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손아람 / 들녘 / 444쪽
(2015. 10. 25.)

 

 


  야구에 비유하자면 변호사는 타자다. 타석에 들어서면 공격을 하고, 공수가 바뀌면 필드에서 수비도 한다. ㅣㅁ을 마구 이적해 다니면서 어제가지 자기편이던 팀을 상대로 싸우기도 한다. 검사는 투수다. 타석에 누가 들어오든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공을 던진다. 투수의 몸값이 대체로 타자보다 비싸긴 하지만, 최고의 홈런타자가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는 점은 야구에서나 법정에서나 같다. 물론 이 게임의 심판은 판사가 본다. 쥐꼬리만 한 연봉을 받고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면서.
(P.24)

 

 

  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어떤 명령도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단언했다. 여러분에게 권리가 있어요. 법보다 앞선 것이 법의 이름으로 부정당할 때 법을 실현하는 유일한 행동은 바로 불복종입니다.
(P.148)

 

 

  "진실을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나는 다시 강조햇다.
  "그럼 내가 먼저 물으리다. 변호사한테 진실을 듣는다는 게 어떤 의미요? 이전의 변호사 놈은 그 진실이란 걸 감당하지 못하더군."
  "거짓말은 쉽지만 거짓말을 변호하는 건 어렵습니다. 검사는 바보가 아닙니다. 법정에서는 쉬운 거짓말보다 어려운 진실이 항상 유리합니다."
(P.219)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이 몇 백년이고 유지되는 게 놀랍지 않나? 어떤 사람이 희생하고 어떤 사람이 노력하기 때문이야. 경찰이 수사기록을 념겨받자마자 나는 문제를 알았지. 난 판단을 해야 했어. 무엇이 더 소중한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윤 변호사는 상상했겠지. 하늘 높은 곳에서 내 행동을 지시하는 무시무시한 전화가 걸려오는 장면을. 상상한 것과는 달리 내가 기소를 결정하는 데 어떤 외압도 없었네. 그렇게는 나를 움직일 수 없어. 나는 국가에 그런 식으로 복종하지 않아. 내가 국가에 복종하는 방식은 더 깊은 곳에서부터 작용하지. 나한테 이 나라는 종교일세. 다시 말하지만 어떤 외압도 없어써. 모든 판단은 내가 내렸네.
(P.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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