을 하는 것은 결국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철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한다는 게 아니라, 철학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공부한다는 말과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P.83)




  공부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줍니다. 자유란 공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지요. 편견이나 습관, 통념에서 벗어나는 순간에 우리는 자유를 느낍니다. 

  "나는 여기까지야."라고 말하지 마세요. 그런 한계에서 한 발 더 나아갈 때 자유가 시작된답니다. 그러고 보니 한계는 우리의 자유가 끝나는 곳이 아니라 시작되어야 하는 곳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여러 번 말했듯이, 혼자서는 자기 한계를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공부할 때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철학은 친구와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친구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 누군가의친구가 되세요. 무엇보다도 여러분의 삶, 여러분의 운명과 친구가 되세요.

  '철학을 한다'는 말은 참으로 여러 말과 통하는 것 같네요. 행복하게 산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 공부한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 친구를 만든다는 것, 이 모든 말들이 '철학을 한다'는 말과 통하는 것 같습니다.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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