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허먼멜빌 / 김석희 / 작가정신 / 720쪽
(2015. 10. 01.)

 

 


시민 공동체, 즉 국가라고 불리는 그 거대한 괴물 리바이어던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인공적 인간일 뿐이다.
-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던> 첫 문장
(P.17)

 


그대가 난생처름 배를 타고 여행할 때, 당신이 탄 배가 이제 물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로 나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당신이 탄 배가 이제 물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로 나왓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신비로운 전율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고대 페르시아 사람들이 바다를 신성ㅇ하게 여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리스 사람들이 바다의 신을 따로 두고, 그 신을 최신 제우스이 형제 자리에 앉힌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것들은 하나도 무의미하지 않다. 샘물에 비친 아름다운 영상을 잡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물에 뛰어들어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는 훨씬 더 깊은 뜻이 담겨있다. 하지만 바로 그 영상을 우리는 모든 강과 모든 바다 속에서 본다. 그 영상을 결코 잡을 수 없는 삶의 환영이고, 이것이야말로 그 모든 것의 열쇠인 것이다.
(P.33)

 


돈을 내는 것과 받는 것은 천지 차이다. 돈을 내는 행위는 과수원의 두 도둑이 우리에게 물려준 괴로움 중에서도 아마 가장 불쾌한 괴로움일 것이다. 하지만 '대가를 받는 것' - 이것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돈이야말로 지상의 모든 악의 근원이고, 부자는 절대로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우리가 진지하게 믿고 있음을 생각하면, 사나이가 멋진 활동으로 돈을 받는 것은 참으로 경탄할 만한 일이다. 아아! 우리는 얼마나 기거이 우리 자신을 파멸에 내맡기고 있는가!
(P.35)

 


우리는 이 삶과 죽으이라는 문제를 매우 잘못 생각해온 것 같아. 여기 지구상에서 소위 그람자라고 불리는 것이 사실은 우리의 진정한 실체인지도 몰라. 우리가 영적인 것을 바라봄에 있어서 그것은 마치 굴조개가 바다밑에서 태양을 바라보며 흐린 물을 가장 맑은 공기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을지도 몰라. 내 몸뚱이는 더 나은 내 존재의 찌꺼기일뿐인지도 몰라. 원하는 사람은 내 몸뚱이를 가져가도 좋다. 맘대로 가져가. 이건 내가 아니니까. 그러니, 낸터컷을 위해 만세 삼창! 구멍 뚫린 보트, 구멍 뚫린 몸뚱이는 언제든지 올 테면 와라. 하지만 제우스라 할지라도 내 영혼에 구멍을 뚫을 수는 없으리라.
(P.71)

 

 

내 영혼은 굴복하여 노예가 되고 말았다. 미치광이 한테! 그런 전쟁터에서 제정신을 가진 자가 무기를 버린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하지만 그는 내 마음속 깊이 뚫고 들어와 나의 이성을 몰아내버렸다! 그의 불손한 목적은 뻔히 눈에 보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가 그 목적을 이루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 좋든 싫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나를 그에게 묶어 버렸다. 그는 나를 밧줄에 묶어서 끌고 가지만, 나에게는 밧줄을 자를 칼이 없다.
(P.223)

 

 

인간의 광기란 참으로 교활하고 음흉할 때가 많다. 겉보기에는 광기가 사라진 것 같지만 사실은 훨씬 포착하기 어려운 형태로 변형되어버린 것에 불과할 때도 있는 것이다. 에이해브의 광기는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심해지고 깊어졌다. 그것은 저 고상한 북쪽의 강인 허드슨 강이 산악지방의 골자기를 지날때 폭은 좁지만 깊이를 잴 수 없을 만큼 깊게 흐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에이해브의 경우, 좁게 흐르는 편집증 물줄기 속에 그의 넓은 광기가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남아 있었듯이, 그 넓은 광기 속에는 그의 타고난 지성이 하나조 죽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엇다. 그지성은 전에는 살아있는 주체였지만, 지금은 살아 있는 도구가 되었다. 이렇게 격렬한 비유가 허락된다면, 에이해브의 특별한 광기는 전반적으로 온전한 그의 정신을 공격하여 사로잡고, 중심에 모인 모든 대포를 자신의 무분별한 표적 쪽으로 돌려놓았다. 그래서 에이해브는 힘을 잃기는 커녕, 그가 지금까지 제정신으로 합리적인 목표에 쏟아 부었던 것보다 수천 배나 더 많은 잠재력을 그 한가지 목표에 집중하게 되었다
(P.243)

