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 창비 / 301쪽
(2015. 10. 15.)

 

 


  "체면이 뭐가 문제라. 사람이 지 손으로 일하고 지 손으로 농사지우서 지 입에 밥 들어가마 그마이지. 남 쳐다볼 기 뭐 있노. 하이고, 그란데 와 자꾸 눈이 깜기까."
(P.31)

 

 

  선생은 천성이 술을 좋아하였는데 사람들은 선생이 가난한 것은 술때문이라고 했다. 선생은 어느 농사꾼보다 부지런했고 농사일에도 익어 있었다. 문중 땅과 나이가 들어 농ㅇ사가 힘에 부친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짓되 땅에서 억지로 빼앗지 않고 남으면 술을 빚어 가벼운 기운은 하늘에 바치고 무거운 기운은 땅에 돌려주었다. 그러므로 선생은 술로써 망한 것이 아니라 술의 물감으로 인생을 그려나간 것이다. 선생이 마시는 막걸리는 밥이면서 사직의 신에게 바치는 헌주였다. 힘의 근원이고 낙천이 뼈였다.
(P.38)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아니하고 감탄하지 않는 삶이었지만 선생은 깊고 그윽한 경지를 이루었다. 보라. 남의 비웃음을 받으며 살면서도 비루하지 아니하고 홀로 할 바를 이루어 초지를 일관하니 이 어찌 하늘이 낸 사람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이 어찌 하늘이 내고 땅이 일으켜 세운 사람이 아니랴.
(P.40)

 

 

  "자네는 잘생긴 게 뭔지 아는가. 미남이 뭔지 아냐구. 세상에는 수 많은 미남이 있어. 인종이 다르고 민족이 다르고 세대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지만 어디에나 미남은 존재하거든. 그렇다면 본직적으로 니만은 뭔가. 진정한 미남은 그걸 아는 법이지. 가짜들은 몰라. 가짜 미남은 진실을 모르지."
(P.172)

 

 

  간부와 임원들은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고 가축으로 취급하는 듯했다. 하긴 나도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간부나 임원으로 보았다.
(P.228)

 


  결혼은 집안끼리 하는 거야. 신랑 신부는 집안, 그러니까 유전자의 집합체간이 유전자 교환의 매개체에 불과한 거지. 사랑하네 뭐네 착각을 많이들 하는데 그런 건 장식품에 지나지 않아. 어떻게 하면 우수한 조합을 통해 우수한 형질의 개체를 번식하느냐가 문제여."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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