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
더글러스 애덤스 / 공보경 / 이덴슬리벨 / 388쪽
(2015. 11. 10.)

 

 

 

  무언가를 확실히 이해하고 싶을 때 쓰면 제일 좋은 방법은 그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남에게 설명을 하려면 우선 자신의 머릿속에서 그 정보를 분류하고 정리해야 하거든요. 그러니 학생이 우둔하고 머리가 나쁠수록 교수님은 지식을 더욱 간단한 개념으로 나누고 정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컴퓨터 프로그램의 본질입니다. 복잡한 개념을 단계별로 나누어 멍청한 기계도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 작업을 완성할 무렵에 교수님 스스로도 그 개념을 확실히 익히게 되는 겁니다. 그런 이유로 교사가 학생보다 더 많이 배운다고들 하죠.
(P.37)

 

 

  더크는 자신을 둘러싸고 만들어진 신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조사 작업을 최소화만 수행했다. 그는 천성적으로 게을렀고 사람들의 고지식한 믿음을 편한 쪽으로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의 전략의 핵심은 바로 게으름이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언행을 일삼아야 하는데 정확한 조사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말하고 행동한다면 곧 의심을 사게 될 터였다. 예언이 애매모호하고 어중간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을 예언에 투영하여 스스로 신빙성을 높여나갔다.
(P.68)

 

 

  뛰어난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옛것을 거꾸로 뒤즙은 데서 착안된다는 겁니다. 사용자가 적절한 명령을 내리고 관련 자료를 분석하면 올바른 결론에 이르게 해주는 프로그램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죠. 문제는 그렇게 해서 도달한 결론이 (아무리 적절한 명령과 정보 분석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해도) 사용자가 원하는 결론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P.91)

 

 

  나는 복잡한 자연 현상을 가장 실제에 가깝게 표현해내는 방식이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은 가장 추상적인 예술이며 그 자체외에는 아무런 의미도 목적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모든 악곡은 숫자로 나타낼 수가 있다. 전체 교향곡의 각 악장의 구성부터 가락과 화성을 이루는 음조와 리듬의 패턴, 연주 시 강약조절, 각 소절의 음질과 조화,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정해놓은 방식에 이르기까지 전부 숫자로 표현 가능하다.
(P.230)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관계의 복잡성과 미묘성에 관계없이 각 분류 체계 내에서 숫자 패턴들 간의 내적 관계가 긴밀할수록 그 숫자에서 비롯되는 음악은 점점 만족스럽고 듣기 좋아진다. 사실상 그 관계들이 미묘하고 복잡할수록, 의식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 있으수록 여러분 마음의 본능적인 부분, 즉 여러분의 뇌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그 부분(공이 날아오는 순간 순식간에 미분학적 게산을 끝마쳐 여러분의 손이 적절한 위치로 올라가 공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바로 그 부분)은 그 관계에서 비롯되는 음악을 더욱 더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P.231)

 

 

  복잡한 음악을 들을 때 작용하는 것은 여러분의 의식이 아니라 여러분의 무의식 안에 머물고 있는 보이지 않는 수학 천재다. 모든 이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그 수학 천재는 음악을 들으면서 내밀한 구성요소들의 복잡성과 관계성, 조화를 해석하여 받아들인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여기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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