 

 

에이해브는 다른 문제도 잊지 않았다. 강함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면 인간은 모든 천박한 생각을 경멸하지만, 그런 순간은 금세 덧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신이 만든 제품인 인간의 본질적 상태는 바로 천박함이고, 그것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고 에이해브는 생각했다. 설령 흰 고래가 이 야만적인 선원들의 마음을 충분히 자극하여 그들의 야만성 주위에 너그러운 의협심까지 만들어낸다 해도, 그래서 그 때문에 모비 딕을 추천한다 해도, 그들은 좀 더 평범하고 일상적인 식욕을 채워줄 음식도 먹어야 한다
(P.274)

 


우연은 한편으로는 필연이라는 직선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제한을 받고 측면에서는 자유의지가 그 움직임을 한정하지만, 그래서 필연과 자유의지의 지시를 받지만, 우연도 그 두 가지를 번갈아 지배하면서 사건의 최종 형태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P.277)

 


인간을 가장 화나게 하고 약 올리는 것은 모두 몸뚱이가 없다. 하지만 물질로서는 몸뚱이가 없지만, 힘으로서는 실체를 갖고 있다. 거기에 가장 특별하고 가장 교활하며 가장 악의적인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다시 단언하건대, 바람이란 존재에는 매우 찬란하고 우아한 무언가가 있다. 적어도 그 따뜻한 무역풍은 맑은 하늘에서 강하고 꾸준하며 활기차면서도 온화하게 곧장 불어대고, 바다의 비열한 조류가 아무리 방향을 바꾸고 갈지자로 흘러도, 육지에서 가장 거대한 미시시피 강이 막판에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고 진로에서 벗어나도, 무역풍은 절대로 방향을 바구지 않고 목표를 향해 곧장 불어간다. 영원한 양극에 맹세코! 내 배를 독바로 불어 보내는 이 무역풍, 또는 그와 비슷한 무언가가 - 절대로 변하지 않고 힘으로 가득 찬 무언가가 배처럼 용골을 가진 내 영혼을 불어 보내고 있다. 바람을 위해 건배!
(P.669)

 


"오오, 고독한 삶의 고독한 죽음! 오오, 내 최고의 위대함은 내 최고의 슬픔 속에 있다는 것을 지금 나는 느낀다. 허허, 지나간 내 생애의 거센 파도여, 저 먼 바다 끝에서 밀려 들어와 내 죽음의높은 물결을 뛰어넘어라!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나는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 한복판에서 너를 쩔러 죽이고, 증오를 위해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뱉어주마. 빌어먹을 고래여, 나는 너한테 묶여서도 여전히 너를 추적하면서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겠다. 그래서 나는 창을 포기한다!"
  작살이 던져졌다. 작살에 찔린 고래는 앞으로 달아났고, 밧줄은 불이 붙을 것처럼 빠른 속도로 홈에서 미끄러져 나가다 엉클어졌다. 에이해브는 허리를 구부려 그것을 풀려고 했다. 그래서 엉킨 밧줄을 풀기는 했지만, 밧줄의 고리가 허공을 날아와 그의 목을 감았기 때문에, 그는 터키의 벙어리들이 희생자를 교살할 때처럼 소리 없이 보트 밖으로 날아갔다. 선원들은 그가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다음 순간, 밧줄 끝에 매달린 묵직한 고리가 완전히 텅 빈 밧줄통에서 튀어나와 노잡이 한 사람을 대려눕히고 수면을 친 뒤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P.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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